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 on Spirituality 64

 “십계명 묵상” 네 번째로,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라”(출 20:8)는 말씀을 묵상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인 일요일, 곧 주일을 안식일로 지킵니다. 안식일 계명에서 우리는 3가지 안식일 정신을 묵상해야 합니다.

쉬어라

첫째, “쉬어라”는 단순한 명령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쉼으로 초대하십니다.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일곱째 날은 네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아무 일도 하지 말라”(출 20:9). 하나님이 쉼으로 초대하시는 이유는 하나님도 세상을 창조하실 때에 6일 동안 창조하시고 일곱째 날에 쉬셨기 때문입니다(출 20:11). 하나님이 쉬셨으니 우리도 쉬라는 것입니다. 일상의 노동에서 벗어나 안식일의 기본 정신인 쉼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잘 쉬지 못합니다. 바쁜 삶 속에서 쉬기는커녕 항상 뭐라도 해야할 것 같고, 쉬면 뒤처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쉬지 못합니다. 하루 쉬려고 하다가도 ‘내가 오늘 쉬지 않고 일하면 얼마를 버는데’ 생각하면 쉬지 못합니다. 공부하는 사람들은 ‘내가 오늘 쉬면 다른 사람들이 연구에서 얼마나 앞서 나가는데’ 생각하면 쉬지 못합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쉬는 것은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우리는 쉬는 것을 게으른 것이라 생각하고, 심지어 쉬는 것에 대한 죄책감마저 느낍니다.

그런데 쉼은 꼭 필요합니다. 쉼은 우리를 창조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쉼은 바쁘게 달려가던 일상에서 멈추어 우리를 존재의 깊은 곳과 연결시켜 줍니다. 김기석 목사의 『아, 욥!』이라는 책에는 한 부부의 여행 이야기가 나옵니다. 네팔에 여행 갔던 부부가 산 위의 호수에서 뱃놀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호수에 히말라야의 눈덮힌 산이 영롱하게 비치고, 햇살이 쏟아지는 찬란한 날에 부부가 단둘이 배의 노를 젓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아내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합니다. “여보, 이젠 죄짓지 맙시다!” 호수 위에서 배를 타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면서 죄짓지 말자니, 뜬금없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말에 깊이 공감할 수 있습니다. 일상의 삶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자연에 파묻혀 있으면, ‘내가 무엇을 그리 붙잡고 살아가나, 내가 무엇을 그리 아둥바둥하면서 살아가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상의 일들에서 해방되어 나의 존재의 깊은 곳과 연결되는 순간입니다. 이것이 정확히 안식일의 정신입니다.

김용규 교수는 『데칼로그』에서 안식일이란 '존재물에서 해방되어 존재 자체에 머무르는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안식일에 일상의 존재물에서 벗어나, 나라는 존재 자체에 머무르라고 초대합니다. 6일 동안 무엇이 되려고 애쓰던 삶에서 멈춰서고, 무엇을 소유하려고 애쓰던 욕망에서 자유로워져서, 하나님 안에서 진짜 나라는 존재 자체에 깊이 머무르는 시간이 안식일입니다. 이것이 “쉬어라”는 안식일 정신에 담긴 의미입니다.

하나님 안에서 쉬어라

둘째, 안식일의 정신은 하나님 안에서의 완전한 쉼입니다. 안식일에 나라는 존재에만 머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하나님이라는 존재 안에 머무르게 됩니다. 그때 우리는 완전한 쉼을 얻습니다. 십계명이 소개되는 또 다른 책인 신명기에는 안식일의 근거로 출애굽의 구원 사건을 기억할 것을 강조합니다. “너는 기억하라. 네가 애굽 땅에서 종이 되었더니 네 하나님 여호와가 강한 손과 편 팔로 거기서 너를 인도하여 내었나니, 그러므로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명령하여 안식일을 지키라 하느니라”(신 5:15). 하나님이 안식일을 지키는 근거로 이스라엘을 구원해 주신 사건을 떠올리게 하시는 이유는 우리를 구원해 주시는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만 진정한 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안에서 구원의 은혜를 경험하고, 하나님 안에 들어가서 풍성한 생명력을 공급받고 있을 때, 우리는 진정한 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거스틴은 젊은 시절의 오랜 방황을 끝내고 하나님을 만나게 되는 순간 참된 안식을 발견하고는 『고백록』 첫 장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우리가 하나님 안에 있기 전까지 우리 영혼은 편안하지 않습니다.” 우리도 이러한 경험을 합니다. 무언가 삶은 안정되고 편안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 불안과 공허함이 있는 것은, 내가 하나님 안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쉼을 경험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나님 안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생명력을 공급받고 있는 사람은 삶의 풍랑과 파도가 몰아치는 순간에도 하나님이 주시는 평안 속에 머뭅니다.

아브라함 요슈아 헤셸은 『안식일, The Sabbath』이라는 책에서 안식일을 '시간의 지성소'를 만드는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지성소는 성막에서도 가장 안쪽에 있는 곳으로 대제사장도 일년에 한 번밖에 들어가지 못하는 거룩한 곳입니다. 그곳은 하나님이 임재하시겠다고 약속한 곳이고, 하나님의 생명력과 연결되는 장소입니다. 아브라함 헤셸은 안식일은 바로 하나님을 만나는 지성소가 되는 날이라고 말합니다. 우리에게 주일은 일상의 시간이 하나님을 만나는 지성소로 변하는, 시간의 성화가 이루어지는 날이고, 하나님 안에 머무르며 하나님의 생명력을 공급받는 시간의 지성소를 경험하는 날입니다.

함께 쉬어라

셋째, 안식일의 정신은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쉬는 것입니다. 강영안 교수는 『십계명 강의』에서 안식일 계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합니다. '쉬어라. 쉬되 예배드리면서 쉬고, 남과 더불어 쉬어라.' 안식일 계명을 잘 요약한 문장입니다. 특별히 남과 더불어 쉬는 것이 안식일의 중요한 정신입니다. “일곱째 날은 네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이나 네 여종이나 네 가축이나 네 문안에 머무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말라”(출 20:10). 이 말씀에선 쉴 수 없는 사람들이 소개됩니다. 남종이나 여종, 가축은 자기 스스로 쉴 수 있는 권리와 힘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주인이 쉬게 해주어야 쉴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십계명의 제4계명은 쉼의 권리가 없는 사람들과 함께 쉬는 것이 안식일의 정신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 주변에도 안식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음의 고통과 상처 때문에 안식할 수 없는 사람들, 삶의 무게와 어려움 때문에 쉼을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안식일의 정신은 함께 쉬는 것입니다. “교회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라고 말하는 아베 피에르 신부의 말을 기억해야 합니다. 함께 안식하기 위해서 기도하고, 함께하고, 도움을 주어야할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이것이 안식일의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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