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의 황량한 사막 길은 모래 먼지 바람으로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I-10번을 따라 동쪽으로 달리다가 엘 파소에 도착하여 집회할 교회를 찾았는데 언덕 위에 아담하고 작은 교회가 보였습니다. 목사님은 출타 중이어서 뵙지를 못하고, LA의 큰 교회 장로님이며 멕시코 후아레스에서 선교하시는 김 장로님을 만나 식당에 갔는데 50대 중반의 여자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 말을 걸었더니 이곳에서 산 지가 오래 되었는데 예수님을 영접한 지는 2년 전이라고 했습니다. 교회에 다니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눈물을 글썽이며 엘파소에 사는 영혼들이 불쌍하다고 했습니다. 주일에 교회도 못 가고 일을 해야만 하는 불쌍한 영혼들에게 전도하러 왔다가 바쁜 점심 시간에 장사까지 도울 때가 있다고 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믿어왔던 모태신앙인들 보다 오히려 새 신자들이 복음을 잘 전하고 있음을 또 보았습니다. 구원의 감격을 혼자만 누리지 않고 엘 파소의 영혼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어서 눈이 빨개지도록 우시는 박문자 집사님을 보며 이곳에도 소망이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곳에든지 추수할 일꾼을 심어 놓으신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추수할 것은 많되 일군은 적으니” (마태복음 9:37).

저녁 집회가 끝난 후 찬양을 리드하신 오 집사님은 목이 메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한 마디로 부끄럽습니다. 지금까지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았습니다. 한 영혼이 얼마나 귀한가를 오늘 처음으로 깨닫게 되어 감사합니다. 이제부터 한 사람이라도 전도하며 살겠습니다.” 전도에 부담감을 갖고 영혼 구원에 힘쓰겠다는 고백을 들으며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작고 가난한 교회임에도 성도님들이 우리의 사역에 동참하고 싶다며 사양을 해도 서로 받아가 달라고 애원하며 RV 앞에 필요한 것들을 잔뜩 갖다 놓았습니다. 그 어떤 큰 교회보다도 그들의 심령은 부유했고 사랑이 넘쳤습니다.

“나의 하나님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영광 가운데 그 풍성한 대로 너희 모든 쓸 것을 채우시리라”( 빌립보서 4:19).

하나님의 말씀으로 축복하며 우리는 함께 기도했습니다. 또한, 모든 성도들의 심령에 영혼에 대한 부담감을 주셔서 복음을 전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마음을 갖게 되어 이 지역 복음화에 쓰임 받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주일에 어떤 교회에서 간증 집회를 했는데 은혜를 많이 받아 눈물을 펑펑 쏟는 집사님이 있었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저렇게 우실까? 궁금했습니다. 성령님의 인도하심으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만나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집사님의 남편은 3년 전부터 채팅을 하면서 여자들과 놀아나더니 집을 나갔답니다.

그 후 두 번 집에 들어왔지만 또 다시 나가서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조차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 집사님은 삼 남매를 키우면서 음식 장사를 하며 고생하고 있었습니다. 불신자 남편에게 주님을 믿게 하려고 온갖 고생을 하며 열심히 살았지만, 계속되는 고통 속에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죽고만 싶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간증을 들으며 성령님의 인도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되고 감사가 넘치게 되어 우는 것이라 했습니다.

남편이 자신을 보살펴 주기를 원했고 필요를 공급해 주기 위해 강하고 능력 있기를 기대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남편에게 무능한 남편이라고 구박을 했답니다. 그 남편은 소외감을 이기지 못하고 채팅으로 돌파구를 찾았고 급기야 집을 나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건강하지 못한 몸인데 지금 어디서 무얼 하는지 알 길이 없다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또 눈물을 펑펑 쏟았습니다. 지금이라도 돌아온다면 잘해 주고 싶은데 찾을 길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 동안 혼자서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괴로움 속에서 자신의 고통을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 죽고만 싶었답니다. 우리를 만나서 이야기를 다 하고 나니 얼마나 속이 후련하고 좋은지 하나님의 응답이라고 거듭 감사했습니다. 우리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고 가만히 그 집사님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고 공감해 준 것밖에 없었습니다. 그 집사님은 자신의 상황과 문제점을 호소한 후 그 문제의 답도 자신의 입으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상담은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잘 들어 주고 같이 마음 아파하고 공감해 주는 것임을 배우게 하셨습니다. 상담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알고 있는 지식으로 처방하고 처리하면 오히려 좌절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그리고 때로는 양쪽의 말을 다 들어 보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믿음 안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먼저 깨달은 자가 상대를 포용하고 용납할 때 문제의 해결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복음 안에서 해결되지 못하는 것이 없습니다. 복음은 용서와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복음을 전하다 보니 하나님께서 그때마다 할 말을 입에 넣어 주셨습니다.

“주 여호와께서 학자의 혀를 내게 주사 나로 곤핍한 자를 말로 어떻게 도와줄 줄을 알게 하시고 아침마다 깨우치시되 나의 귀를 깨우치사 학자같이 알아듣게 하시도다” (이사야 50:4).

우리는 항상 떠날 준비가 되어 있기에 RV에 복음을 싣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영혼을 만나기 위해 하나님의 인도하심 따라 엘 파소를 떠나 계속해서 동쪽으로 달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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