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에서 친밀함으로(2)

1. 두려움은 지극히 인간적인 현실

이 세상에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이 있을까? 인간인 이상 우리들은 두려움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열왕기상 19장에서 엘리야 예언자가 지치고 절망하며 두려움 가운데 빠진 것을 보게 된다. 엘리야는 열왕기상 18장에서 갈멜 산의 바알 예언자 850명과 싸워서 이김으로써 참 신이 야훼 하나님임을 증명했다. 그리고 바알 예언자 850명을 죽게 했다. 그는 큰 승리를 거두었다. 비가 삼 년 동안 오지 않던 땅에 그의 기도로 큰 비가 오도록 했다.

그런데 아합 왕의 왕비, 이세벨이 그를 죽이려고 했다. 이세벨은 바알을 숭배하는 이방인었다.“아합은 엘리야가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떻게 예언자들을 칼로 쳐죽였는지를 낱낱이 이세벨에게 말해 주었다. 이세벨은 엘리야에게 전갈을 보내었다.‘네가 예언자들을 죽였으니 이번에는 내가 너를 내일 이맘때까지 반드시 죽이리라. 그렇지 아니하면 천벌 아니라 그 이상이라도 내가 받으리라.’”(왕상 19:1-2). 커다란 승리를 거두었지만 이세벨 왕비가 “너를 반드시 죽이리라”하니까 엘리야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엘리야는 두려워 떨며 목숨을 구하여 급히 도망쳤다(19:3). 호렙 산으로 들어가 로뎀 나무 아래에 앉은 그는 죽여 달라고 기도했다.“오, 야훼여, 이제 다 끝났습니다. 저의 목숨을 거두어 주십시오. 선조들보다 나을 것 없는 못난 놈입니다.”

하나님의 종 엘리야, 능력을 발휘하던 엘리야가 두려움과 절망에 빠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여 달라고 하고 있다.

신앙인도 좌절하고 두려워한다. 하나님의 일꾼들도 두려워하고 절망한다. 하나님을 잘 믿다가도, 하나님의 기적을 체험하고도, 두려워하고 지치고 절망할 때가 있다. 엘리야가 바로 인간의 연약함, 하나님의 일꾼이 절망하고 탈진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엘리야의 모습은 또한 우리들의 모습이다. 두려움과 좌절을 우리 모두 경험한다. 2018년 새해에도 우리들 앞에 두려움은 여전히 있을 것이다. 어떻게 두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나갈 수 있을까?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질문이다.

2. 두려움 너머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

먼저 두려움의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 무엇 때문에 두려워하는가? 무엇이 나를 두렵게 만드는가?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두려워 한다. 심리학 용어로 이를 포비아(Phobias)라고 한다. 군중공포증, 고소공포증, 비행기공포증, 대인공포증, 밀폐공포증, 어둠공포증, 동물공포증, 연설공포증 등 공포의 대상이 수없이 많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은 외적인 상황, 환경, 사람, 사건, 과거의 기억과 경험이다. 두려움의 원인은 한 마디로 불확실성이다.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다.

엘리야는 죽음의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권력을 가진 왕비, 이세벨 때문이었다. 850명의 바알 예언자들과 싸워서 이긴 엘리야 예언자가 왕비 이세벨 을 두려워하고 있다. 두려움의 대상을 인식한 다음에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것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상황과 사람을 뛰어 넘어 역사하시는 하나님이다. 불확실성 속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바라 보아야 한다. 문제만 보지 말고, 상황에 사로잡히지 말고, 두려움의 현실 속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아야 한다.

마가복음 5장에는 군대 귀신이야기가 나온다. 귀신이 군대처럼 많다는 것이다. 우리를 위협하고 힘들게 하는 문제가 군대처럼 강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군대처럼 강하고 많은 귀신들린 사람을 고쳐 주셨다. 마찬가지로 우리들의 삶 속으로 군대처럼 많은 문제들이 몰려 오고, 엘리야처럼 죽을 것 같은 두려움과 절망에 사로잡힌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이기게 해주신다. 물론 문제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현실을 직시해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신뢰하고 의지해야 할 분은 하나님이시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이사야 40:10). “내가 네게 명한 것이 아니냐 마음을 강하게 하고 담대히 하라 두려워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하시니라”(여호수아 1:9). “그러므로 우리가 담대히 가로되 주는 나를 돕는 자시니 내가 무서워 아니하겠노라 사람이 내게 어찌하리요 하노라”(히브리서 13:6). “내가 해를 두려워하지 아니함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시편 23:4).

 

3. 두려움에서 돌보시는 하나님

우리가 두려움에 빠져 있을 때 하나님께서 돌보고 계신다. 하나님은 두 번이나 절망의 나락에 빠진 엘리야에게 찾아 오셨다. 하나님은 로뎀 나무 아래에서 잠을 자는 엘리야를 찾아 오셨다. 엘리야는 잠들었지만, 하나님은 잠을 자지 않으셨다. 엘리야는 모든 것을 포기했지만, 하나님은 포기하지 않으셨다. 엘리야는 하나님의 부르심도, 이스라엘의 영적 갱신도, 갈멜 산의 승리도 내던졌지만, 하나님은 엘리야를 여전히 포기하지 않으셨다. 이 신실하신 하나님,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우리를 살게 하신다. 하나님은 구체적으로 엘리야를 돌보셨다. 열왕기상 19장 5절(공동번역)을 보면 천사가 흔들며 깨웠다고 한다. 개역개정판에선 천사가 어루만졌다고 한다. 절망과 두려움 가운데 있는 엘리야를 하나님이 만져 주셨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로 유명한 고도원이 대학 시절에 데모하다가 감옥에 갔다. 감옥에서 풀려났을 때, 친구가 데려간 곳은 안마 시술소였다. 맹인이 그의 지친 몸을 만져 주고 안마를 해줄 때, 그는 엉엉 울었다고 책에 썼다. 안마사의 손길이 친구의 부드러운 마음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에게도 하나님의 어루만지심이 필요하다. 지치고 피곤한 육신과 영혼에 하나님의 부드러운 손길이 필요하다. 오늘도 하나님께선 천사를 보내셔서 우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지길 원하신다. 하나님은 또한 육체적인 필요를 채워 주신다. 천사를 통해 먹을 것을 제공해 주신다. 하나님은 우리의 육체적 필요를 공급하시고 채워 주시는 분이다.

하나님은 엘리야를 불러 훈련시키실 때, 그릿 시냇가에서 까마귀를 통해 떡과 고기를 공급해 주셨다. 엘리야를 통해 사르밧 과부의 집에 마르지 않는 기름과 밀가루를 공급해 주셨다. 그리고 광야에서 천사를 통해 먹을 것을 공급해 주셨다.
2018년 새해에, 두렵고 절망적인 상황이 닥칠지라도, 사람과 현실에 지칠지라도, 하나님만 바라보고, 상처로 아픈 영혼과 육체를 부드럽게 만져 주시는 하나님만 기대하며, 우리 모두 담대하게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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