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불편한 시어머니 앞에 앉아 있던 YS가 입맛 없어 겨우 식사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시어머니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쓰다듬으며 “아이구, 어머니!”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가슴 찌릿하게 예쁘던지 안아 주고 싶었다. 문득 100세를 넘긴 뒤, 그렇게 가기 싫어했던 양로원에 들어가셔야 했던 시어머님이 생각났다. 곧 이어 병원에 입원하시고 일주일만에 돌아가신 시어머니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시리다. YS를 보면서, 이유야 어떠하든 우리들 대부분이 요즈음 인간 삶의 기본도 못하고 산다는 자괴감이 든다.

주변에서 연세 드신 분들이 아프셔도 병원 입원을 꺼리시거나 안 아픈 척하시는 걸 보면 마음이 참 아프다. 연로하신 분들은 퇴원하면 양로원으로 갈 가능성이 많기에 병원을 극도로 꺼리시는 것 같다. 연로하신 부모님들은 자식에게 버림 받으면 양로원에 가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내리사랑이라 했던가. 부모는 열 자식을 키워 냈는데 열 자식은 한 부모를 못 모신다. 장성한 열 자식이 연로하신 부모를 축구공 차듯 한다. 그렇게 자식 집을 전전하시다가 스스로 삶을 내려놓는 분도 계시다고 한다.  자식들 입에 밥 들어가는 것과 논에 물 들어가는 것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던 시어머니 말씀이 떠오른다. 그렇게 키워낸 자식들로부터 푸대접을 받는 분들은 그 회한을 어디에서 위로받을 수 있을까?

부모를 모시기는 커녕 섬기는 데도 인색해진 이 시대에 YS는 잘 달구어진 화롯불처럼 은은한 매력을 풍긴다. 무심한 듯한데 결코 무심하지 않고, 새침떼기 같지만 결코 이기적이지 않다. 시어머니의 주머니가 비지 않도록 늘 두둑하게 용돈을 챙겨 드리는 그녀는 막내답게, 정겹게“어머니” 하며 시어머니의 팔짱을 끼고 안부를 묻는다. 그런 그녀를 볼 때마다 세상에 선하심과 아름다움을 창조하여 심어 놓으신 창조주의 사랑을 본다.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여서 칭찬거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누구나 그 정도는 하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 눈에는 그녀의 그 평범한 행실이 왜 그리 예쁘게 보이는 걸까. 아마도 계산되지 않은 진실함 때문인 것 같다. 고부간의 갈등을 겪는 이들도 있다지만, 요즘엔 친부모처럼 잘 지내는 고부들도 많이 본다.

한 가지 아쉬운 건, 필요에 의해서 좋은 관계가 아니라, 부모님이라는 그 이유만으로 존경하고 섬겨드리는 관계라면 더 좋겠다는 것이다. 진심 없는 눈가림용 효도일지라도 자꾸만 하다 보면 습관이 되어 진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무슨 일에든 진정한 고수는  9가 가짜처럼 보여도 남들이 다 꺼리는 1을 해냄으로, 10을 바로 세운다.

이웃! 우리의 첫번째 이웃인 부모를 공경하는 것부터가 인간 삶의 기본 도리가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기본은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고부간의 사랑! 이 역시 풀리지 않는 숙제가 아니라 노력해서 꼭 풀어야 할 숙제이다.

글로 배우지 않아도 인간끼리 부대끼며 저절로 터득하고 행하던 인간 삶의 기본을 논한다는 것부터가 몹시 쓸쓸한 노릇이다. 이 모든 것이 자기만 주장하는 데서 비롯된 결과물인 듯하다. 어려운 사랑일수록 서로 이해하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내 친구는 시집 온 뒤 몹시 아파서 시어머니 애를 많이 태웠다고 한다. 그 당시 풀타임으로 일하셨던 시어머니는 새벽에 일어나 아픈 며느리를 위해 밥상을 차려놓고 출근하셨다고 한다. 친구는 차려놓은 밥상의 밥 한 공기를 바라보며 어떻게 다 먹나 하고 한숨 지을 정도로 병이 위중했다고 한다. 웬만한 시어머니였다면 그런 꼴을 봐주기 힘들었을 텐데, 친구의 시어머니께선 그저 며느리가 낫기만을 바라시며 애를 쓰셨다고 한다. 지금 그 친구는 건강을 되찾아 일도 하고 있다. 시어머니와는 세상에 둘도 없는 다정한 고부지간이 되었다. 옆에서 보면 친정엄마로 보일 만큼 시어머니와 가깝게 지낸다. 그 친구는 시어머니를 통해 하나님을 본다.

병석에 누워 계신 부모님일지라도 그분들은 자녀의 뿌리고 구심점이다. 그 구심점의 하늘 같은 은혜를 헤아려 보는 오월이면 좋겠다. 구심점인 부모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드릴 때, 삶이 한층 더 여유로워지고 따뜻해지리라. 세상의 모든 어머니! 아버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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