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지음 / 꽃자리 펴냄(2015)

 

『말씀의 빛 속을 거닐다』는 설교자이자 신학자이며,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저자의 영성과 삶에서 우러나온 작품이다. 이 책에는 요한복음에 대한 묵상 수필 9편과 요한복음을 본문으로 한 설교 9편이 번갈아 게재되어 있다. 그에 따라 “했다”라는 평어체와 “했습니다”라는 경어체가 교대로 나온다.

“영성과 정의가 그의 내면에서 결합되어 있다는 사실이 글 전체에서 드러난다”면서 김영봉 목사(와싱턴한인교회)는 서평에서 “이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분주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야 한다. 급하게 읽어내려서는 안 된다. ‘존재형 독서’ 즉 독서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키우려는 사람만이 이 책의 진가를 맛볼 수 있다”고 평했다.
차정식 신약학 교수(한일장신대)는 “동서양의 고전과 영성가의 명언, 시인의 시구들이 풍성하게 인용되지만, 그 모든 인용과 참조의 글들이 그의 글 속에 용해되면서 온전히 그의 말 가운데 성육되는 진경이 펼쳐진다. 그의 탁월한 글 솜씨는 독서와 삶의 공부, 신앙의 내성을 거쳐 일구어낸 통찰의 소산이 아닐까 한다.”라고 서평에 기록했다.

김기석 목사는 감리교신학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청파교회 전도사, 이화여고 교목, 청파교회 부목사를 거쳐 1997년부터 청파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저서로 『아슬아슬한 희망』, 『행복하십니까? 아니오, 감사합니다』, 『기자와 목사, 두 바보 이야기』 『흔들리며 걷는 길』, 『오래된 새 길』, 『내 영혼의 작은 흔들림』, 『가시는 길을 따라 나서다』, 『길은 사람에게로 향한다』, 『삶이 메시지다』, 『일상 순례자』가 있다.

(본문 중에서)

“말씀이 창조의 힘인 것처럼, 우리가 사용하는 말도 사건을 일으킨다. ‘사랑해’라는 말은 듣는 이의 가슴에 생명의 봄바람을 일으키지만, ‘네까짓 것’이라는 말은 상대방의 가슴에 겨울 칼바람을 일으킨다. ‘고마워’라는 말은 듣는 이의 가슴에 섬광과도 같은 빛을 일으키지만, ‘실망이야’라는 말은 상대방의 마음을 어둠 속에 가둬버린다. 우리는 말씀을 닮은 말을 통해 어둠도 자아내고 빛도 자아낸다.”(15쪽)

“돌아본다. 예수의 말은 오늘 한국교회에서 경청되고 있는가? 언제든 들을 수 있기에, 삶으로 번역하라는 고투가 사라졌기에 닳고 닳은 말이 된 것은 아닌가? 주님의 말씀이 상투어처럼 들릴 때 우리는 확고한 타락의 길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조용히 마음 깊은 곳을 파고들어 혼과 영을 갈라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놓기까지 하는 말씀, 우리의 내면의 실상을 드러내 울지 않을 수 없기까지 하는 말씀과 우리는 만나고 있는가? 하나님의 말씀을 그런 긴장과 두려움으로 읽지 않고 있다면 잠시 성경을 덮자. 말씀이 그리워질 때까지, 도저히 그 말씀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까지는. 예수의 말은 살리는 말이지만 동시에 심판하는 말이기도 하다.”(81쪽)

“달콤한 말에는 밑줄을 긋고 불편한 진실은  외면한다.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그렇게 해서 불편하지도 위험하지도 않게 되었다. 빚을 탕감하고 가난한 자들을 돌보라는 명령은 현실적합성이 없다며 도외시하고, 사회 정의를 요구하는 예언자들의 음성은 모른 척 외면해 버린다. 토마스 머튼은 성경을 진지하게 읽는다는 것은 성경의 추상적인 서술에 정신적으로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인격적으로 빠져들어감을 뜻한다고 말했다. 본회퍼 목사는 말씀을 바로 읽는 것은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고 순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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