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에서 친밀함으로(1)

“현관문은 잠갔나요?” 늘어나는 두려움들

잠잘 시간이 되어 두 다리를 뻗고 자리에 누웠다. 그런데 아내가 물었다. “현관 문 잠갔어요? “잠갔는데.”“확인하고 올라오지 않았잖아요? 안 잠근 것 같은데.”“아이 참!”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대문이 잠겼는지 확인했다. 현관문은 이미 잠겨 있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가끔 우리 부부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다. 이 세상에 안전을 염려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아내는 특히 안전이 중요한 사람이다. 소위 안전빵주의자이다. 최근 시카고 교외에서도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아내는 뉴스까지 상기시키면서 문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기를 원한다. 가끔 차고 문을 닫지 않고 잠든 일이 있었다. 차고에는 자전거 두 대와 전기 공구 등 없어지면 불편한 물건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그 물건들을 잃어 버린 적이 없다.

우리들은 두려움과 공포 가운데 살아간다. 최근 건전지 공포증(배터리 포비아)이 생겼다는 뉴스를 보았다. 요즈음 휴대용 전자기기들이 많은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 폰이고 그 다음이 태블릿이다. 그런데 건전지가 방전되어 스마트 폰을 사용할 수 없을 때 공황(패닉) 상태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충전에 대해 조바심하고,  심지어 여분의 배터리를 항상 휴대하는 것이 젊은이들에겐 일상이 되어 버렸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은 이제 일상인 것처럼 느껴진다. 불행하게도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끊임없이 두려움과 불안을 조장하고, 이를 이용해 경제행위를 조장한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두려움과 공포를 조장하는 일에 대통령이 앞장서고 있다. 두려움과 불안을 이겨내고 안정과 평화를 심어 주어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두려움을 조장하고 있다. 2017년 8월 9일 뉴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세상이 경험하지 못한 ‘분노와 화염’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와이 주는 2017년 11월부터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한 대피 훈련을 정례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들을 끊임없는 두려움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오바마케어 시행 이전에는 의료보험 미가입자수가 전 국민의 15.7%였는데, 시행 이후에는 현재(2017년) 8.6%로 약 7%낮아졌다고 한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오바마케어를 폐지하려고 하고 있다. 이미 의료보험에 가입한 사람들까지 그들의 폐지 시도에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도대체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우선 두려움의 종류를 확인해 보았다. 학문적으로 공포증이라 부르는 두려움은“공포 대상에 대한‘거부 반응’이 환자가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방해할 정도로 심각한 것”을 말한다. 영어로는 ‘phobia’이며, 두려움의 대상 뒤에  붙여서 -phobia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나무위키에 언급된 공포증의  숫자를 세어 보니 대략 500여 가지가 넘었다. 대표적인 공포증으로 고소공포증, 남성공포증, 여성공포증, 채소공포증, 폐소공포증, 광장공포증, 심해/우주공포증, 동물공포증, 사회공포증, 대인공포증 등이 있다(참고:https://namu.wiki/w/공포증).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공즉기하

현대 뇌과학을 통해 두려움의 문제를 이해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부정적인 감정인 분노, 슬픔, 두려움은 ‘편도체(amygdala)’의 활성화로 극대화된다.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인간의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 특히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을 위축시켜서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도록 한다. 그러면 인간의 의식(사고)은 위축되고, 무의식적인 사고와 본능적 행동이 지배하게 된다. 그래서 두려운 상황이 발생하면 정상적 사고 판단이 멈추고, 본능적이고 무의식적인 행동이 튀어나와 이상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편도체의 활성화는 또한 중뇌(Mid Brain)의 활성화를 유도한다. 중뇌는 4가지 욕구인 식욕, 싸움욕, 회피욕, 성욕을 주관한다. 두려우면 네 가지 욕구가 정상적 사고가 아닌  본능적 행동의 지배를 받게 된다. 예를 들어, 경찰이나 군인의 과도한 총격은 두려움으로 인한 보호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쟁 상황 속에서 성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려움의 감정은 편도체를 활성화시킨다고 하였다.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시상(Thalamus)과 시상하부(Hypothalamus)에도 영향을 미친다. 시상하부는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를 조절하는 기관이다.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이 균형이 붕괴된다. 두려움이 생기면 교감신경계가 극도로 활성화되고 부교감신경계가 억제되어, 소근육 운동기능의 마비로 인한 손과 다리 떨림 증상이 나타나고,  달리기 등의 능력이 향상되고, 분노와 두려움과 불안의 감정이 확대된다. 다시 말해 자율신경의 반응에 의하여 몸의 기능이 마비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인간이 두려움과 공포의 감정을 가지면 기가 떨어지는 현상을‘공즉기하(恐卽氣下)’라고 한다. 사람들이 갑자기 놀라면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고 이야기하는데, 간의 기가 떨어지는 것이 바로 공즉기하이다. 한의학에서 기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기가 떨어지는 것은 에너지가 떨어지는 것이다. 두려움의 감정은 신장을 손상시킨다. 신장은 에너지의 창고이다. 두려움에 떨면 신장의 작동에 문제가 생기고, 결국엔 에너지 생성에 문제가 생겨 에너지가 고갈되는 것이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무기력해지는 것이다. 두려움에 빠지면 인간은 무기력해지고 올바른 사고를 할 수 없게 된다.

사랑으로 두려움을 극복

요한 사도는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어쫓나니 두려움에는 형벌이 있음이라 두려워하는 자는 사랑 안에서 온전히 이루지 못하였느니라”(요한일서 4:18) 고 말했다. 사랑의 감정이 두려움을 몰아 낸다는 것이다. 엘리자벳 퀴블러 로스는 『인생수업』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감정은 오직 두 가지뿐이다. 사랑과 두려움이 그것이다. 모든 긍정적인 감정은 사랑으로부터 나오며, 모든 부정적인 감정은 두려움에서 나온다.”

그 두 가지 감정은 동시에 느낄 수 없는 것이다. 두려움이 있는 곳에 사랑이 설 자리가 없으며, 사랑이 있는 곳에 두려움이 차지할 자리가 없다. 둘 중 어느 쪽 편에 설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모든 순간은 우리에게 어느 한쪽을 선택할 권한을 준다. 우리가 존재의 기반을 사랑에 두면 두려움은 점점 사라질 것이다. 두려움이 판치는 현대의 세계에서 어떻게 하면 사랑으로, 친밀한 인간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까? 두려움은 교회 안에서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데, 진리와 사랑의 공동체인 교회 안에서 어떻게 하면 두려움을 몰아 내고 사랑의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을까를 질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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