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여섯, 일곱 살 여름이면 막내 이모 따라 외할머니 집에 갔었지.
목포에서 통통배를 타고 한반도의 남쪽 섬으로 갔었네.
그 섬 이름은 진도, 마을 이름은 섬보금.

초가지붕 집들의 넓은 흙 마당 앞에는, 또 파란 바다 마당이 잔잔히 출렁였네.
나무와 숲 병풍 두른 초가집들 뒷산은 외할머니 마을의 뒷마당.
뉘엿뉘엿 해 지는 석양 초가집 굴뚝 위로 하얗게 몽실몽실 꽃 뭉게구름.

풋고추 넣고 얼기설기 막 끓여 뚝배기에 담긴 시골호박 된장찌개, 갈치조림.
고쟁이 하얀 바지에 베적삼 옷 입은 까까머리 머슴애들.
짧고 까만 한복치마에 노랑, 초록 저고리 입은 긴 머리, 단발머리 가시나들
신식 양장 옷에 빨간 구두 신은 도시 아이 왔다고 반기며 좋아했지.

하루는 산에 올라 갈퀴로 솔방울, 솔잎들 쓸어 담아 지게에 메고 오며 콧노래
하루는 집 앞 갯벌에서 온갖 조개 잡으며 얼굴, 옷에 질퍽한 갯벌 흙 묻혀도 신바람
저녁에는 서커스단 왔다고 이모 따라 구경 가면 동네 사람들, 처녀 총각 다 모였네.
동심(童心)에 그림처럼 새겨진 여름날의 즐거웠던 추억들 어찌 잊을 수 있으리!

LA 어린이들 여름방학이면 혼자서도 비행기 잘 타고 한국 할머니 집으로 가네.
50년 후 어린이들은 여름방학 되면 어디에서 무얼 타고 LA 할머니 집으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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