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왕이 되려고 합니다. 또는 왕을 요구합니다. 왕이라는 말을 대통령, 리더, 사장이라 바꾸어도 좋습니다. 자기 삶에 대한 셀프 컨트롤파워를 행사할 수 있는, 주도적 인간이 되고 싶어 합니다. 나아가 다른 사람의 삶이나 조직에도 영향력을 끼치며 살고 싶어 합니다. ‘누구나’ 이런 소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것은, 그것이 본능에 가깝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성경에 의하면 하나님의 뜻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하나님 자신 외에는 인간 누구도 진정한 왕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인간에게 보여 주십니다. 이스라엘의 초기 역사에 등장하는 왕들의 이야기는 그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사울과 다윗, 솔로몬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비록 왕이 되지 못했지만 왕이 되기를 간절히 원했던 왕 아닌 왕 압살롬과 아도니야도 포함해 보았습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평가 기준에 따라 여러 설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먼저 하나님과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보면, 사울은 좋은 관계로 시작했으나 후에 하나님께 등을 돌려 결국 버림받은 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윗은 모범과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하나님과 끝까지 함께한 왕이고(그래서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왕이라는 평가를 받지요), 솔로몬은 처음과는 달리 마지막에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 관계가 소원해진 왕입니다. 압살롬과 아도니야는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도 형성된 적 없고, 하나님의 뜻에 상관없이 인간적인 욕망과 계산으로 행동한 하나님과 상관없는 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치사적 관점에서 보면, 사울은 이스라엘 최초의 왕으로 왕정시대를 연 공로가 있지만, 왕조를 이어가는 데는 실패한 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윗은 위기와 역경을 극복하고 화해와 통합의 리더십으로 이스라엘 나라가 번영할 수 있도록 기초를 닦은 왕이고, 솔로몬은 부친의 업적을 토대로 이스라엘의 전성기를 누린 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누리기만 했지 후손들에게 좋은 유산을 물려 주지 못했습니다. 압살롬과 아도니야는 분노와 정치적 욕망을 관리하지 못하고 반역을 일으켜, 정치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분열의 주범이 된, 왕 아닌 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배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울은 예배받으시는 하나님보다는 예배하는 자신이 주인인 교만한 예배자라 할 수 있습니다. 다윗은 모든 상황에서 오직 하나님을 기억하고, 상한 심령과 목마름으로 나아간 겸손한 예배자이고, 솔로몬은 화려한 의식과 장식에 도취되어, 주신 은혜를 남용하고 영과 진리로 예배하는 법을 잃어버린 형식적인 예배자라 할 수 있습니다. 압살롬과 아도니아는 하나님을 자신의 출세나 성공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거짓 예배자입니다.

리더십의 관점에서 보면, 사울은 타인을 용납하지 못하고 자신이 모든 것을 다 가져야만 안심하는 불안한 리더입니다. 반면 다윗은 섬길 줄 알고 용서하고 위임할 줄 아는 온유한 리더, 포용력 있는 리더이고, 솔로몬은 지혜라는 탁월한 은사로 백성들을 움직이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재능 있는 리더입니다. 압살롬과 아도니야는 사람들의 불안과 욕망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교활한 리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격 또는 정신건강의 관점에서 보면, 사울은 과거의 상처와 열등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성인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윗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 속에서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 승화시킴으로써 자기 발전의 토대로 삼은 성숙인이라 할 수 있고, 솔로몬은 풍요와 지위의 특혜를 바르게 관리하거나 절제하지 못한 미숙한 자유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압살롬과 아도니야는 상처의 아픔을 치유하거나 기본적인 욕망을 절제하는 훈련의 과정을 거치지 못해 비뚤어져 버린, 비극적인 유망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학문적이진 않지만 나름대로 이스라엘 왕정시대에 관한 말씀을 읽으며 가지게 된 각 등장인물에 대한 이미지입니다. 모두들 훌륭한 왕이 되려고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이 중 어딘가에 자신의 모습이 있지 않을런지요. 그나마 다윗은 최고의 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것은 그에게 공만큼이나 과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겸손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나님 앞에 무릎꿇는 겸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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