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착각

인간은 착각의 명수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데 자신만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자신만 알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모르고 자신도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만하고 속일 수 없는 분이 한 분 있는데, 바로 하나님입니다. 그분은 우리의 중심을 보시는 분입니다. 그분은 우리의 숨은 의도까지 다 아시는 분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무서운 하나님이요 위협적인 하나님이지만,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위로의 하나님입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이나 명목상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심판은 천국과 지옥이 갈라지는 무서운 시간이지만, 진정한 그리스도인에게 심판은 매순간을 성실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나침반과 같습니다. 하나도 땅에 떨어지는 것이 없습니다. 내가 산 인생 그대로 주님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

세상은 힘과 능력이 있는 자들만 인정받는 곳이지만 하나님 나라에서는 힘없고 능력 없는 사람들도 존중받습니다. 오히려 힘 있고 능력 있는 자들은 자신을 의지하고 자신의 행위와 성취에 도취해 하나님을 망각하거나 영광을 가로채기 때문에 하나님의 도우심과 위로를 받기 어렵습니다.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는 그러한 우리의 어리석음을 바로잡는 도구입니다. 자신의 욕망만을 아뢰면서 그것이 하나님을 신뢰하는 증거라도 되는 것처럼 기도 많이 하는 것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도를 많이 해야 하는 이유는 아버지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최우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는 호칭 다음에 이어지는 기도는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입니다. 기도의 출발점에서 자신의 필요를 아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는 것입니다. 그것은 복음의 핵심을 분명하게 보여 줍니다. 복음의 핵심은 하나님입니다. 아니 하나님이 곧 복음입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사랑에서 나오는 최고이자 궁극적인 선물은 바로 하나님이심을 선포합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선물이 되는 것은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우리가 누리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내가 여호와께 바라는 한 가지 일 그것을 구하리니, 곧 내가 내 평생에 여호와의 집에 살면서 여호와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그의 성전에서 사모하는 그것이라"(시 27:4). 시편 기자는 우리가 구해야 할 유일한 한 가지가 곧 여호와 하나님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선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신약 시대에 와서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복음의 최고이자 궁극적인 선물은 우리가 그리스도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김은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기 때문이라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자 함이니)"(빌 3:8).

과연 우리는 그리스도를 최고로 여기고 있을까요?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다고 믿고 있을까요? 그리스도는 나의 모든 것 되신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말뿐인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선교요? 그거 다 돈입니다." "신앙생활이요? 그거 다 잘 살자고 하는 것 아닙니까?" 이런 말들을 너무도 흔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바로 사도 바울이 배설물로 여기던 것들입니다.

믿음은 우리의 삶으로 드러납니다. 그리스도를 최고로 아는 사람은 그리스도를 인생의 최우선으로 삼습니다. 돈을 최고로 아는 사람은 돈을 인생의 최우선으로 삼습니다. 무엇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는지를 바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앙이란 '지금 여기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에덴동산에서 첫 번째 죄를 지은 때부터 보좌의 마지막 심판까지 인간은 하나님을 제외한 모든 선물들을 그분의 사랑으로 여기며 그 사랑을 계속 받아들일 것입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인데 그분을 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은 그분이 자신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신부들을 위해 수없이 많은 선물들을 사셨다는 소식을 선포합니다. 이러한 선물들이 우리를 하나님께로 인도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들의 우상이 된다면 그 어느 것도 우리를 궁극적인 기쁨으로 인도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나님 그분 자체를 가장 큰 선물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은 복음의 축복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누리지 못할 것입니다.

슬프게도 인간 중심적인 사고가 우리의 문화와 교회에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랑받는 느낌은 자신이 중요시된다는 느낌을 의미한다고 가르칩니다. 이러한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세계관과 가치관을 세웁니다. 하나님 중심이 아니라 나 중심의 사회가 되어버렸습니다. 모든 가치의 척도가 ‘나’입니다.

