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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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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19  00: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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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축복할 때“좋은 일만 일어나길 빕니다.”“만사 형통하세요.” 등의 말을 합니다. 그런데 실제의 삶에서는 어떨까요? 좋은 일만 일어나는 인생은 없습니다. 모든 일이 다 형통한 삶도 없습니다. 우리가 겪은 모든 일에는 영광과 모욕, 비난과 칭찬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를 괴롭히지 못해 안달인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성공인 듯 보이는데, 그것이 원인이 되어 추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로 남들이 다 인정하는 실패를 겪었는데, 오히려 일이 잘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그 일을 바라보는 그 사람의 태도와 해석일 것입니다. 그 해석의 기준은 분명 하나님의 시각이어야 하겠지요.

얼마 전 만났던 한 친구는 몇년 전 목회 현장을 바꾸었습니다. 대형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섬긴 적도 있고, 대학교에서 교목 겸 교수로 오랫동안 봉사한 적도 있는 그가 요즘 사역하고 있는 현장은 카페입니다. 그리 넓지 않은 카페에서 에스프레소와 더치커피 그리고 핸드드립커피를 내리며, 띄엄띄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미소와 향을 전하고 있습니다. 주일에는 대여섯 가정의 교회 멤버들과 예배를 드리기 위해 가게 문을 닫습니다. 그들과 더불어 예배하고 교제하면서 삶 속에서 경험한 크고 작은 문제와 그 속에 숨겨져 있는 하나님의 뜻을 나누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서울 어딘가 규모 있는 교회에서 일반적인 목회를 하고 있으리라 생각했기에, 그의 현재 모습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이 특수 목회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목회 현장과 사역 방식을 바꾼 나름대로의 계기가 있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원해서라기보다 그럴 수밖에 없는 남모를 사정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큰 이야깃거리일까요? 제가 아는 한, 하나님의 일은 인간의 실패나 약함을 통해서도 완성되는 경우가 허다하니까요.

제가 주목했던 점은 그가 자신의 현재 목회에 대해 감사하고 행복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전의 자리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그러나 새롭지 않은, 선교적 의미와 보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는 여전히 하나님을 만나고 있었고, 하나님과 함께 사역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전형적인 교회당 안에서만이 아니라 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건물의 한 귀퉁이에서 조용하게 애쓰는 목회 방식을 통해서도 일하고 계셨습니다. 물론 누군가는 와서 대놓고 “너 왜 이러고 있니?”라며 안타까워한답니다. 앞에서는 존경스럽다, 훌륭하다, 치켜세우지만, 돌아가는 발걸음 끝에 불쌍한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 조각이 묻어 있음을 느낀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애써 변명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답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을 굳이 설명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는 불쌍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느껴서 하는 말이라면서, “난 행복하다. 하나님이 기뻐하심을 믿는다”고 말합니다.

그는 죽지 않았고, 실패하지 않았고, 내리막길을 가지도 않았습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 후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속이는 사람 같으나 진실하고 무명한 사람 같으나 유명하고 죽은 사람 같으나 보십시오! 살아 있습니다... (우리는) 아무 것도 없는 사람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사람입니다”(고후 6:8-10). 오직 그는 하나님만 생각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순간순간을 견뎌냈던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주어진 사역의 길이 있고, 그 길은 사람의 수 만큼이나 다양합니다. 한 사람이 걸어가는 길은 때론 오르막이기도 하다가, 때론 회전길이 되기도 합니다. 산사태가 나거나 길이 끊어지는 사고가 난다면 막힌 그 자체가 새 길이 됩니다. 넘든지 돌아가든지 해야겠지만, 그 역시 가야 할 길입니다. 길 끝에 무엇이 있는가에 집중하기에 앞서 생각해야 할 것은, 우리는 길이 아니며, 길 위를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We are not the Way We are on the Way). 목표는 길의 끝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내가 발을 딛는 그 길 표면, 발자국을 남긴 그 지점이 곧 목표이기도 합니다. 이 세상 어디에도 꽃길만은 없습니다. 반대로 가시밭길만도 없습니다. 꽃과 가시가 어우러진 들길을 걷는 이의 마음 속에, 그리고 믿음의 눈에 무엇이 보이느냐에 따라 그가 갈 길의 노래가 결정될 뿐입니다. 바른 믿음의 걸음을 떼는 길 위의 사람이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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