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티 어딜 가나 대형마트를 만난다. 그곳에 가면, 판매가능한 모든 물건들을 살 수 있다. 정말 없는 게 없다. 책도 팔고, 꽃도 팔고 케익도 판다. 하지만 대자본에 밀려 이미 사라졌거나 지금 쇠락해가는 자그마한 서점과 꽃집과 빵집의 아늑한 분위기, 고요한 쉼은 그 어느 곳에도 없다.

“내년 4월이면 기독교 서점을 연 지 만 30주년이 된다.”라고 최인영 목사가 환하게 웃었다.

서점이 이전했다는 연락을 받고 기자가 찾아간 9월 12일 오후, 전날 밤 교통사고로 손을 다쳤다면서 붕대 감은 손을 내민 최인영 목사는 기독교 서점 ‘생명의 말씀사’의 주인이다. “1988년 4월, 중서부 지역 최초로 기독교 전문 서점이 문을 열었다. 로렌스에서 시작해 링컨 애비뉴를 거쳐 밀워키 애비뉴로 이전했는데, 판매 부진으로 규모를 줄이게 되었다.”면서, 이번에는  같은 건물의 좀 더 작은 점포로 이전했다고 최 목사는 설명했다.

82년에 유학생으로 미국에 와서 목사 안수도 받았지만, “한국에서 생명의 말씀사 영문서적부에서 일한 인연”으로 최 목사는 생명의 말씀사 지사를 열고, 문서 선교에 올인하게 되었다. “10년 전쯤에 개인적으로 서점을 인수했다. 요즘은 인건비도 제대로 나오지 않지만 책이 좋아서 은퇴하는 날까지 서점 운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최 목사는 말했다.

시카고 안팎의 한인들은 서점에 와서 직접 책을 구입하고, 주변의 다른 주(미시건, 인디애나, 위스칸신, 미조리, 일리노이, 아이오와, 오하이오, 플로리다 등)에 사는 한인들은 주문 판매를 주로 한다고. “타지역과 시카고 지역의 도서 구입 비율이 그동안 5:5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지방 한인교회들과 시카고지역 한인교회들의 도서 구입비가 2: 8로 바뀌었다. 지방한인교회의 교세가 줄어든 탓”이라며, 최 목사는 “교회가 잘 되어야 기독교 서점이 잘 된다”고 말했다.

생명의 말씀사의 고객은 주로 성도들이다. “새 신자 환영식이나 장로 임직식 등의 주요 행사때 선물을 하려고 서점을 많이 찾는다”면서, 최 목사는 “목사님들이 독서를 많이 해서 성도들에게 본이 되고 책 소개도 하면 좋겠다. 시카고 지역의 교회는 250개 정도인데, 매달 오시는 목사님은 열 분 미만이고, 6개월마다 오시는 목사님은 20~30명, 1년에 한 번 정도 오시는 목사님은 50명 정도이다.”라고 말했다.

소셜 미디어와 스마트폰과 동영상의 시대에 과연 누가 책을 볼까? 책을 꼭 읽어야 하는 걸까?

“좋은 책과의 만남은 신앙과 인격을 살찌운다”라고 전면 유리창에 붙여 놓은 문구가 서점을 운영하는 이유이자 목적이라 강조하는 최 목사는 “영상은 일회적이고 즉각적인 판단을 요구하지만, 영혼의 양식인 기독교 서적은 두고두고 읽을 수 있고, 사색을 통해 성숙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좋은 책을 발견하면 나눠 읽고 선물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칠순이 된다는 최 목사는 서점 운영으로 돈을 벌 수 없는 세상이 되었지만, “교회와 교인들에게 책으로 도움을 주고, 시카고 교계의 밑거름이 되고 싶어” 기운 있는 한 서점 지킴이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혹시 한인 크리스천들이 전자책을 즐겨 보는 건 아닌지?

“미국은 전자책에서 종이책으로 돌아오는 추세이다. 서점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고 한다.”면서, 최 목사는“하지만 한국에서는 종이책이나 전자책 판매 모두 저조하다. 소장하고픈 고급 액서세리쯤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탄식했다.

기독교 서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책은 무엇일까?

"당연히 성경이다. 두번째로 잘 팔리는 책은 설교집이다.” 미국인들이 여러 권의 성경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버전이 바뀔 때마다 성경을 사들이기 때문이라고 최 목사는 풀이했다. 영어 성경의 경우, NIV는 한물갔으며, KJV는 어렵게 여기는 이들이 많아서 덜 팔리고, 지금은 ESV가 가장 잘 팔리고 있다고 한다. 한글 성경의 경우, 교회마다 사용하는 성경 버전이 달라서 개역한글판과 개역개정판 성경이 고르게 팔린다고 한다.

그런데 영성 서적보다 설교집이 더 잘 팔리는 이유는 무얼까?

“인터넷 유튜브나 기독교방송을 통해 설교를 듣고 감동 받으면, 그 목사의 설교집을 사러 오는 분들이 많다.”면서 최 목사는 “요즘은 팀 켈러 목사의 설교집을 많이들 찾는다.”고 전했다.

“서점 살리기!”가 당면 과제라는 최 목사는“서점이 살아나려면, 한인 성도들의 책 사랑과 교회 부흥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개인의 신앙 성숙과 교회 성장의 바탕에는 신앙 서적 읽기가 포함된다. 우리 모두 선순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모두 책에 있다.’(에이브러햄 링컨)

생명의 말씀사
주소 : 8858 N. Milwaukee Ave. Niles. IL 60714
전화 : 847-296-3160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