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세대, 교회의 변화 주도

▲ 출처:문화선교연구원

크리스천 문화 사역을 연구하는 문화선교연구원(원장 백광훈 교수, 이하 문선연)에서 2018년도 사회문화 전망 및 교계에 대한 전망을 발표했다.

문선연은 "문화가 급변하고 있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교회 공동체는 문화를 통해 복음을 전하고 문화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문화를 통해 교회도 새로워져야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더욱 문화의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라면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찾기는 일과 삶의 조화를 통해 행복을찾고자하는 워라밸 세대(work life balance, wolable ganeration)의 관심과 맞물리며 예능과 소비 시장, 나아가 교회의 변화를 주도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문선연은 2018년도 한국 교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예측했다. ▲꺼지지 않는 교계 갈등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서▲이제 교회도 '워라밸'▲나에게 교회란? ▲작은 교회에서 좋은 교회로 등이다. 다음은 문선연이 발표한 교계전망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다.

1. 꺼지지 않는 교계 갈등

2018년 교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종교개혁 500주년인 2017년 말에 이루어진, 한 교회의 리더십 교체에 따른 갈등과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많다. 논란에 대해 예장통합교단의 수습 과정과 해당 교회의 대응이 더욱 주목된다. 이외에도 2017년에 불거진 갈등 양상들, 곧 신학교 분규 사태, 총회 결과에서 드러난 정책 보수화 경향, 동성애 대응 문제, 주요 대형교회 리더십 교체 등 갈등 요인들이 그 처리과정과 진행 경과에 따라 2018년도 교계의 명암을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국민들의 정치/사회 참여 역량이 성장한 것과 관련이 있다. 촛불 정국 당시, 시민들은 자신의 목소리가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소셜미디어의 발달은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했다. 한국교회 역시 이러한 사회문화적 변화 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전히 소수의 지도자들에 의해 교회의 정책과 방향이 결정되는 가운데, 커뮤니케이션이 평등화된 사회에서 자신의 신학과 신념을 토대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에 화해의 비전을 제시하며 국민통합에 일정한 역할을 감당하는 공동체로 진일보할 수 있을까. 이는 내부의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 것인지에 달렸다.

2.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서

교회는 세상 속에서 존재해 왔다. 한국교회는 민족의 역사와 정치 사회 문화적 흐름 속에서 관계하며 민족과 한국사회의 소망으로 자리매김해 온 전통과 신앙 유산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교회는 사회로부터 유리되는 게토화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할 뿐 아니라 지지와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목회자 납세 시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불협화음과 한 대형교회의 리더십 교체 과정이 주요 언론에 보도되면서 한국사회의 번영의 비전을 제시해야 할 한국교회가 오히려 이익 집단으로 비춰지는 결과를 낳았다.

세속화 이후, 종교를 개인적이며 사적인 것으로 제한해 왔지만, 복음은 본질적으로 공적이며 공동체적이다. 하나님이 우리를 공동체의 일부로 지으셨다는 점은 우리의 신앙이 수많은 관계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적인 자세를 취해야 함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간 한국교회가 신앙인으로서 이러한 공적인 삶의 자세를 소홀히 해온 것이 사실이다. 교회의 리더십, 재정 투명성, 목회자와 기독교인의 윤리와 도덕 실천 등 교회의 공공성은 오늘날 교회가 회복해야 할 신뢰 회복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2018년은 목회자 납세 시행과 대형교회의 리더십 교체 등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되물으면서 신앙 회복과 한국교회의 신뢰 및 공공성 회복을 향한 자성과 제도 개혁, 교회 문화 변혁을 향한 논의와 움직임들이 본격화할 것이다.

3. 이제 교회도 ‘워라밸’(Worship & Life Balance)!

