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에서 은혜 가운데 사역을 마친 다음, 로키산맥을 통과해야 했습니다. 산등성이를 돌아 달리는데 산이 점점 높아지면서 11,000피트가 넘는 높은 산 정상에 이르니 RV가 앞으로 잘 나가지를 못하고 속도가 점점 느려졌습니다.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전나무 숲이고 깎아지른 돌산 옆에는 수정같이 맑은 개울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절벽을 끼고 달리는 13마일의 길은 고가 다리로 잘 만들어졌지만 우리는 초행길이라 그런지 아슬아슬함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달렸습니다. 절벽 옆에는 그 옛날에 보았던 화물 기차가 서서히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로키산맥을 넘어 유타주로 향해 달리는 길은 아름답기도 했지만, 위험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기가 막힐 정도로 오묘한 절벽의 돌들과 나무들이 있는 계곡을 지나고 나니 유럽풍의 집들이 나무숲과 어우러져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그곳에는 스키장이 있어 눈이 오는 겨울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자연의 오묘함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숲속이나 험한 산골짝에서 지저귀는 저 새소리들과 고요하게 흐르는 시냇물은 주님의 솜씨 노래하도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공기 좋고 산이 아름답고 경치 좋은 곳이라 이곳에서 평생을 사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습니다. 하루쯤 쉬어 가고 싶었지만 이 높은 지역에서 잠을 자는 것이 우리에겐 무리인 것 같아 빨리 내려가야 했습니다. 절벽을 깨고 부수며 위험한 공사를 하여 길을 잘 닦아 놓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흘린 땀과 고생이 복음을 전하는 많은 순례자들에게 평탄한 길을 예비해 주었음을 알고 있을까요?

덴버에서 I-70 번을 타고 서쪽으로 달리는 길은 계속 내리막길이었습니다. 얼마쯤 달리다보니 로키산맥의 그 아름다운 경치는 온데간데없고 사막과 같이 메마른 바위산과 들판이 나타났습니다. 마치 인생의 광야 생활이 시작되는 듯했습니다. 하늘 아래 같은 땅덩어리인데 어떻게 1-2 시간 사이에 환경이 아름다운 땅과 이처럼 황폐한 땅으로 나누어지는 것일까요?

끝도 보이지 않는 사막과 나무 한 그루 없는 회색빛 돌산은 영화에서 보았던 인디언들이 사는 그런 메마른 땅이었습니다. 도로는 어느 곳이든 포장이 아주 잘 되어있었지만, 지대가 높아 차들은 거북이 같았습니다. 유타와 아이다호를 가는 동안 광야 길을 10시간 넘도록 지루하게 달렸는데 흙먼지 바람이 걷잡을 수 없이 몰려왔습니다.

목욕도 며칠을 하지 못해서 괴로웠고 얼마나 피곤한지 남편도 저도 입술이 부르트고 온몸이 쑤시고 몹시 괴로웠습니다. 복음을 전할 때보다 장거리를 달리는 것이 더 힘들고 고생이 되었습니다. 사도 바울이 전도 여행 다니면서 당했던 어려운 일들이 생각났습니다. 감히 바울 사도와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복음을 위해 겪는 우리들의 고생도 나름대로 많이 힘들고 버거웠습니다. 길에서 시끄러워도 잠을 자야 했고 먹는 것도 RV에서 적당히 해 먹고 물을 아끼려고 한 컵의 물로 고양이 세수를 하고 다녔습니다.

빨래할 곳이 없어 힘들 때도 많았습니다. 사람들은 캠핑 그라운드에 들어가서 자고 다니면 되는데 왜 고생을 하느냐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낭비라고 생각되어 지금까지 한 번도 캠핑 그라운드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휴게소, 주유소, 월마트, 주차장에서 잠을 잤습니다.

오늘은 이곳, 내일은 저곳으로 이동하면서 매일 같이 낯선 땅을 밟는다는 것은 모험이지만, 그때마다 하나님께서 불 기둥과 구름 기둥으로 인도해 주셨습니다. 복음 전파 외에 다른 것은 알지 않기로 한 무능한 자들을 하나님께선 유능한 자같이 살아가도록 늘 함께해 주셨습니다. 2002년 6월에 LA를 떠나 사역을 시작하여 2003년 5월 메릴랜드에 도착하였습니다. 첫해 대륙 횡단은 시행착오도 있었고 고난의 길을 달리는 데 만 일 년이 걸렸습니다.

우리에게 맡겨 주신 사역을 감당하면서 또다시 서쪽을 향해 달려와 2003년 9월에 드디어 오래곤의 포트랜드에 도착했으니 1년 3개월 만에 대륙 횡단을 두 번 한 것입니다. 캐나다 밴쿠버 소망교회(남상국 목사)에서 제39차 전도폭발 임상 훈련을 하는데, 우리의 간증과 전도 강의 시간이 있기에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달려온 것입니다. 또다시 태평양의 바닷가 석양을 바라보니 감개무량했습니다. 넓고 넓은 바닷가를 걸으며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셨습니다. 며칠 동안 흙먼지를 마셨기에 맑은 공기가 필요했습니다.

넓은 모래사장에 구멍이 많은 것을 보니 분명 조개들이 있겠지만 잡는 시기가 지나 벌금을 문다고 하여 아쉽지만 포기하였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즐거운 유혹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강줄기와 마주치는 바닷가에서 아주 큰 물고기들이 물 위로 뛰어오르는 것이 보였습니다. 낚시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서식하는 팔뚝보다 더 큰 연어를 잡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가지고 있던 낚시로 잡으려 했는데 엉키고 망가져서 수고만 하고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팔뚝만한 물고기를 잡는 기쁨을 한 번이라도 갖고 싶었는데 낚싯대가 고물이 되어 잡지 못해서 무척 아쉬웠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부르셨음을 상기시켜 주셨습니다.

“말씀하시되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하시니”(마태복음 4:19).

우리를 복음 전도자로 부르셔서 그 넓고 넓은 광야와 같은 미국 대륙 횡단의 길을 걷게 하시며 영혼 구원을 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목적입니다. 낯설고 위험한 길도 RV에 복음을 싣고 달려온 것은 천하보다 귀한 영혼 구원을 위한 것이지 한가롭게 낚시를 하며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님을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 (에베소서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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