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잃고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들은 영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말들을 하지만, 그 영들이 보이는 행태와 모양은 항상 일정합니다.

정돈되고 가지런하게 가꾸어진 도시의 어느 구석에 갑자기 아무렇게나 버려진 옷가지들과 망가진 여행가방, 흐트러지고 풀어헤쳐져 마구 널려 있는 생활 쓰레기들이 눈에 보이면 근처에 노숙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시간을 초단위로 나누어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 사람들의 생활반경 어느 언저리에, 시간이 한없이 길게 늘어지고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임시로 쓸 수 있는 텐트를 집 삼아 살고 있습니다.

도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 가운데, 잠시 속도가 늦어진 구석마다 종이 상자를 찢어서 ‘무엇이든 도움이 됩니다(Anything helps)’라고 써서 들고는, 가지고 있는 모든 것과 자기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모든 것까지 다 동원해서, 술이든, 마약이든, 자기들이 잡혀 있는 괴물에게 갖다 바치며 사는 사람들입니다.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도시의 그늘에서 정처 없이 떠도는 이들을 사로잡고 있는 영의 한 형태입니다. 그들의 온 삶은 마트에서 무단으로 가져온 쇼핑카트에 매달려 그들이 가는 곳이 어디든지 따라다닙니다. 카트 손잡이 근처에 주렁주렁 달린 봉지들과 그 아래쪽에 눌려 꺼내기도 힘든 봉지들 속 물건들이 무엇인지, 꼭 필요한 물건은 과연 어디에 있는지는 카트의 주인도 알기 힘들 것입니다.

소변과 대변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쌓여서 나의 생활반경 안에서 악취를 내고 있다면 정말 큰 문제일 것입니다. 일상의 쓰레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버려야 할 때에 버리지 못하거나, 버려진 쓰레기가 완전히 처리되지 않아 일상의 언저리에 계속 남아 있으면, 얼마나 삶을 황폐하게 하는지 모릅니다.

영적인 쓰레기도 마찬가지라고 믿습니다. 예수님 안에서 제대로 처리되어야 할 마음의 찌꺼기들과 죄악들이 계속 내 속 어딘가에 남아 있게 만드는 것이 사람을 얼마나 아래로, 아래로 끌어내리는지 모릅니다.

삶의 돌파구가 필요하거나 새 힘이 필요할 때, 먼저 주변을 정리정돈하고 청소를 하면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예수님의 이름 안에 머물고, 오직 성경 말씀 안에서 벗어나지 않고 깨어 있다면, 버려야 할 때 버릴 줄 알고, 일단 버린 것들은 다시 내 삶에 악취를 풍기지 못하도록 두 번 다시 가까이 하지 않을 것입니다.

몇 개월 만에 밟게 된 L.A. 도심에는 작년보다 더 많은 천막들과 더 황폐한 표정의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차가 그렇게 쌩쌩 지나가는데도, 뜨거운 캘리포니아 햇볕과 종종 내리는 비와 새벽마다 대지를 적시는 찬 이슬을 피해 보려는 건지, 사람들이 다리 밑에 천막을 많이 치고 살고 있었습니다.

하늘에서 세찬 소낙비가 내려 온 거리를 씻어 주는 것같이, 그들의 삶에도 빛을 향해 걸어 나올 용기를 가지도록 큰 은혜가 부어지길 기도합니다.
 

 

편집자 주 : 이 글은 ‘의의 나무 사역’(Oaks of Righteousness Ministry, 이준 목사 담임)에서 발행하는 「의의나무」 2018년 1월호에 게재된 글이다. 2009년, 이준 목사는 이사야 61:3 말씀에서 영감을 받아 ‘의의 나무 사역’이라는 이름으로 교회를 시작했다. 2011년부터 LA 스키드로 거리의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했으며, 2012년에는 오병이어 식당을 열어 날마다 식사를 제공했다. 식사를 제공받는 이들은 누구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수님께서 내시는 식사입니다”라는 인사를 듣는다. 이외에도 주소가 없는 노숙자들을 위한 우체국 사역, 대형 마켓의 협조 아래 식품을 제공하는 아버지 창고 사역, 저소득층 가정에 식료품을 전달하는 푸드 드라이브 사역을 해왔다. 뿐만 아니라 의의나무사역은 L.A.를 넘어, 멕시코와 브라질, 볼리비아로 그 영역이 확장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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