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나(미조리)

생명보험에 관한 일로 보험 대리인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것저것 흥미로운 생활 정보를 알게 된다. 물론 나이에 따라 불입금의 차이가 있지만, 55세 이상은 불입금이 배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사람 나이와 금전 사이의 팽팽한 대결마저 느껴지고 나 자신도 어느새 저항할 수 없이 그 문턱에 서있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마음은 아직 아침인데, 저녁이 오고, 밤이 오고 있는 걸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하는 생각이 이어진다. 나이가 들면 본의 아니게 타인으로부터 더욱 책임 있는 행동과 책임을 요구받게 되고,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때 곧 흉과 허물이 되는 것을 종종 보고 듣게 되는데,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는 각 사람의 앞에 놓여진 끝없는 문제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질문들은 비록 철학자가 아니라도 나 같은 필부에 이르기까지 영원히 샘솟는 질문으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신앙 안에서 그 해답을 찾고, 학문을 하는 사람은 자기의 지식 수준의 사고 안에서 정의를 내리고 살아간다. 생각이 부족한 나 자신도 나이에 관한한 철칙처럼 여기며 어디에서든 서슴치 않고 감히 피력하는 지론이 하나 있다.
젊어서부터 품고 있었던 생각이므로 장년이 되고 멀지 않아 노년기로 접어들  이 시점에서 말한다고 해서 절대로 내 자신을 합리화시키려는 것이 아님을 해명처럼 말해두고 싶다.
실은, 이런 생각이다. 젊은 사람이라도 사고방식이 구태의연하고 낙후되어 있으면 나는 그를 노인 취급을 한다. 그러나 때로 연세가 드신 분이라도 사고가 단아하고, 건강하며, 이해가 깊은 삶을 사는 분들을 보면, 내 정신 연령의 지수가 어딘가에 고정되어 있는 듯한 위협을 느낄 정도로 청년의 시간을 살고 있는 그들의 삶의 자세에서 도전을 받게 된다. 그런 분들의 생활을 가까이서 엿보니 기쁘나 슬프나 한결같이, 때론 실패 속에서 오늘 다시 시작하는 힘을 원동력으로 삼고 사는 분들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또한 그들은 남을 세워 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며,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열린 마음으로 편견 없이 친절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세월이 저들을 약화시키는 것을 아쉬워하기보다 새로운 것을 익히고 접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배움에 대한 자세를 강화하며 사는 것이다.
한편 구태의연한 사람은 전통에 사로잡힌 습관의 힘으로 사는 사람이다. 자기 습관대로 사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대한 견제로 마음이 똘똘 뭉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의 힘은 과거에서 나오므로, 새로움에 도전할 의지를 갖고 있지 않으며 수용할 마음도 없으므로, 스스로의 능력을 최소화시킨다고 느껴질 만큼 과거지향적이며 자기 집착이 강한 사람이다. 또한 모든 일에서 자기가 중심이 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고,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자기중심적인 삶을 살려면, 자기의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이 늘 들러리가 되어야 하므로, 타인에 대한 존중보다는 자기 의견이 관철되는 것에 자기의 에너지를 소진한다. 매사에 긍정적인 것 같으나 결국 그 이기심으로 다른 사람에게서 아무 것도 배우지 않겠다는 부정적인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무조건 옛것을 배척하자는 것이 아니다. 휼륭한 전통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새로운 것이라도 도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지양해야 됨은 물론이다.

감사하게도 내 주위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매일 새롭게 살아가시는 분들이 계시다. 어떤 여건 속에서도 늘 긍정적이어서 불합리한 조건에서도 합일점을 찾는 원칙에 충실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기를 주저하지 않는 분들이다. 이분들과 함께 일을 해보면 책임감은 물론이고 일의 추진력도 젊은이 못지않게 의욕적이고 치밀한 것을 느낄 수 있다. 35세에서 73세까지 연령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해보면 여러 면에서 일치점을 발견하게 된다. 동서고금에는 많은 사람들이 50세가 지난 후에 저들의 깊은 삶의 경륜을 통하여 인류에게 헌신한 많은 업적들을 우리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아침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설레임을 안고 시작하는 인생의 출발점이고, 그런 정신으로 살 때 매일 매일이 새롭게 주어지는 또 한번의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므로 지금이 늘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전환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서녘을 향하여 걸어가고 있으므로 인생의 저녁은 곧 닥칠 것이다. 그리하여 아침 같은 마음, 늘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살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항상 출발점에 서 있다는 자기 성찰은 우리로 하여금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삶을 살게 할 것이라고 나는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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