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생활하다가 한국에서 유통업을 막 시작한 그리스도인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선배가 그를 부르더니 ‘한국에서 사업에 성공하는 법’ 세 가지를 알려 주겠다고 했습니다: ‘첫째, 술을 잘 마셔야 한다. 둘째, 거짓말을 잘해야 한다. 셋째, 흰 봉투를 잘 바쳐야 한다.’ 이 말을 들은 그 그리스도인은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 세 가지를 잘할 줄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도하면서 그것을 따르지 않는 깨끗한 사업을 하기로 다짐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잘 팔리던 브랜드가 면세점에서 퇴출당했습니다. 바이어를 만나려면 3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고, 막상 만나면 3분도 지나지 않아 쫓겨나야 했습니다. 백화점에 전시된 제품이 몇백만 원어치씩 사라지는 일이 생겼습니다. 세관원들조차 물건이 안 왔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이 분이 경험한 ‘부패의 역사’는 책으로 쓰고도 남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굴하지 않았습니다. 손해를 감내하면서 정직으로 일관했습니다. 그 결과 그를 알아 주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결국 한국 면세점의 1/5을 대행하는 한국 최고의 면세점 에이전트가 되었습니다 (『나는 정직한 자의 형통을 믿는다』, 김성주 외).

어느 수요일, 예배를 마치고 현관에서 성도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한 성도님이 이해가 안 되는 성경 구절이 있다며, 저에게 그 구절이 적힌 쪽지를 건네 주고 가셨습니다. 펼쳐보니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뇌물은 그 임자가 보기에 보석 같은즉 그가 어디로 향하든지 형통하게 하느니라”(잠 17:8). 얼핏 보면, 그 구절은 뇌물을 보화와 형통의 방편으로 묘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그 구절을 보면, ‘뇌물의 임자가 뇌물을 그렇게 보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이 왜 뇌물을 주는지 그 이유를 그 구절이 적고 있습니다.

뇌물의 사전적 의미는 “사사로이 이용하거나 이권을 얻을 목적으로 일정한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매수하기 위하여 넌지시 주는 부정한 돈이나 물품”입니다. 따라서 성경은 우리에게 뇌물에 대한 분명한 가르침을 줍니다: “너는 뇌물을 받지 말라 뇌물은 밝은 자의 눈을 어둡게 하고 의로운 자의 말을 굽게 하느니라”(출 23:8). “악인은 사람의 품에서 뇌물을 받고 재판을 굽게 하느니라”(잠 17:23). “탐욕이 지혜자를 우매하게 하고 뇌물이 사람의 명철을 망하게 하느니라”(전 7:7).

선물과 뇌물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선물의 사전적 의미는 “누군가에게 인사나 정을 나타내는 의미로 주는 물품”입니다. 다시 말하면, 뇌물은 대가를 바라고 주는 것이고, 선물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정이나 고마움의 표시로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겉으로만 보면, 뇌물과 선물은 비슷해 보입니다. 그래서 선물에 대한 성경의 표현도 뇌물과 잘 구분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사람의 선물은 그의 길을 넓게 하며 존귀한 자 앞으로 그를 인도하느니라”(잠 18:16). “너그러운 사람에게는 은혜를 구하는 자가 많고 선물 주기를 좋아하는 자에게는 사람마다 친구가 되느니라”(잠 19:6).

그런데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뇌물과 선물은 그것을 준 사람이 나중에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뇌물이었는지 선물이었는지가 드러납니다.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준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격한 반응을 보입니다. 그러나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선물을 준 사람은 변함없는 마음을 견지합니다.

목회를 하다보면 연말연시에 선물을 받을 때가 가끔 있습니다. 목회라는 직(職)의 특성상, 한 번도 뇌물이라고 생각하며 받아 본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아주 드물게, 시간이 지나고 봤을 때, ‘아 그게 선물이 아니라 뇌물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목사 시절, 열심히 교회를 섬기던 어떤 분이 저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습니다. 제가 맡았던 직무의 특성상, 사역과 관련된 상담요청이 많았던 때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특별한 상담 의제는 없었고, 그저 부교역자인 저를 한 번 대접하고 싶어서 그 자리를 마련했다고 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 직분자 선출이 진행되었습니다. 교회가 컸던 만큼, 후보자가 되기까지의 검증은 까다로웠습니다. 행정실에서 교회내규에 기초한 후보 가능자 명단을 인사위원회에 제출하면, 인사위원회는 당회가 선정한 검증항목에 맞추어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검증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추천된 후보자들을 당회의 심의와 결의를 거쳐, 공동의회에서 성도들이 투표로 직분자 선출을 마무리하도록 했습니다. 은혜 가운데 모든 직분자 선출이 끝났습니다. 그 즈음에 그렇게도 자주 눈에 띄던, 저에게 식사를 대접했던 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교회를 옮긴 것이었습니다. 이유는 직분자 후보명단에서 탈락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불현듯 그 식사자리가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교역자의 수고에 대한 순수한 접대가 아니라, 직분자 선출을 염두에 둔 대가성의 자리였던가?’ 물론 지금도 그분의 순수한 마음을 믿고 싶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볼 때, 자꾸만 물음표가 생기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은 뇌물을 준 적이 있습니까? 선물은 어떻습니까? 우리의 인생 전반에 뇌물은 절대로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선물은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하나님께 받은 모든 것이 선물이기 때문입니다(약 1:17).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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