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V에 복음을 싣고 달리다(15)

미국 50개 주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떠날 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1982년 1월 미국에 와서 2002년 1월까지 꼭 20년 살아 온 모든 것들을 정리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집 정리를 하면서 얼마나 많이 회개했는지 모릅니다, 쓰지도 않으면서 구석구석 쌓아 놓았던 물건들과 입지도 않으면서 걸어 놓았던 옷들을 보면서 욕심껏 움켜쥐고 살아온 나의 모습이 얼마나 불쌍하던지 회개의 눈물이 한없이 흘렀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하시니 저희가 곧 그물을 버려두고 예수를 좇으니라.”(마태복음 4:19-20)고 성경은 전합니다. 야고보와 요한이 곧 배와 부친을 남겨두고 예수님을 좇았듯이 우리도 그동안 아끼던 것들과 사랑하는 자식들과 손녀들도 다 남겨두고 떠나야 했습니다.

중고 RV(recreational vehicle)도 준비되었고 모두 정리가 되었지만 남편이 일하던 차와 장비는 정리되지 못한 채 그냥 남아 있었습니다. 누구든지 성실하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넘겨 주고 떠나려고 했지만 찾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있을 때, 떠나기 전날 밤 9시에 어떤 분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만났습니다. 그분은 누구의 소개로 왔다고 하면서 무조건 1만5천 불을 남편의 손에 쥐어 주고 차량과 모든 장비를 가지고 갔습니다.

아! 신실하신 하나님 ! 마지막 순간에 모리아 산에서 하나님께 바치려는 이삭을 구해 주신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은 우리의 중심을 보시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보내셔서 떠나는 우리의 필요를 채워 주신 하나님을 경험하고 너무 기뻤습니다.

그러나 기뻐하며 의기양양한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전도하러 보내시며 하신 말씀을 우리 부부에게 하시는 것으로 받았습니다.

“너희 전대에 금이나 은이나 동이나 가지지 말고... 일꾼이 저 먹을 것 받는 것이 마땅함이니라”(마태복음 10:9-10).

미국 50개 주를 향해 방향도 없이 떠나면서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어떻게 떠날 수 있을까요?  그러나 하나님은 약속을 신실하게 지켜 주시는 분임을 경험했기에 꼭 헌금해야 할 곳과 나누어 주어야 할 사람들에게 조금씩 분배할 때에 마음은 가볍고 감사가 넘쳤습니다. 하나님의 비전을 따라 정처 없이 광야 같은 길을 떠나는 우리 부부는 각오가 되어 있었습니다.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마태복음 10:16).

1943년생 동갑으로 59세가 된 우리 부부는 하나님께서 함께하심을 확실히 믿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담대히 나갈 수 있도록 믿음을 주셨고 용기도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비전을 이루어 드리고 싶어 달려가는 길이지만 토끼같이 예쁘고 귀여운 두 손녀딸 은빛과 나래를 볼 수 없음이 제일 안타까웠습니다.

2002년 6월 1일, 중고 RV에 복음을 싣고 순례의 길을 떠나려는데, 4살짜리 큰 손녀딸 은빛이 쏜살같이 RV를 타면서 “나도 할아버지 따라 갈래. 나도 전도하러 따라 갈래” 하고 울면서 운전대 밑으로 숨어 버렸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헤어지는 게 싫어서 우는 아이를 달래서 내려놓고, 가족들과 눈물로 헤어졌습니다. 우리가 마켓 앞에서 전도할 때에 큰 아들 가족이 마켓에 오면 큰 손녀딸 은빛에게 전도지를 주고 전도하라고 했기 때문에, 그애는 전도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RV에 쌀 몇 포대와 장아찌(고추, 무, 오이)를 싣고 개스를 가득 채우고, 오라고 하는 곳 없어도 천하보다 더 귀한 한 영혼을 찾아 무조건 길을 나섰습니다. 그동안 기도를 많이 해왔지만 그래도 제일 먼저 찾아 간 곳은 기도원이었습니다.

“보내심을 받지 아니하였으면 어찌 전파하리요 기록된바 아름답도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들의 발이여 함과 같으니라”(로마서 10:15).

우리 부부가 하나님으로부터 보내심을 받았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준비된 영혼들을 만나게 해주실 것과 우리 부부가 성령 충만하도록 기름 부으심을 받고 맡겨주신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능력 주실 것을 간구하기 위해서 기도원으로 향했습니다. 설레고 감격스런 마음으로 운전하며 찬송가 344장을 힘차게 불렀습니다.

