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릭 비크너 지음 / 홍종락 옮김 / 포이에마 펴냄(2016)

 

2016년에 포이에마 출판사 편집장은 청어람 웹진을 통해 포이에마 올해의 책 5권 중 하나로 이 책을 꼽으면서, “유수한 영미권 기독교 저자들의 글에서 그에 대해 들었으나, 정작 비크너 자신의 책은 제대로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뜻하지 않게 연결된 ‘비크너 센터’를 통해 그의 저작 몇 권을 계약하고, 먼저 설교선집인 이 책부터 출간하게 되었다. 비크너가 50여 년에 걸쳐 나눈 문학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설교와 강연, 기고문에서 37편을 엄선해 엮은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어서 그는 “제목과 본문을 보면 대충 설교자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와꾸’가 잡히는데, 비크너의 글은 중반을 넘어가도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진부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시각, 시적인 언어로 사소한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글들은 자신의 삶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고, 헤아릴 수 없는 신비를 그 안에서 발견하도록 독자를 안내한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읽어본 기독교 책 중 가장 좋았다.”고 평했다.

브라이언 맥클라렌은 서문에서 “신세대 설교자들은 비크너에게 자연스레 끌릴 것입니다. 그가 그림자와 빛을 동시에 그리기 때문입니다. 비크너의 믿음에서 중량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쉽게 주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춤을 추는가 하면 때로는 의심과 맞붙어 싸웁니다. 그는 자신을 ‘회의적인 늙은 신자, 믿음을 가진 늙은 회의주의자’라고 부릅니다. 제가 아는 젊은 설교자들은 쉬운 해답들과 단순한 해결책들, 차분한 현관 불빛과 말뚝 울타리가 있는 아늑한 장면들을 아주 지긋지긋해합니다. 그들은 그런 세상에 살지 않습니다. 두꺼운 안경과 총 거치대, 여드름, 암의 세계에 살지요. 그들의 설교를 듣는 사람들은 그렇습니다. 이것이 바로 비크너가 그의 설교에서 축하하는 세상입니다. 이 세상은 그가 살아 계신 하나님과 자꾸만 마주치거나 하나님이 그와 마주치는 세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설교자들은 이 설교들을 읽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책의 설교들을 읽노라면, 설교자의 나이를 도무지 짐작할 수 없다. 진부한 표현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그가 설교에서 언급하는 ‘우리’는 교회 신자들만이 아니라, 인간 모두이다. 어둠 속에서 하나님은 그 모든 우리와 동행하시고 지켜보시고 이끄신다고 거듭거듭 속삭인다.

“저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살아남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해 줄까요? 우리는 비록 약하지만 우리의 힘을 넘어서는 어떤 힘이 적어도 여기까지 적어도 오늘까지는 우리를 버티게 해주었다고 말해 줍니다. 어리석은 우리지만 우리의 지혜를 넘어서는 어떤 지혜가 충분히 깜빡였습니다. 숲을 헤치고 나갈 길을 훤히 보여줄 정도는 아니었어도 바로 앞에 난 길을 따라가게 해줄 정도는 되었습니다. 그 정도면 버틸 만합니다. 소심한 우리지만 우리의 능력을 넘어서는 사랑이 우리 심장을 계속 약동하게 해주었습니다.”(본문 일부)

“저는 두 제자가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예수님은 그들을 알아보셨고, 세상에 그들 두 사람밖에 없는 것처럼 그들을 보셨다고 믿습니다. 저는 부활이 2천 년 전에 일어난 비범한 사건에 그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제가 이 말을 하고 여러분이 이 말을 듣고 있는 지금도 그분이 우리 각 사람을 그렇게 바라보신다는 데 있다고 믿습니다. 알아보지 못하는 눈 때문에 여러분과 제가 잘 보지 못하는 이 어두운 세상에서, 참새까지도 주목하시는 분이 우리를 보시기 때문에, 죽음의 어둠 속에서도 우리를 놓치지 않으시고 우리는 서로를 놓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그분을 알아보건 아니건, 그분을 믿건 믿지 않건, 그분의 이름을 알건 모르건, 그분은 거듭거듭 다가오셔서 우리가 걷는 길을 따라 한동안 동행하신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벌어지는 어떤 일, 또는 우리가 보는 그 무엇이나 우리가 아는 그 누군가를 통해 - 언제, 어디서,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 그분이 우리에게 생명의 빵과 새로운 희망을 내미시고, 어두운 세상도 이길 수 없는 새로운 빛을 보게 해주신다고 믿습니다. 이것이 바로 부활주일에 은나팔 소리가 알리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부활절이 지나고 은나팔 소리가 희미해져서 먼 메아리 정도로 남을 때, 어둠 속의 비밀처럼 속삭이는 말씀입니다. 잿빛 세상에서 빨간 코트처럼 우리 사이에서 깜빡이는 구원의 거룩한 말씀입니다.”(본문 일부)

프레드릭 비크너(1926~ )는 미국의 작가이자 목사이다. 1981년 『고드릭』으로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1972년에 『사자 구역』으로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30권이 넘는 그의 책들은 전 세계에서 27개 이상의 언어들로 출판되었다. 오 헨리 상, 로젠탈 상, 기독교와 순수문학상, 미국 문학예술아카데미 예술문학상을 받았다.

24세에 펴낸 소설 『긴 하루의 죽음』으로 비평가들에게 극찬을 받으며 작가로 데뷔한 그는 뉴욕에 체류하던 중, "예수님은 신자의 고백과 눈물과 ‘큰 웃음’ 가운데 신자의 마음에 즉위하신다"는 내용의 설교를 듣다가 회심했다. 이후 유니온 신학교에 입학, 라인홀드 니부어, 제임스 뮐렌버그, 파울 틸리히 등의 신학자들에게서 배우고, 장로교 목사로 안수 받았다. 사립학교 교목으로 9년 간 일하다가 글을 쓰기 위해 버몬트 주 한적한 시골마을로 이사했으며, 다양한 교회들에서 설교했다. “우리 시대의 가장 독창적인 스토리텔러”라는 평가를 받는 그는 진부한 종교 언어, 교회에서만 알아듣는 말들 대신에 일상 속에서 신비와 은혜를 발견하고 자신의 신앙에 걸맞는 언어를 찾는 노력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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