현대인들은 신앙에서도 하나님을 ‘나’ 다음으로 밀어냈습니다. 그분의 가치는 약화되고 그분의 선하심은 훼손되었습니다. 그렇게 궁극적인 만족이 사라지고 만 것을 어리석은 인간들은 깨닫지 못합니다. 하나님 그분을 즐거워하는 것이 사랑이 주는 궁극적인 최고의 선물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하나님은 가장 큰 보화가 아니며, 그분이 자신을 내어주신 것도 가장 큰 자비가 아닙니다. 죄인들이 자신의 창조자를 즐거워할 수 있다는 좋은 소식은 복음이 아니며,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하나님께로 인도하기 위해 고난을 받으신 것이 아니며, 우리의 영혼은 그분을 제쳐놓고 다른 곳에서 만족을 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은 우리를 향한 그분의 사랑 때문이라고 외칩니다. 그러나 우리를 향한 사랑이 그분이 우리를 중시하신다는 근거라면, 실제로 누가 찬양을 받고 있는 것입니까?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존중하셔서 우리로 하여금 중요한 존재라고 느낄 수 있게 해주시는 한, 기꺼이 그분을 존중하고 예배합니다. 미묘한 역전이 우리 가운데 이루어진 것입니다.

우상

우리를 위한 하나님의 선물이 최우선시 되고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은 그 다음이 되신 것입니다. 순서가 바뀐 것입니다. 하나님이 여전히 존중되고 있는 것 같지만 하나님은 그분의 자리를 잃으신 것입니다. 최고의 선이며 우리의 가장 큰 기쁨이셔야 할 그분이 두 번째가 되신 것입니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은밀하게 하나님을 몰아내고 우리의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해 버린 우상의 실체를 깨닫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상이란 하나님보다 우선시되는 모든 것들입니다. 따라서 믿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른 순서입니다. 하나님을 최우선으로 여기면 그 어떤 것도 우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거스틴은 "하나님을 사랑하라. 그리고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했습니다. 우리의 마음에서 하나님이 가장 우선시된다면 그 어떤 욕심도 욕심이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욕심이나 야망이 아니라 거룩한 갈망입니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 백성은 자유로운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 백성들은 창조적인 사람들입니다. 창조 때의 인간의 모습이 회복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소박한 소망이라도 그것이 하나님보다 우선시 된다면 그것은 탐심이나 우상이 됩니다. 그 차이가 참으로 미묘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착각합니다. 하나님의 일을 하면서도 실상 하나님보다 일과 자신을 우선시하여 엉뚱한 패망의 길로 가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주님 앞에 서는 날 '나는 너를 모른다'는 주님의 말씀을 듣게 될 것입니다.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 앞에서 떠나라'는 주님의 말씀을 듣게 될 것입니다.

기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 있지만, 그 필요가 너무 절실해서 하나님을 잊거나 하나님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면, 마음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말했습니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3) 사도 바울은 자신에게 능력을 주시는 분이 누구신가를 잊지 않았습니다. 신앙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순서입니다. 주기도는 그것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첫 번째 간구

이스라엘에서 첫 열매는 하나님의 몫이었습니다. 첫 태에서 처음 난 남자, 곧 맏아들은 하나님께 구별하여 드리는 예식을 행해야 했습니다. 토지소산의 맏물과 각종 과일나무의 첫 열매 또한 주의 전에서 하나님께 드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농사를 지을 때도 첫 열매를 구분하기 위해 실로 표시를 해두고 수확 때까지 지성으로 보살폈습니다. 예물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의 마음이었습니다. 첫 번째 것, 가장 귀한 것을 하나님께 드리는 것은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가장 소중한 분임을 고백하는 믿음의 행위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주기도의 첫 번째 간구는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입니다. 그것은 그분에 대한 예절이며 지켜야 할 마땅한 도리입니다. 그와 같은 태도는 모든 것을 변화시킵니다. 하나님을 우선시할 때 내 삶의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주기도에 이어지는 마태복음 6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라"(33)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단어가 '먼저'라는 단어입니다.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입니다. 기도에는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것이 먼저이며 우리 것은 그 다음입니다.

