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V에 복음을 싣고 달리다(9)

병든 몸이지만 떠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가야 했기에, 미련 없이 샌디에이고를 떠날 수 있었습니다. 미국 땅에선 고아와 같은 우리 가족을 주 안에서 믿음으로 사랑하는 형제들이 아쉬워하면서 멀고 먼 엘에이까지 따라와서 이삿짐을 옮겨 주었습니다. 형제들의 뜨거운 사랑 속에서 승리를 끝까지 붙잡을 것을 눈물로 기도하고 헤어졌습니다.

엘에이 북쪽 노스리지(Northridge)는 이민 처음 와서 5개월 살았던 곳이었지만, 7년 후인 1989년에 다시 이사하니, 아는 사람도 없고 돈도 없어서 남편은 일당 30-40불을 받으며 또 다시 노동일을 했습니다. 가난을 또 다시 경험하면서 밤이면 미국 마켓 쓰레기통에 버려진 것들을 주워다 먹어야 했지만, 하나님의 대한 원망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고통 속에 잠을 못 자는 나를 밤마다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주물러 주면서, 병 낫기를 소원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주 예수를 다시 살리신 이가 예수와 함께 우리도 다시 살리사 너희와 함께 그 앞에 서게 하실 줄을 아노니...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겉 사람은 후패하나 우리의 속은 날로 새롭도다”(고린도후서 4:14-16).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제 병은 좋아지지 않고 더욱 심해졌습니다. 고통 가운데 몸부림치며 병원을 다녀도 소용이 없어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 외에는 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에 기도하고 성경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말씀이 쇠망치가 되어 나의 뒤통수를 내리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쓰러졌습니다.

“그러나 너를 책망할 것이 있나니 너의 처음 사랑을 버렸느니라 그러므로 어디서 떨어진 것을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 만일 그리하지 아니하고 회개치 아니하면 내가 네게 임하여 네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리라”(요한계시록 2:4-5).

미국에 와서 고통 때문에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다 잊어버리고 성령의 은사도 소멸한 저를 책망하시는 하나님의 말씀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하나님, 잃어버린 첫사랑을 회복하고, 회개하고 싶어요. 어떻게 첫사랑을 회복하는 것인지 알려 주시고 촛대만 옮기지 말아 주세요" 라고 통곡하며 울부짖었습니다.

어디서 떨어진 것을 생각하고 회개하라고 하셨으므로 매일 기도했지만 막연하기만 했습니다. 고통 가운데서도 매일 복음서를 읽었는데, 병자들에게서 악한 영이 떠나므로 병이 치유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육신을 얽어매고 있는 것도 악한 영이라고 생각되었기에 말씀의 능력이 저의 영혼에 차고 넘치면 악한 영이 떠나고 나는 치유 받을 것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며칠 후 교회 집사님의 소개로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그곳에 갔지만 병을 고치려는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에어콘 바람 때문에 옷을 겹겹이 입었지만 너무 추워서 그곳을 뛰쳐나오고 싶은 충동을 참기가 힘들었습니다. 영혼은 말씀으로 충만하여 영적 능력을 받기 원하였으나, 육체는 고통스러우니 에어컨이 없는 집으로 가자고 유혹했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고통스러웠던 세월이 너무 지겹고 다시는 병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아서 온 몸을 두드리며 울부짖었습니다. ‘육신아, 조금만 참자. 내 영이 영적인 힘을 얻을 때까지만 참자. 그러면 너는 좋아질 것이야.’ 세상의 방법으로 고칠 수 없고 죽지도 않는 고질병이라니, 전능하신 하나님의 능력으로만 치유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감찰하나니”(히브리서 4:12).

말씀의 능력으로 저는 영혼에 힘을 얻고 충만하여 육체를 지배하여 주실 것을 간구했습니다. 통곡하며 간절히 기도할 때, 그동안 죄 가운데 있었던 내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도록 성령님께서 역사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제가 그동안 신앙생활을 하면서 죄라고 생각지 않았던 것까지 낱낱이 지적하시면서 어떤 도덕적인 죄보다 하나님께 지은 죄를 생각나게 하셨고 보여 주셨습니다.

특별히 하나님의 은혜, 그 첫사랑을 잊은 채 신앙생활을 해온 행위와 태도에 대해서 회개하라고 책망하셨습니다. 저는 7년을 고통 가운데 신음하면서도 한 주도 교회에 빠지지 않았고 교회 뒷좌석에 드러누워 예배를 드리기를 수없이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것은 저의 의와 열심으로 드린 예배였지 하나님께서 저를 구원해 주신 십자가 사랑 그 첫사랑은 잊은 행위였다고 책망하셨습니다. 몸의 상태가 조금 좋은 날에는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성가대에서 찬양도 드리고 부엌 봉사도 하며 사람들의 칭찬을 의식하면서 더욱 열심을 낸 종교 행위였다고 책망하셨습니다.

또한 교회 안과 밖에는 우리를 괴롭혔던 사람들이 있어 생각만 해도 미움이 솟구쳤고 용서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배 후 마주칠 때면 저는 얼굴에 가면을 쓰고 안 그런 척 웃는 얼굴로 안녕하셨어요, 하며 외식적인 행동을 했던 것을 떠오르게 하시면서 너는 율법적인 바리새인같이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이 없는 그런 자였노라고 책망하시며 회개하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헌금생활에 대해서도 잘못한 것을 책망하셨습니다.

“너희가 박하와 회향과 근채의 십일조를 드리되 율법의 더 중한바 의와 인과 신은 버렸도다 그러나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아야 할지니라.”(마태복음 23:23).

신앙생활의 전반적인 행위인 예배, 찬양, 친교, 봉사, 헌금은 나를 구원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나의 죄를 용서해 주시려고 십자가에서 피 흘려 죽으신 예수님을 생각하고 하나님의 첫사랑의 은혜에 감사하고 감격해서 신앙생활을 하는 것임을 깊이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아무리 행위가 그럴 듯해 보이고 결과가 그럴 듯해 보여도 하나님께서는 그 행한 동기와 최선을 다한 과정을 보시는 분으로 하나님의 첫사랑을 잊은 행위를 회개하지 않고는 결코 용서받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겸비하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구하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 죄를 사하며 그 땅을 고칠지라.(역대하  7:14).

말씀을 붙들고 철저히 회개한 저의 심령에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흘리신 보혈로 저의 모든 죄를 용서해 주시고 결코 정죄함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로마서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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