“이 눈에 아무 증거 아니 뵈어도 믿음만을 가지고서 늘 걸으며 이 귀에 아무 소리 아니 들려도 하나님의 약속위에 서리라 / 이 눈에 보기에는 어떠하든지 이미 얻은 증거대로 늘 믿으며 이 맘에 의심 없이 살아 갈 때에 우리 소원 주 안에서 이루리 / 당신의 거룩함을 두고 맹세한 주 하나님 아버지는 참 미쁘다 그 귀한 모든 약속 믿는 자에게 능치 못할 무슨 일이 있을까 / (후렴) 걸어가세 믿음 위에 서서 나가세 나가세 의심 버리고 걸어가세 믿음 위에 서서 눈과 귀에 아무 증거 없어도“

우리 부부는 59세에 조기 은퇴를 하고 인생의 하프 타임을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영혼 구원을 위하여 떠나고 있기에 필사적으로 매달려 기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2002년 6월 한국에서 월드컵 축구 게임이 있었습니다. 기도원에 올라온 사람들도 축구 게임을 보면서 열광적으로 함성을 지르며 대한민국을 외치며 박수를 치면서 응원하는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새벽 제단에서도 온통 축구 이야기로 떠들썩했고 박자 맞추어 손뼉을 치면서 ‘대한민국 ! 대한민국 !’외치면서 16강, 8강, 4강까지 올라갔다고 기뻐하는 아우성 소리는 대단했습니다.

남편도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지만 축구 구경을 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께서 우리를 앞으로 어떻게 인도해 주시며 어떻게 사용하실지를 구하면서 기도에만 전념할 때에, 또 한 가지 가장 중요한 회개 기도를 하게 하셨습니다. 축구공 하나 들어갔다고 저렇게 기쁨으로 아우성을 치는데 우리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구원의 축복에 얼마나 감격하고 기뻐했는지를 생각하게 하셨습니다. 내 영혼이 지옥에 갈 수밖에 없었을 때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 은혜로 구원 받았던 그 기쁨이 사람들이 축구공 하나 들어갔다고 아우성치며 기뻐하는 것만도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회개하며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죄 사함을 받은 기쁨 ! 하나님의 자녀 된 기쁨이 세상에서 제일이고 축구공 하나 들어가서 기쁜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인데 저 사람들이 기뻐 외치는 함성보다 우리를 구원해 주신 기쁨의 함성이 크지 못했음을 회개했습니다.

이제 감격스러운 구원의 큰 기쁨을 갖고 이 귀한 복음의 소식을 세상에 나가서 크게 외칠 것을 다시 결단했습니다. 기도원의 고 목사님께서 축구 구경도 하지 않고 기도하는 우리를 보시고 그 지역에 오래 살면서 교회에 나오지 않는 분들을 소개해 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전도가 시작되었습니다.

RV로 좁은 골목길을 들어갈 수 없기에 목사님께서 차를 빌려 주셔서 어떤 집에 갔는데, 60대 중반의 여자분으로 미국에 와서 그곳에서 산 지 33년이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집을 떠나 처음 전도하던 그날 성령님의 역사하심으로 놀랍게도 그 분은 감격적으로 예수님을 영접하였습니다. 그 지역에 살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전도를 받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고 거부하던 불신자였는데 하나님께서 우리 부부를 사용하여 주심에 기뻤습니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사도행전 16:31).

우리 부부가 전한 복음을 듣고 성령의 역사하심으로 예수님을 영접한 후에, 장성한 아들과 함께 그 다음 주 교회에 나와 처음 예배를 드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 교회 전도사님은 “이것은 정말 기적입니다. 저분들이 교회에 나왔다는 것이 기적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 매일 일어났습니다.

또 어떤 분은 서울대를 나왔고 사우디에 가서 일할 때 동료가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 일하면서도 매일 조그만 종이에 무엇인가를 써가지고 암송하면서 기뻐하는 것을 보고 무엇이 그렇게 기쁘고 좋으냐고 그에게도 그것을 줄 수 없느냐고 말했답니다. 그 동료는 성경구절을 주면서 읽으면 힘이 나고 기쁘다고 했지만, 막상 본인은 암기도 많이 했어도 여전히 불신자로 돈 버는 일에만 몰두하며 살아 왔다고 했습니다. 그분에게도 예수님을 전했을 때 복음은 능력이 되어 하나님께 굴복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께서 구원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사도행전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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