최근 들어 교회 예배 형태 및 프로그램의 변화가 눈에 띈다. 수요기도회가 오전에도 이루어지는 교회들이 많아지고 있고, 주일 저녁 예배가 대부분 오후로 옮겨지더니 이제는 없어지는 경우나 가정예배로 대체되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교회에도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속된 공동체에 가치를 두던 기성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는 개인 시간 확보와 성장, 여가에 의미를 둔다. 예전처럼 주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교회에서 머무르며 헌신하기보다, 주말만큼은 편히 쉬고 싶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를 반영하는 교회가 늘고 있다. 바쁜 일상에 대한 보상, 아이에게 좋은 경험을 주고 싶다는 젊은 부모들의 바람이 빚어낸 여행 및 여가 문화의 발달은 교회 조직보다 개인 생활과 가족 중심의 삶을 추구하는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교회는 이러한 문화의 변화를 주목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교회 중심의 신앙 패턴에서 벗어나 새로운 목회 전략이 시도될 것이다. 일에 대한 피로도가 증가하는 현대인에게 교회가 주일 성수와 헌신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안식 안에서 하나님의 백성이 성화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배형태 변화나 교회라는 장소를 떠나 개인/가정과 연계되는 신앙 프로그램의 모색, 나아가 쉼과 회복이 있는 수련회, 영성 훈련 등 일상과 여가, 가정과 교회를 아우르려는 통합적 목회 패러다임이 주목받을 것이다.

4. 나에게 교회란?

이른바 ‘가나안’ 성도 담론, 즉 기존 교회의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교회문을 나선 사람들에 대한 논의가 탈종교화 현상과 맞물려 최근 대두되어 왔다. 이들을 위한 대안적 신앙공동체도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는 중이다. 그런데 탈교회적 성향을 지닌 이들 신앙 유형 외에도, 교회 밖으로 나가지는 않지만 교회 안에서 나름의 비판적 대안을 모색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지금껏 교회공동체가 ‘진리’처럼 제시해왔던 교회생활의 방식을 따르는 대신, 의문을 제기하며 자신만의 교회론을 써나가는 것이다. 교회 모임에는 참여하지 않고 주일예배에만 참석하는 것을 넘어서 교회 밖에 있는 취미 혹은 봉사 그룹에 더 의미를 두거나, 교회가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면 헌금을 자신의 신념과 관심사가 맞는 NGO 등에 기부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모습들이 성도들의 사회 참여의 확대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해석할 수 있으나, 교회공동체가 성도들에게 물질과 시간을 통한 헌신의 의미를 제공하지 못할 때 성도들의 스스로 대안 찾기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임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교회는 복음 전파라는 본래의 사명에 충실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의사 결정 구조의 민주화, 교회 재정 및 운영의 투명성 확보, 소외된 이웃, 지역과 함께하는 섬김의 공동체로의 노력에 더욱 힘쓰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5. 작은 교회에서 좋은 교회로

2017년 기독교인이 꼽은 한국사회의 가장 중요한 경제 이슈는 양극화와 빈부격차(성도 47.6%, 목회자 61.6%)였다. 이러한 양극화는 한국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기독교인의 80.7%가 한국교회의 양극화 현상에 대해 심각하다고 여기는 설문조사 결과는 교계가 전반적으로 침체 가운데 있기에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통계에 의하면, 개척교회의 개척 3년 후 생존율이 2%이다. 물적, 인적 토대가 취약한 작은 교회들은 ‘생존’도 어렵거니와 ‘존엄’을 지키며 목회하기란 더욱 어렵다. 소형교회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목회자의 47.1%가 교회 존립을 걱정한 적이 있으며, 29.6%가 목회를 포기하고 싶은 적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47.1%가 영적 고갈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중대형교회 목회자에 비해 열등감을 느낀 경우가 38.8%, 작은교회 목회를 실패로 보는 주변의 인식이 부담스럽다는 경우가 41.3%로 조사되었다. 그 가운데 생존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작은 교회들의 사역 연합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농촌교회와 도시교회, 중소형교회와 대형교회 간에 계속되어 왔던 상생의 노력들에 더하여 작은 교회 간의 협력이 시도되는 것이다. 특히 저출산 경향과 더불어 대두되고 있는 교회학교의 문제가 개교회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서, 교회학교를 중심으로 연합의 양상이 더욱 다양하게 펼쳐질 것이다.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네 교회가 연합 교회학교를 공동으로 운영하거나  뜻을 같이하는 목회자들이 함께 성경학교나 수련회 등 단기행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는 것이 그 사례다.

교세 축소가 가져온 생존적 현상이기도 하지만 공교회성의 회복과 신앙의 계승 차원에서 본질 회복의 실현으로 볼 수도 있다. 리처드 세넷은 불평등하고 불안하며 불안정한 사회일수록 공동체 회복을 위하여 협력의 기술이 필요함을 역설한 바 있다. 이러한 상생의 정신이 시도된다면 한국교회의 위기 속에서도 교회 정신의 회복과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료 :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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