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정신적 습관에 관한 보고서

한국인의 정신 건강(mental health), 정신적 습관(mental habit)에 관한 광범위한 연구 자료가 나왔다. 지난 2월 1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한국 국민의 건강 행태와 정신적 습관의 현황과 정책 대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해 9월, 12세 이상의 국민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로, 우리나라 국민의 거의 대부분(97.2%)이 7개 영역 32개 항목의 정신적 습관 중 하나 이상의 습관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들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 한국 사회가 빈곤, 질병, 부채, 건강 문제, 직장 및 학교에서의 스트레스 등 다양한 사회·경제·문화적 요인으로 인한 자살률이 증가하고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가진 이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면서, ‘정신적 습관의 개선을 통해 정신 건강을 증진시키고, 이것이 신체적‧정신적 건강증진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 2016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자살에 의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6.5명(2015년)으로 OECD 국가 평균인 12.0명에 비해 높다. 2011년 정신질환역학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37.6%는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하였고, 국민의 16.0%는 최근 1년 내에 하나 이상의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정신적 습관을 정신건강과 관련하여 무의식적 또는 자동적으로 반복되는 사고습관, 태도, 정서적 경향’으로 정의했다.

‘정신적 습관은 특정한 영역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모든 사고의 영역에서 걸쳐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이므로, 본 연구에서는 우울, 불안, 자살 등 정신건강에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거나 국민들에게서 발견되는 빈도가 높은 사고습관 등을 선정하였다. 심리학의 개념을 상당 부분 도입했으며, ①인지적 오류(cognitive errors), ②반추(rumination), ③무망(hopelessness), ④걱정(anxiety), ⑤부정적 사고(negative thinking), ⑥자기 도피(escape from self)와 여기에 국민들이 현실적으로 자주 경험하는 ⑦기타 정신적 습관 항목들을 추가하여 총 7개 영역, 30개 정신적 습관 측정 항목을 설정’ 설문조사 문항을 작성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당신에겐 어떤 정신적 습관이 있는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역별로 5개 항목 중 1개 이상의 습관을 보유하고 있는 비율은 인지적 오류(90.9%), 반추(82.4%), 걱정(70.8%)에서 높게 나타났다. 자기비하(60.1%), 절망(48.2%), 도피(47.6%)가 뒤를 이었다. 여성이 남성보다, 60대 이상이 다른 연령대보다 정신적 습관 보유율이 높은 편이었다. 부정적인 정신적 습관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에 비해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이 우울장애는 최대 2.15배, 불안장애는 3.37배에 달했다.

280여 페이지의 이 연구보고서를 통해 연구원들은 정신적 습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증대 및 교육 관리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신적 습관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지만 아직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이상영 박사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금주, 금연, 규칙적인 운동 같은 건강 증진에는 힘쓰는 반면 정신 질환은 문제가 발생해야 치료를 받는다.”면서 정신 건강에도 예방 개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신적 습관으로 정의한 7개 항목에서,

1) 인지적 오류에는 임의적 추론(arbitrary inference), 선택적 추상화(selective abstraction), 개인화(personalization), 이분법적 사고, 파국화(catastrophizing) 등이 포함된다. 임의적 추론은 어떤 사실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없거나 그 근거가 사실에 반할 경우에도 임의적으로 그 사실이 틀림없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선택적 추상화는 여러 가지 정보 중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정당화해 줄 정보만을 선택해 전체로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화는 자신과 상관없는 사건이나 사실 등을 자신에게 해당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며, 이분법적 사고는 세상의 모든 일은 절대적인 기준 하에 옳고 그른 것으로 나뉜다고 생각하거나 흑백논리로 접근하는 것이다. 파국화는 일의 진행 과정에서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 중에 가장 파국적인 상황만을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2) 반추는 과거의 부정적 사건이나 일을 반복적으로 되돌아보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의 잘못된 일을 지속적으로 회고하면서 자신의 잘못이나 능력 부족을 자책하는 것을 의미한다.

3) 무망(hopelessness)은 자신의 미래나 일의 결과 등에 대해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정도에 따라 우울이나 자살 생각 등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4) 걱정과 5) 부정적 사고는 습관화될 경우 우울이나 불안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6) 자기도피적 사고는 중독이나 자살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타 정신적 습관에는 ① 끊임없이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②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인정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③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실수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완벽주의 성향, ④ 일이 잘못될 경우 그 책임을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돌리는 습관, ⑤ 불쾌한 일을 한 번 겪고 나면 그런 일이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습관, ⑥ 다른 사람의 입장보다 자신의 입장을 우선시하는 자기중심적 사고습관, ⑦ 주변 환경이 모두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습관, ⑧ 위험 부담을 기꺼이 받아들이려고 하거나, ⑨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사고 습관 등이 포함되었다.

습관은 바꿀 수 있다

우리의 뇌리에 떠오르는 생각들의 2/3가 부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들도 나와 있다. 평균적으로 한 사람이 하루에 5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 생각들 대부분이 부정적이라면?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그러나 부정적인 사고 습관이 문제라는 심리학자들의 주장이 맞는다면, 희망이 보인다. 습관은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해 과도하게 염려하고, 과거의 상처를 곱씹고, 나밖에 모르고, 작은 일에도 분노하는 등의 정신적 습관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의 한 심리학자는 다음의 4가지 단계를 제안했다. 1)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특정한 사고 패턴을 알아차리기로 결정한다. 2)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생각의 습관을 바꾸기로 결정한다. 3) 부정적인 사고 패턴을 제어하기 위해서 두뇌의 사고 영역을 이용하기로 결정한다. 의지적인 생각으로 부정적인 생각에 도전하는 것이다. 4) 자신의 정신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특별한 계획을 세우기로 결단한다.

적극적으로 한 가지 습관을 바꾸는 데 최소한 21일이 걸린다고 한다. 불평 안하기 캠페인, 감사 캠페인을 벌이는 활동가들도 한결같이 21일을 강조한다. 작심삼일에 그치지 말고 최소한 21일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면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습관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문제가 되는 정신적 습관이 무엇인지 자각하여 하루, 또 하루, 그 습관을 조금씩 고쳐 나간다면 나와 가족, 이웃에게 기쁜 소식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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