인간 존재의 목적

하나님은 목적을 가지고 우리를 창조하셨습니다. 우리가 창조의 목적대로 살아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인간 스스로도 가장 즐거운 삶을 살기를 원하십니다. 그런데 인간들의 반역으로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가지게 되었으며, 오늘날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로 죄 사함을 받고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 났다고 말하는 그리스도인들조차 자기 자신을 위한 존재로 자신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존재 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최상의 행복은 하나님과 함께 할 때 주어지는 것입니다. 그 목적이 분명하고 중심이 제대로 선 인간이라야 최선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오늘날 세상이 각박해지고 냉랭해진 이유는 인간이 바로 이러한 목적 자체를 망각했기 때문입니다. 주기도에 나타난 기도의 우선순위는 인간이 어떤 존재이며 어떤 목적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믿음이란

또한 믿음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믿음이란 내려놓는 것이며 하나님께 맡기는 것입니다. 어리석은 인간들은 자기 일보다 하나님 일을 앞세우면 손해 보고 굶어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낍니다. 게으르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것은 사단이 주는 미혹입니다.

우리는 풍성함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자신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더 열심히 일하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전에는 자신의 일만 알아서 하면 되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일들이 달라졌습니다. 청소를 하여도 주님을 위해 하는 일입니다. 설거지를 하여도 주님을 위해 하는 일입니다. 그 일들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합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 일이 즐겁다는 것입니다. 창조의 목적을 달성한 인간에게 예정되었던 하나님의 즐거움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즐거워하는 존재로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 모두를 대표해서 시험을 받으셨습니다. 광야에서 사십 일을 금식하신 후에 돌로 떡덩이를 만들라는 사단의 시험을 받으셨습니다. 자기의 필요를 먼저 채우라는 시험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셨습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마 4:4). 그 결과 주님께서 광야에서 굶어 죽으셨던가요? 성경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에 마귀는 떠나고 천사들이 나아와서 수종드니라"(11).

우리 생각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울 때 주님은 빈 공간을 당신의 마음으로 채우십니다. 그것이 바로 주님과 동행하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말한 것처럼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입니다. 그렇게 될 때 주님처럼 아버지의 일을 먼저 생각하며 아버지의 뜻을 행하게 됩니다.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문제들이 해결할 수 없을 만큼 쌓여 있을지라도 먼저 하나님을 바라보십시오.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십시오. 주님께서 우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실 것입니다. 하나님은 결코 우리를 홀로 버려두지 않으십니다. 그분을 바라볼 때 그분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으십니다. 먼저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행하는 사람은 결코 자기 의에 빠지거나 교만으로 인해 실족하지 않습니다. 마음의 우선순위가 확고하게 설정되어 있는 사람은 어떤 불행이 닥쳐도 흔들리지 않으며 성공 앞에서 자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선순위가 뒤바뀐 사람들은 축복이 저주가 되고 고난이 절망이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을 위한 기도를 먼저 해야 합니다. 그래야 최선의 결과를 낳습니다. 자신의 기도를 한 번 잘 돌아보십시오. 삶을 돌아보십시오. 하나님을 먼저 생각했던 적이 얼마나 됩니까? 하나님의 이름 때문에 억울해도 참고, 기꺼이 손해를 감수했던 적이 있었습니까?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입니다. 하나님을 최우선으로 알고 그분에게 예우를 다할 때 최선의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믿음은 예수님 안에서 만족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믿음의 싸움에서 이기는 비결은 우리 마음의 우선순위입니다. 하나님께서 모든 일에 항상 첫 번째가 되는 삶을 살 수 있다면,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라는 간구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 순간 우리는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즐거워하며 영원히 그분을 찬양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