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은 좋은 감정?

한국의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젊은이들이 자원해 3박4일 간 ‘고독 연습’을 하는 과정을 시청했다. SNS, 셀카, 친구 혹은 일에 집착 증세를 보이는 세 젊은이와 목적을 잃은 채 현실 안주를 위해 공부하고 대학에 입학한 무기력한 젊은이가 스마트폰과 컴퓨터 기기들을 모두 반납하고, 스스로 고독의 방에 감금되었다.
지루하다고 포기할 것 같아 아슬아슬해 보이던 젊은이들은 결국‘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는 왜 셀카나일 혹은 친구가 없으면 못 견디는가?’로부터 시작해, 답을 찾으면 다시 그 답에 왜? 를 붙여 질문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프로그램을 끝낸 젊은이들은 한결같이 자기 자신과 마주하기 위해 고독의 시간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독은 나쁜 감정?

지난 해 미국에서 ‘고독 유행병’에 관한 여러 논문들이 발표되었다. 연구자들은 사회적 고립이 조기 사망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경고했다. 고독이 비만보다 건강에 더 해로울지 모르며, 이러한 위험에 노출된 미국인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거였다. AARP 보고서는 45세 이상의 미국 성인 4천2백6십만 명이 만성 고독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어림잡았다.

이웃과의 사회적 연결은 생존과 복지를 위한 기본 요소라고 유타 주, 브링검 영 대학의 줄리안 홀트-런스태드 심리학 교수는 주장했다. 그녀는 지난 해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심리학회 연례 모임에서 일상에서 고독을 경험하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녀는 30만 명을 대상으로 한 148개 연구들을 분석한 결과, 사회적 연결이 강화될수록 조기 사망 위험이 50% 줄어든다고 말했다.

미국 센서스 통계에 의하면, 미국인 네 명 중 한 명 이상이 혼자 산다.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은 미혼이다. 게다가 결혼률과 세대당 자녀수는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추세는 미국인들이 사회적 연결은 줄어들고 점점 더 고독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면서, 홀트-런스태드 교수는 “고령화 추세로 말미암아, 고독이 공중 보건에 끼치는 영향 또한 늘고 있다. 실로 세계 많은 나라들의 국민들이 ‘고독 유행병’에 직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고독은 사회 문제?

영국의 조 콕스 고독 위원회가 2017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인 9백만여 명이 자주 혹은 항상 외로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응해,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1월 17일에 고독 담당 장관을 임명했다.

“지금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외로움은 슬픈 현실”이라면서, 메이 총리는 “생각이나 경험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는 이들, 특히 고령자, 간병인, 유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고독 문제를 해결하도록 우리 사회와 온 국민이 이 도전에 맞서길 원한다.”고 말했다.

고령자들을 돕는 영국 최대의 구호기관 Age UK의 마크 로빈슨은 고독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고독은 매일 담배 15개피를 피우는 것보다 더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그러나 고독은 극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총리는 문화부 산하 체육 및 시민사회 부서의 트레이시 크라우치 각료가 고독 문제에 관한 콕스 전 의원의 유지를 이어받아, 정책 수립을 위한 정부 차원의 기관을 이끌게 될 것이라 발표했다. 고독 측정 방법, 고독 해결을 위한 광범위한 전략 개발, 재단 설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콕스 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레이첼 리브스와 시마 케네디 변호사는 정부의 “즉각적인 대응”을 환영하면서, “고독은 노소 불문하고 찾아온다.”고 공동 보고서에서 밝혔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영국의 노인 20만여 명이 한 달 이상 친구나 친족과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고 한다.

한편 지난 해 성탄절 즈음에 영국에서 크리스마스 소원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소원 톱 리스트 50 가운데 ‘아빠’가 10위, ‘엄마’가 23위를 차지했다. 1위는 ‘아기 동생’이었다. 17가지는 살아 있는 동물들이었다. 영국의 많은 아이들은 장난감보다 가족을 원했다. 함께 놀아 줄 형제와 애완동물을 원했다.

고독은 함께하기 위한 기도

‘하나님은 고요함의 친구이다. 우리가 침묵의 기도를 수용하면 할수록 실천적인 삶을 나눌 수 있다. 우리는 영혼들을 건드리는 침묵을 필요로 한다. 근본적인 것은 우리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그리고 우리를 통해 말씀하시는 것이다.’어느 영성 신학자의 글이다. 또 다른 기독교 작가는 ‘침묵은 신앙’이라고 했다. ‘그분이 행하도록 침묵할 때, 주님의 현존에 있기 위해 세상의 소음을 피할 때, 그분 아는 것만으로 충분할 때, 인간의 이해를 구하지 않을 때, 바로 침묵은 신앙이다.’

크리스천에게 고독은 필수이다.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나를 지켜보신다는 하나님을 만나고 그분의 음성을 들으려면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 기도하는 시간에는 고독으로 아파하지 않는다. 그러나 고독을 선택하는 것과 하루종일 혼자여서 혹은 가난한 독거인이어서 고독한 것은 다르다.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성경 구절이 떠오른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마태복음 22:37-40).

고독과 고독이 만나면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성공한 IT 회사의 면접 장면을 본 기억이 난다. 일반 기업들과는 너무도 달랐다. 면접관은 ‘당신은 누구인가?’부터 시작해 주로 존재와 가치에 대한 질문을 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그 회사의 성공 비결은 경쟁과 징계와 정년을 없애고, 4년마다 무조건 승진을 시킨 데 있다고 했다.  직원 복지도 좋고 사회 봉사도 열심히 했다. 스펙보다는 열정, 가치관, 인간 관계를 중시한다고 했다. 대표가 기독교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말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옳은 일을 올바르게 하라.”이어서 대표는 부연 설명을 했다. “누구나 가정과 학교에서 (교회에서) 옳은 일을 배웁니다. 무엇이 옳은지는 모두가 압니다. 그런데  옳은 걸 올바르게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신앙은 옳은 일을 아는 것과 옳은 일을 실천하는 것의 접점에 있다고 했다. 요양원에 입원한 어느 연고 없는 노인을 가끔 찾아 뵙는다는, 그분이 다녔던 교회에서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고 개탄하는 지인 생각이 났다. 얼마 전전화 통화 중에 지인은 그녀만의 소중한 체험을 들려 주었다. 그 요양병원을 나오는데, 갑자기 눈앞에 모세 앞에서 불타던 떨기나무가 보였다고 했다. 외로운 노인을 만나는 그곳에서 그녀를 만나 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음성도 들었다고 했다.

지인의 말을 듣는 순간, 네 이웃을 네 자신같이 사랑하라, 가장 작은 이에게 한 것이 내게 한 것이라는 예수님 말씀과 옳은 일을 올바르게 실천하라는 IT 기업가의 말이 오버랩되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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