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어지럽다. 곳곳에서 대형 사고가 터지는가 하면, 내일을 예측할 수 없고 인종 멸망을 감행할 만한, 가공할 핵 위협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위기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래서 그런지 요즈음 우리는 위기 앞에 너무도 태평하고 태연한 삶을 살고 있다.

Horace Vernet, 예루살렘 폐허 위의 예레미야

B.C. 600여 년 전, 유대 민족이 국가적 난국 속에 함락의 위기에 놓였다. 다행히 예레미야라는 선지자가 있어서 국가의 위기를 외치기는 했지만, 위정자들과 모든 종교인들은 이를 믿지 않고 오히려 나라의 평강을 외치며, 예레미야를 구속하고 고도의 수단을 써서 죽이려고까지 했다. 당시 남겨진 글에선“가장 작은 자로부터 큰 자까지 다 탐남하며 선지자로부터 제사장까지 다 거짓을 행함이라 그들이 내 딸 내 백성의 상처를 심상(尋常)히 고쳐 주며 말하기를 평강하다 평강하다 하나 평강이 없도다”(렘 8:10-11)라고 했다. 그리하여 당시의 백성들은 거짓 종교인들과 위정자들의 말에 현혹되어, 그 가공할 만한 위기 앞에서도 평강의 노래를 부르며 태평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경제적 풍요가 큰 몫을 했다. 당시의 유다는 경제적으로 배가 불렀고, 이로 인해 마음껏 쾌락과 방탕의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당시의 기록을 보면 “네 자녀가 나(하나님)를 버리고 신(神)이 아닌 것으로 맹세하였으며 내가(하나님) 그들을 배불리 먹인즉 그들이 행음하며 창기의 집에 허다히 모이며”(렘 5:7)라고 했다. 그리고 외치기를, “여호와는 계신 것이 아닌즉 재앙이 우리에게 임하지 않을 것이요 우리가 칼과 기근을 보지 아니할 것이며”(렘 5:12)라면서, 심지어 권력층은 바른 말로 예언하는 선지자들에게 “사람이 만일 허망히 행하며 거짓으로 이르기를 내가 포도주와 독주에 대하여 네게 예언하리라 할 것 같으면 그 사람이 이 백성의 선지자가 되리로다”(미 2:11)라며, 선지자들의 바른 사역과 예언을 묵살했다.

언젠가 벼락 치듯 닥칠 핵 위기에 너무도 태평하고 안일한 한국 정부와 국민에 대해 주변 국가들과 전 세계가 오히려 크게 우려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만 보더라도, 핵을 대비한 주민들의 대피 훈련은 물론, 자위대의 증력과 무력 준비를 당사자인 한국보다 더 눈에 띄게 하고 있으며, 각국마다 자국민 보호를 위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사람들의 대피 훈련도 실행하고 있다. 그런데 얼이 빠진 듯한 한국 정부와 관료들은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국민을 속이며 아직도 평강을 외치고 있는 실정이다. 마치 멸망 직전의 옛 유다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위기에도 한국에 진정한 선지자나 예언자가 없다는 것이다. 교회도 많고, 신자들도 많고, 지도자들도 많고, 외치는 자들도 많지만, 막상 핵 위기에 직면한 이때, 옛 유다의 선지자 예레미야와 같은 이들의 외침이 없다는 것은 가장 큰 우려가 아닐 수 없다. 혹시 오늘의 한국 교계가 하나님 보시기에 옛 유다처럼 “선지자들은 거짓을 예언하며 제사장들은 자기 권력으로 다스리며 내 백성은 그것을 좋게 여기니 그 결국에는 너희가 어찌하려느냐”(렘 5:31)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다시 하나님의 말씀을 경청하자. “그 넓은 거리에서 찾아보고 알라 너희가 만일 공의를 행하며 진리를 구하는 자를 한 사람이라도 찾으면 내가 이 성을 사하리라”(렘 5:1)는 경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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