혼자 공사를 할 때에는 집사람이 도시락을 싸주지만, 조수를 데리고 일을 할 때에는 주로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멕시코 사람인 조수가 차이니스 뷔페를 엄청 좋아해서 가끔 뷔페 식당도 들르지만, 대충 맥도날드에서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날 맥도날드에 들러 주문대 앞에 섰는데 주문을 받으려던 작고 예쁜 흑인 아주머니가 내 얼굴을 보더니 반갑게 알은체했다. 미국 전역에서 내가 알고 지내는 흑인 아주머니가 단 한 분도 없는데 이렇게 반갑게 아는 척을 하니 순간 당황스러웠다. 당황스러워하는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돌아서서 저 뒤에서 일하는 크고 뚱뚱한 아주머니를 불러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그이도 나를 보더니 반갑게 알은체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자기의 양손으로 내 손을 잡고 연신 고맙다고 했다.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는 해마다 여름이면 노숙자들을 교회로 초대해 7박 8일 동안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한다. 아침이면 교인들이 여럿 나와서 아침을 만들어 대접하고, 점심은 낮 동안 나가 있을 때 드시라고 샌드위치를 만들어 드린다.  일을 하든 공원을 배회하든 낮 동안은 모두 나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저녁에 돌아오면 더 많은 교인들이 나와서 푸짐한 저녁을 대접한다.

잠은 친교실 겸 체육관으로 쓰는 강당에 임시로 침대를 설치하고 대충 크게 칸을 막아 여럿이 함께 자게 한다. 초대 받은 노숙자들은 모두 여자분들이다. 인솔 책임자가 그들과 함께 숙박하지만, 교회에서도 2명씩 그들과 함께 숙박하며 경비도 서고, 편의도 도모한다. 나는 해마다 아침 저녁으로 그들을 섬겼고, 적게는 하룻밤 많게는 사흘 밤을 그들과 함께했다. 해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대충 5~60명 정도가 모였다. 우리는 그걸 국내 선교의 일환으로 카리타스 사역이라고 한다.

한결같이 집 없는 여인들이 모여들지만, 표정이 어두운 사람은 드물다. 알콜 중독자도 있고, 잠시 실수로 마약에 손 댄 이도 있지만 겉모습으로 보는 심성은 모두 착하고 예뻤다. 더러 깔끔하게 생긴 할머니도 섞여 있어서 안타깝기도 했다.

나는 이 교회에 나온 첫 해부터 그들을 섬기기 시작해 네 번을 섬겼다. 지지난해에는 온몸에 문신을 한 백인 여인이 어찌나 살갑게 구는지 황당할 정도였다. 지난해에는 가까운 오순절 교회 교인 두 분이 있어서 매일 저녁 우렁찬 찬송 소리와 할렐루야 아멘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다만 한 가지 집이 없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노숙하지만 그 중에 나쁜 사람은 하나도 없어 보였다.

맥도날드의 두 아주머니는 작년과 재작년 두 번 우리 교회에 왔다고 했다. 금년 여름에는 월세 아파트도 구했고 직장도 잘 다니고 있어서 못 간다고 했지만, 지난 2년 동안 교회에서 나를 자주 보았다는 것이다. 자기들 심부름도 유난히 잘해 주어서 특별히 기억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가끔 자기들 테이블에서 식사도 함께했다고 했다.

나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녀들이 고맙다고 했지만 내가 더 고마웠다. 나를 기억해 주는 것도 고맙고, 이렇게 직장에 착실하게 다니는 것도 고맙다. 이를 위해 우리 교회가 애를 썼다는 사실도 너무 고맙다.

둘 중에 작은 여인은 묻지도 않았는데 교회를 잘 다니고 있다고 했다. 우리 교회가 지역 사회를 위해, 지역 사회 선교를 위해 큰 일을 감당하고 있는 것 같아 여간 뿌듯했던 게 아니다. 나는 더 열심히 섬기라는 그분의 신호로 받았다.

점심을 먹고 현장으로 돌아가서 다시 일을 하는데 무거운 연장이 새털같이 가벼웠다. 하루종일 허리를 구부리거나 엎드려 일을 했는데도 마치 하늘을 나는 듯 전혀 힘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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