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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사고와 개인의 분별 ①
박준형 칼럼니스트  |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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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30  01: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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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개인적인 분별의 문제도 결국 개인의 것만은 아니다. 그 문제는 어떤 특정한 집단과 연결되어 있다. 사람 사이를 말하는 ‘인간(人間)’의 문제가 한 인간의 독단적인 문제일 수만은 없다.

무슨 말인가? 우리가 아무리 개인적인 문제로 분별을 한다고 해도, 그래서 영적으로 자유로워지고 싶어도, 이 문제는 우리가 속한 집단과 연관되어 있거나, 그 집단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집단의 영향이, 우리의 영적인 자유함에 심리적인 간섭이나 방해물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집단의 범주는 상당히 넓다. 가장 가깝게는 가족도 집단이고, 교회 공동체도 집단이다. 일하는 직장도 집단이고, 한 달에 한 번 주말농장에서 만나는 이웃들도 집단이다. 크게는 우리가 성장한 문화도 집단에 속한다. 당장 눈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때, 이 문제가 일차원적인 산수 문제가 아니라 다자의 이해가 걸려 있고, 한 개의 정답도 없고, 복수의 대안 가운데서 분별해야 한다면, 축구 시합 전에 공중으로 동전 던지듯이 수 초만에 결정할 수는 없다. 그것도 혼자서!

지난 호에서 다룬 기대와 집착의 문제 그리고 완벽주의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우리의 영적 자유함과 분별을 훼방하는 심리적 기제들이었다면, 이제는 집단이 우리의 분별 과정에 어떤 방해가 될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1986년 1월,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는 겨울의 추운 날씨와 강풍으로 네 차례나 발사가 연기됐다. 추운 날씨는 우주 왕복선의 안전한 비행에 매우 위험했기 때문이다. 이 우주 왕복선은 예산을 줄이기 위해 유인 우주선으로는 처음으로 고체 연료 로켓을 사용했다. 고체 추진제 로켓은 연료가 채워진 몸통으로 이뤄진 매우 간단한 구조로 되어 있다. 따라서 연료통과 펌프, 로켓 엔진 등 여러 부속품으로 구성된 액체 추진제 로켓에 비해 제작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특히 우주 왕복선에 딸린 고체 추진제 로켓은 그 규모가 커서 몇 개의 몸통을 연결해 만든다. 이 때문에 연결 부위가 약한 게 흠인데, 몸통 연결 부분의 틈에는 뜨거운 추진제 연소 가스가 빠져 나오지 않도록 고무링을 끼웠다. 문제는, 날씨가 추워지면 이 고무링이 딱딱해져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로켓을 만든 미국의 티오콜사(社)는 이처럼 추운 날씨에 우주 왕복선을 발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NASA에 통보했다.

그러나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 우주 비행을 연기할 수는 없었다. 결국 1986년 1월 28일, 미국의 많은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곱 명의 우주인을 태운 챌린저호는 발사됐고, 73초만에 폭발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이 폭발 사건으로 미국의 우주 방위 계획은 치명타를 입었다. NASA의 그 누구도 자신들이 만든 세계적인 우주왕복선이 부품 하나 때문에 폭발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 사건은 기술상의 결함이 포커스가 아니다. 사전에 문제가 수 차례 제기됐음에 불구하고 집단에 의해 철저히 무시되었다는 게 문제였다. 우주선의 발사를 앞두고 수많은 관련자나 기관, 크게는 국가의 이해가 집중되어 있을 때 한 기술자의 문제 제기는 철저히 무시되었다. 이 우주선을 제 시간에 띄우기 위해 수년간 준비해 왔다. 막대한 인적, 물적 자원이 투입됐다. 온 세상의 관심이 이 우주선의 발사에 몰려 있었다. 카운트다운은 시작되었다. 누가 감히 이 시간을 늦출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상태에서는 집단의 지성이 발휘되기 어렵다. 문제 제기는 도리어 집단의 이익에 반하는 이적 행위로 간주된다. 이때는 만장일치 혹은 다수결이라는 좋은 제도가 소수의 의사를 무시하는 최악의 의사결정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필자가 일전에 번역해 한국에 소개한 『펭귄 나라로 간 공작새』(진명출판사,2001)는, 책 제목처럼 자신과는 전혀 다른 집단인 펭귄나라로 간 한 공작의 적응 과정을 다룬, 집단주의 문제를 ‘다양성’이란 렌즈로 재조명한 우화이다. 이 책에는 집단 사고의 예를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건 우리가 해오던 방식이 아니야!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그냥 내버려 둬!”“입 다무는 게 좋아. 직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여기서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가 없어!”“그렇게는 할 수 없지!”“괜한 풍파 일으키지 마!”“몸 사리는 게 최고야! 좋은 게 좋은 거잖아!”“만약 네가 그것을 말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질할 걸!”“그건 네 일이 아니야! 다른 사람이 하도록 내버려 둬!”“잘못된 것은 감추는 게 상책이야!”

이와 같이 집단주의가 팽배하거나 타인에 대한 기대가 그 선을 넘을 때 우리들의 심신마저 마비될 수 있다고, 제임스 마틴 신부는 자신의 이스라엘 순례기인 『예수, 여기에 그가 있었다』(가톨릭출판사, 2016)에서 밝힌다.

“이건 나를 참으로 무기력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어떤 행동을 하든 어떤 사람에게는 인정을 받을 것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멸시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고 싶다는 지나친 욕구 때문에 나는 내 자유를 서서히 제한했다. 그러나 예수님이 나자렛에서 거부당한 이야기(눅 4:16-30)는 내 자신이 만든 감옥에서 나를 자유롭게 풀어 주었다. 마치 하나님이 그 피정에서 나에게 이렇게 물어보시는 것 같았다. ‘모든 사람이 왜 너를 좋아해야 하느냐? 네가 어떤 종류든 자유를 얻으려 한다면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고자 하는 욕구(인정 욕구와 집단 사고)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겠느냐?’”

이와 같이 우리에게 자유가 아닌 구속을 주는 집단 사고나 무리한 인정 욕구가 교회 안에서 신앙의 이름으로, 교회적인 화합과 일치의 이름으로 남용된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집단이 개인 위에 군림하면, 내가 일전에 방문한 한국을 대표하는 어느 대기업 강의실에 붙어 있던 표어와 같이, ‘하나를 위한 모두(all for one)’만 있게 된다. 안타까운 것은 한 주인에게 충성을 강조하는 이런 표어 옆에 어째서 ‘모두를 위한 하나(one for all)’는 없느냐는 것이다. 예수님을 상상해 보라.

그가 우리 모두 위에 왕으로 군림하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오셨나? 아니다. 그는 온 세상 인간들을 섬기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하나이다. 그는 한 분이셨으나 모든 인간들을 위해 존재하고 죽으셨고 다시 살아나셨다.

세상은 전체와 개인을 동등하게 취급하지 않는다. 오직 ‘하나를 위해 모두가 존재하는’ 비정상적인 상태에서는 개인의 존재나 분별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독일 나치 전범 ‘아히이만의 재판’을 기록한 한나 아렌트의 말대로, 집단이 절대적인 파워를 갖게 되면, 이들로부터 자행되는 악조차 진부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둔갑하고 만다. 양심 있고 분별력 있는 개인들은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에 줄 서서 들어가듯, 차례차례 질식해서 죽고 달랑 닳아빠진 군화 한 켤레와 한줌의 앙상한 뼈만 남기게 되는 것이다. 악마들의 세상이 도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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