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 간호사·영양사

저혈당이란 무엇인가(6)

우유에 설탕을 타서 먹였다는 어머니의 고백

저혈당에 시달리는 내게 어머니가 상상할 수 없었던 비밀을 가르쳐 주셨다. 우리 형제들 중 아무도 혈당병이 없는데 왜 나만 저혈당이 심한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루는 어머니께 『의사가 치료해 주지 않는 병, 저혈당』이라는 책의 저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렸다 “엄마, 저혈당에 관한 책 저자가 1943년 젖이 안 나오자 의사가 우유에 시럽을 타서 먹이라고 해서 단 우유로 아기를 길렀대요. 그런데 그 아기가 불면증이 심하고 너무 극성스러웠는데 알고 보니 단 우유를 먹여서 생긴 저혈당 때문이었다네요.”
이 말을 들은 어머니는 “6.25 때 너 거의 굶어죽게 되어 미군부대에서 우유를 얻어다 먹였는데 설탕도 주어서 우유에 설탕을 타 먹였지” 하시는 것 아닌가. 나는 깜짝 놀랐다.
어머니는 피난길에 문산 어느 집에서 나를 낳고 3일만에 다시 피난을 가야 했고, 산모가 계속 굶어 젖이 안 나오자 나는 너무 말라서 살이 하나도 없이 뼈만 남아 개구리처럼 보였다고 했다. 어머니는 “네 모습이 너무 비참해서 눈뜨고 볼 수가 없었어. 잡지에 나오는 못 먹어서 마른 아프리카 아기보다 너는 더 말랐었어”라고 하셨다.
그러다 미군부대 부엌에서 한국 사람이 일한다는 말을 듣고, 나를 업고 3일 동안 부대 부엌 근처를 서성거리다가 쓰레기 버리러 나온 한국 아저씨께 죽어가고 있던 나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 아저씨는 우유와 설탕을 주면서 “아주머니, 또 오세요. 미군들이 먹다 남은 음식들을 모아놓았다 줄 테니까요”라고 하셨다. 두 달 후 미군부대에서 불이나 모두 떠날 때까지 그렇게 꿀꿀이죽을 얻어다 먹여 모든 식구들이 살아났다고 한다.
설탕 탄 우유를 먹으면서 살이 올라오는 내 모습이 너무 예뻤다는 내 어머니와 시럽 탄 우유를 먹고 아기의 체중이 정상으로 되었다는 미국의 아기 어머니는 두 아기가 일생 동안 인슐린 과다증으로 저혈당과 씨름하면서 살 것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어렸을 때 배가 나왔고 고집이 셌다

임신 말기 석 달 동안 임산부의 혈당이 높으면 태아가 인슐린 과다증에 걸려서 태어나는데, 신생아인 내가 설탕 탄 우유를 두 달 먹고 인슐린 과다증이 된 것은 당연하다. 미국 아기는 시럽 탄 우유를 나보다 더 오래 많이 먹었으니 더 심한 증상이 있었던 것이다.
내가 설탕 탄 우유를 두 달 먹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혈당이 그때부터였다는 것을 깨닫고 보니, 어려서부터 3살 때 찍은 사진을 보며 항상 궁금했던 의문이 풀렸다.
1953년에 찍은 사진에 큰언니는 영양실조인 것 같고 작은언니는 정상인데 “왜 나만 얼굴이 터질 정도로 살찌게 먹었을까?” 하면서 언제나 이상하게 여겼다. 어머니의 고백을 듣고 사진을 자세히 보니 배도 나온 것이 보여서 “아! 내가 아기 때 설탕 탄 우유를 먹고 인슐린 과다증이 생겨서 이때도 배가 나왔구나” 하고 깨달았다.
외삼촌은 내게 “어렸을 때 우리는 너를 ‘꼬마’라고 불렀지. 키는 작은데 배는 볼록 나와서 ‘꼬마’라고 한 거야”라고 하셨다. 어려서부터 배가 나왔던 기억이 있고, 사춘기 때도 체중은 50kg인데 언제나 배가 나와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인슐린 과다증이 뱃살을 찌게 한다는 것은 의학계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형제의 별명은 ‘꺽쇠, 매깨비, 왕눈이, 잰내비, 깔라’였는데 내 별명은 꼼통이었다. 어머니께 왜 내 별명이 꼼통이었냐고 물으니 “하도 고집이 세서 꼼통이라고 했지”라고 하셨다.
꼼통이란 말이 미련해 보여 내 별명을 너무 싫어했다. 내가 배가 나오고 미련을 자주 부렸던 것은 인슐린 과다증과 저혈당 때문이었다. 저혈당 아이들은 짜증이 많고 변덕이 심하며 고집이 세다.


급한 한국인과 침착한 일본인의 차이는 과식과 소식

미국인은 커피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을 때 조용히 서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나온 다음 컵을 꺼내는데, 한국인은 마음이 급해서 커피가 나오는 동안도 컵을 잡고 있다가 커피가 다 나오지도 않았는데 컵을 꺼내어 커피가 자판기에 줄줄 흐른다.
한국인들이 이렇게 급한 것은 과식을 잘 하고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니 저혈당이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서서 오래 기다리고 화를 참기 위해서는 힘이 많이 필요한데 저혈당으로 힘이 부족하니 빨리 끝내야 속이 시원하고, 화가 나면 폭발해버리는 것이 참는 것보다 힘이 덜 드니 폭발하고 후회하는 것 같다.
우리와 똑같이 흰밥을 먹는데 소식을 하는 일본인들은 성격이 급하지 않아 이상해서 두 나라의 식생활을 비교해보았다. “먹는 대로 사람이 된다”는 말처럼 두 나라의 성격 차이는 과식과 소식 차이인 것 같다. 일본에 가보니 침착하게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싸우거나 큰 소리를 내는 일도 없었다. 일본에 사는 사촌동생은 “일본인들은 누나 책이 필요 없어요. 누나 말대로 하루에 3식과 3간식을 하고 있어요. 직장에서도 간식을 먹어요”라고 했다.
옛날에 일본에 가뭄이 들어 쌀이 부족할 때 왕이 백성들에게 조금씩 먹도록 명령을 내렸고, 식사 때 조금 먹으니 배가 금방 고파 간식을 먹는 습관이 생겨서 지금도 매일 세 번 식사와 세 번 간식을 하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그들의 간식은 모찌 딱 하나에 녹차 한 잔이란다. 모찌는 너무 달고 녹차에는 카페인이 있으니 좋은 간식은 아니다. 그러나 모찌를 딱 하나만 먹고 정기적으로 간식을 하니 배가 고프지 않다. 이처럼 소식을 하고 간식도 절제 있게 먹는 습관은 배울 만한 풍습이다. 간식을 싫어하고 아침을 잘 굶고 식사를 늦게 하는 한국인들은 식사시간이면 배가 터지게 먹고 또 입가심으로 과일을 많이 먹으니 인슐린 과다증과 저혈당이 있어 항상 성격이 급한 것 같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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