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땅에 개신교회 선교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사람들은 언더우드와 아펜셀러였다. 각각 미국 장로교단과 감리교단의 파송을 받았다. 그들은 1885년 4월 부활주일에 같은 배를 타고 인천에 내렸고, 서울 중심부에 선교본부를 마련했다. 선교사이니까 물론 교회를 세웠다. 1887년에 약속이나 한 듯 새문안교회, 정동제일교회를 설립했다. 그런데 교회보다 더 먼저 세운 것은 학교였다. 교회 설립 2년 전인 1885년 6월에 배재학당, 1886년에 이화학당이 개교했다.

그런데 미국 선교사들이 교회보다도 학교보다도 더 먼저 문을 연 선교기관이 있었다. 바로 병원이었다. 아펜셀러/언더우드보다 한 해 앞서서 한국 땅을 밟은 알렌 선교사가 병원 설립자였다. 그는 감리교 계통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의사가 된 뒤에 장로교의 선교사 겸 외교관으로 한국에 왔다. 그래서 먼저 병원을 개설했으니 그때가 1885년 2월이었다. 

병원 이름을 처음에 광혜원으로 했다가 정부기관 종합병원인 제중원으로 확대 개편했다. 이어서 그 병원에 최초의 의과대학도 세웠고, 그것이 세브란스를 거쳐 연세의대와 그 부속병원이 되었다. 동시에 서울의대 부속병원의 전신이기도 했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미국 선교사들은 선교의 3대 기본기관인 교회, 학교, 병원을 한국 땅에 우선적으로 설립했고 튼튼하게 발전시켰다. 병원은 육신의 구원, 학교는 인격의 구원, 그리고 교회는 영혼의 구원을 감당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처음에는 광혜원이나 제중원이던 것이 어찌하여 ‘병원’으로 이름이 바뀌었을까. 영어의 호스피탈(hospital)은 ‘광혜원’(廣惠院)이나 제중원(濟衆院)에 더 가깝다. 호스트(host), 즉 손님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는 뜻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광혜원은 혜택을 널리 베푼다는 뜻이고, 제중원은 많은 사람을 구제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그것이 병원(病院)으로 둔갑해서 ‘병들게 해주는 센터’라는 뜻이 되었다. 요즈음 많이 쓰는 메디칼 센터의 ‘메디칼’도 치료 혹은 치료자라는 뜻임에랴. 더 연구가 필요하지만 병원은 일본에서 들어온 말 아닐까.

병원에 갔다가 치료는커녕 병만 잔뜩 얻어가지고 나왔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병원’은 글자 그대로 하면 ‘병들게 하는 센터’이니까 그 이름대로 된 셈 아닐까. 결국 호스피탈의 목적 곧 치료에 대한 자기 반역 아닌가. 그래서 제안한다. 병원보다는 ‘치료원’(healing center)으로 바꾸어야 한다. 학교가 건실한 학생을 더 불량하게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교회가 병든 영혼을 더 중병에 걸리게 해서야 되겠는가. 그런 학교, 그런 교회가 있다면 자기 반역 아닌가.

그래서 또 한 번 소리를 질러 본다. “병원은 질병 치료원이 되어야 한다~ 학교는 인격 치료원이 되어야 한다~ 교회는 영혼 치료원이 되어야 한다~”

(대표저서: 목회자의 최고표준 예수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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