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영국의 소설가이자 언론가였던 다니엘 데포가 자신의 대표작 『로빈슨 크루소』를 쓴 곳은 감옥이었습니다. 19세기 히스패닉 최초의 위대한 미국 역사학자로 이름을 떨친 윌리암 H. 프레스코트는 시력이 너무 좋지 않아 하루에 5분밖에 책을 볼 수 없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 5분을 활용하여 위대한 역사가가 되었습니다. 전혀 들을 수 없는 청각 장애자가 된 베토벤 역시 피아노에 귀를 대고서야 느낄 수 있는 진동을 통해 곡을 썼습니다. 그러나 그때 만들어진 곡은 그가 건강할 때 작곡한 다른 곡들보다 더 위대한 곡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신학자요 종교개혁가인 존 칼빈은 몸이 병약해서 일상을 영유하기 힘들었지만, 깊은 성찰과 연구로 신학사에 길이 남을 저서들을 남겼습니다. 『천로역정』을 쓴 존 번연은 눈썹에 곰팡이가 슬 정도로 좋지 않은 환경에 있었지만, 자리에 누워서도 펜을 놓지 않는 열정으로 교회사에 길이 남을 명작을 남겼습니다. 앞을 못 보던 크로스비 여사는 상상할 수 없는 극심한 고난 중에 있었지만, 그 고난을 가사로 남겨 많은 사람들에게 은혜의 찬송시가 되게 했습니다.

하나님은 공평하십니다. 겉으로 보면 불공평한 고난을 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고난을 통해 말할 수 없는 은혜를 주시고, 그 은혜를 복으로 바꾸십니다. 다윗이 남긴 주옥 같은 은혜의 찬송시는 전부 고난 중에 나온 고백들입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가나안 땅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을 때 경험한 수많은 고난은 후대 사람들이 그를 위대한 지도자로 부르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바울, 베드로, 요한, 그리고 그외의 수많은 교회사의 위대한 신앙의 선배들 역시 공평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한 산 증인들입니다.

저의 경우, 시카고에서 담임목회를 하다가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 쉼이 필요하여 아무런 인간적인 준비나 경제적인 계산없이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하나님 안에서만 쉬고자 했습니다. 그때, 하나님은 저에게 말할 수 없는 은혜를 부어 주셨습니다. 겉으로 보면, ‘왜 멀쩡한 사역을 그만둔 것이지?’ ‘왜 새로운 사역이라도 다시 시작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지?’라는 생각으로 저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하나님 안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로지 하나님의 품 속에서만 있고 싶었습니다. 그랬더니 하나님은 그 기간 동안 저에게 놀라운 것들을 보게 하셨고 깨닫게 하셨습니다. 그때 제가 받은 유무형의 은혜는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로 제게 쌓여 있습니다.

송명희 시인(동영상 캡쳐)

복음성가 작사자로 유명한 송명희 시인은 약하고 보잘 것 없는 깨어진 질그릇이었습니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중증 뇌성마비 환자였습니다. 출생시 의사의 부주의한 실수로 송명희 시인의 뇌를 집게로 잘못 건드려 그녀의 소뇌에 손상이 갔습니다. 너무 고통이 심했던 아기는 울지도 몸을 가누지도 못했습니다. 여물지 못한 계란처럼 아기의 머리는 만지는 대로 푹푹 들어가기만 했습니다. 집안은 너무 가난해서 아기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술과 담배와 과로로 병들어 있었고, 어머니도 아기에게 젖을 줄 수 없을 만큼 약했습니다. 우유마저 사먹일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해서 다른 집에서 얻은 쌀가루 끓인 물로 아기에게 먹였습니다. 그렇게 자란 송명희 시인의 마음에 담긴 것은 원망과 절망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날마다 죽음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이 세상에서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참 보배가 찾아 왔습니다. 그녀는 보배를 담은 질그릇이 되었습니다. 하루에 5시간씩 보배이신 그분께 기도했습니다. 매일 보배의 말씀인 성경을 통독했습니다. 그 결과 주옥 같은 복음성가 가사가 그녀의 영혼을 통해 흘러 나왔고, 배움의 기회가 많지 않았던 그녀를 통해 기독교 도서들이 저술되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하나님은 한국 복음성가 작사 대상을 수상하게 하셨고, 한국 기독교 저작 최우수 도서상을 수상하게 하셨습니다. 그녀가 작사한 “나 가진 재물 없으나”는 그녀의 그런 은혜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나 가진 재물 없으나 나 남이 가진 지식 없으나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 나 남이 없는 것 있으니 나 남이 못 본 것을 보았고 나 남이 듣지 못한 음성 들었고 나 남이 받지 못한 사랑받았고 나 남이 모르는 것 깨달았네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가진 것 없지만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없는 것 갖게 하셨네”

하나님은 공평하십니다. 따라서 공평하신 하나님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소망과 감사입니다. 하나님께서 공평하시므로 불공평하게 보이는 세상에서 공평하신 하나님을 바라보며 소망 가운데 살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공평하시기 때문에 불공평한 세상에서 공평케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오히려 감사할 수 있습니다.

이 한 해 동안 공평하신 하나님을 한순간도 잊지 않고, 소망과 감사 속에 매일 매 순간 살아가시는 모든 분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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