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혈당이란 무엇인가(5)

한 나, 간호사·영양사

백합을 낳고 산후우울증처럼 기운과 의욕이 없었다

1985년 3월 11일 백합을 낳고 6주 후 혈당검사로 혈당조절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저혈당 식이요법을 몰라 단것만 안 먹고 과식과 흰밥, 흰빵을 그대로 먹고 있었다. 신경은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졌고 기운이 없어 밥만 간신히 해먹고 자꾸 눕기만 했다.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오면 전화받는 것까지 힘들어 짜증을 부리며 전화를 끊었고, 가게에 가면 돈을 내기 위해 줄을 서있는 것도 힘들어 몸을 비비꼬며 괴로워할 정도였다. 가게의 물건들이 물 속에서 보이는 것처럼 어른거렸고 내가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가정에서는 다툼이 늘어났고 모든 것이 귀찮고 힘들어 혼자 방에 들어가 잠만 자려고 했다. 부부생활도 싫었고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것까지 힘들어 예배가 끝나면 빨리 집으로 와버렸다. 사람들을 자꾸 피하니 자기들이 싫어서 그러는 줄 알고 오해를 했다.
나는 아침에 될 수 있으면 오래도록 잤다. 아침에 눈뜨기가 싫었다. 눈을 뜨면 ‘오늘 하루를 또 어떻게 지낼까?’하는 두려운 마음에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서였다. 그 당시 내 생활은 기운이 너무 없어서 마치 바퀴 없는 마차를 하루 종일 밀고 사는 사람과 같았다.
나는 단지 힘이 없어서 그랬는데 정신병이 생기는 게 아닌가 걱정한 사람도 있었다. 이때 내가 정신과 의사에게 갔다면 산후우울증이라며 정신과 약을 주었을 것이다. 문제는 식이요법을 하지 않아 저혈당 때문에 생긴 뇌의 증상들이었고 그 때문에 기운이 없었던 것이다.

아기 낳고 2년 후부터 저혈당 연구 시작


1987년 백합이 만 2살이 되었을 때 대학을 다시 다니기로 했다. 백합을 낳고 2년이 지났건만 몸이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기운이 없고 신경이 더 예민해져서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좋아하는 공부를 다시 하면 건강을 찾을 수 있을까 하고 연구논문 쓰는 방법을 배우는 반에 등록했다. 교수님은 자신이 연구하고 싶은 제목을 골라 연구하고 논문을 써보라고 했다.
나는 ‘이때다! 그렇게도 궁금했던 저혈당병에 대해서 알아보자’라고 다짐하고 시카고 근교의 위튼에 있는 도서실에 갔다. 당뇨병 책들이 있는 곳에서 영국 의사 버드가 쓴 『저혈당(Low Blood Sugar)』이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너무 반가워 급히 꺼내 읽어보니 내가 그렇게 궁금했던 저혈당병에 대해 적혀 있었다.
내 병의 원인은 미국에서 단것을 많이 먹고 살을 뺀다고 아침을 굶고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서 과식을 10년 동안이나 해온 것이었다. 설탕과 과식으로 췌장이 너무 발달해 인슐린 과다증이 생겼고, 그 결과 저혈당증상들이 나타나면서 나를 그렇게 괴롭혔던 것이다.
치료방법은 간단했다. 저혈당의 치료는 식이요법뿐이었고 조금씩 자주 먹는 3식 3간식이었다. 내가 아팠던 증상들이 책에 다 나와 있었다. 즉시 식이요법을 시작하자 금방 몸이 좋아졌고 기운이 나기 시작했다.
연구 도중 저혈당에 걸린 미국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이 병이 숨겨진 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이 병을 알려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잘못 먹어 생기는 저혈당병을 알리기에는 간호사로서 영양지식이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되어 영양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41살인 1992년 일리노이 주에 있는 대학(Northern Illinois University)에서 영양학 학사과정을 끝내고 47살인 1998년에 영양학 석사과정을 마친 것이 저혈당 연구와 교육의 밑거름이 되었다.

내가 저혈당(인슐린 과다증)에 걸린 이유
 
첫째, 살을 뺀다고 10년 동안 아침을 굶고 한꺼번에 밥을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기름진 음식과 단것들을 많이 섭취하여 체중이 50kg에서 62kg이 되었다. 시어머니께서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팔이 가늘었는데” 하셔서 10년 동안 살을 뺀다고 매일 아침을 안 먹고 집안일을 일부러 심하게 움직이면서 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면 살이 빠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 배를 쑥 집어넣으면서 거울을 쳐다보고 웃다가 오후 2시가 되면 배가 너무 고파 흰밥 3공기를 눈 깜짝할 사이에 해치웠다. 이렇듯 한꺼번에 과식을 하니 살이 빠지기는커녕 점점 더 살이 쪘고 그러면서 인슐린 과다증이 온 것이다.
둘째, 탄수화물 음식(밥, 국수)을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
나는 흰밥 3공기에 김치만 주로 먹었으니 거의 탄수화물만 섭취한 셈이다. 당 처리를 많이 해야 하니 췌장이 인슐린을 많이 분비해야 했고 그 결과 인슐린 과다증이 온 것이다.
셋째, 미국에서 단것, 단 음료를 많이 먹었다.
파티에 가면 먼저 나온 음식들을 배가 터지게 먹고 난 후에 디저트라고 또 한 접시를 다 먹었으니 저혈당이 된 것도 당연하다. 그 당시 수고한 췌장한테 정말 미안하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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