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음식 남은 것 있나요?” 음식을 나르는 봉사자가 테이블을 돌며 여분의 음식이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결혼식을 올린 신혼부부가 감사의 의미로 특별 메뉴를 케이터링했는데, 주문량이 부족했던지 특별식이라 사람들이 더 많이 먹어서였는지 그만 음식이 떨어진 것입니다. 이미 먹고 있던 사람들은 멈칫하며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었고, 봉사자는 한 사람이라도 더 먹게 하려는 초조함에 다른 테이블을 찾아갔습니다. 가나 혼인잔치에서와 같은 기적이 일어나기를 소망했지만 결국 몇 분은 식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못 드신 분들은 대부분 봉사자들이거나 부서에서 후속모임을 하다가 오신 분들이었습니다.

한인 교회들은 예배 후에 친교(공동식사)의 시간을 갖습니다. 그 형식과 운영 방법에 차이가 있지만 공동식사는 그것이 갖는 영적, 현실적 의미 때문에 중단할 수 없는 중요한 주일 사역 중 하나입니다. 식사시간에는 반가운 인사와 웃음이 있고, 먹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예배 시간보다 친교 시간을 통해 하나님 나라가 잔치집 같다는 경험을 합니다. 유학생들에겐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봉사자들이 식사를 준비하는 주방 안에서는 식탁에서와는 다른 풍경이 연출되곤 합니다. 많은 교회 식구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장기간 주방봉사를 하는 분들에게서 평강과 기쁨이 고갈되기도 합니다. 조리 방법의 차이나 조리 과정의 주도권 때문에 갈등이 유발되기도 합니다. 어쩌다 배식 사고가 발생하면 웅성거림이 더하게 됩니다.

누구는 음식을 싸가지고 간다, 누구는 주방봉사 차례에 나타나지 않는다부터, 공동식사를 꼭 해야 하느냐, 좀 더 간단하게 하면 안 되냐, 헌금을 받으면서 식사를 돈 받고 파는 것이 신학적으로 옳으냐 그르냐 등등. 어떤 교회에서는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분열되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들은 한인교회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초기 기독교 공동체가 갈등을 겪었던 대표적인 현장이 바로 성만찬이나 공동식사(아가페)의 자리였습니다. 예루살렘 교회가 그러했고(행 6장), 로마교회가 그러했습니다(롬 14장). 음식 분배에 차별이 있었고, 나눔에 파벌 또는 끼리끼리의 문화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단지 음식 배분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 뿌리에는 구원에 관한 인식, 복음에 대한 인식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유대 공동체 안에는 유대인들만이 선민이고 구원을 누릴 수 있다는 유대특수주의와 하나님은 인류가 모두 구원 받길 원하신다는 구원보편주의의 대립이 있었습니다.

이 구조는 예수 복음 이후에 그대로 기독교 공동체로 이어져서, 유대특수주의가 여전히 남아 있는 히브리파 기독교인들과 구원보편주의를 지지하는 헬라파 기독교인으로 나뉘었습니다. 사도행전과 바울의 복음 전파 과정은 헬라파 기독교 신학 즉 구원이 유대인들만이 아닌 모두를 위한 것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입장의 본질이 바로 나와 너, 또는 나와 타인에 대한 생각의 차이라고 봅니다. 나는 구원받은 자이며 너는 구원받을 자입니다. 하나님에게 나는 특별하고 선택받은 존재이며 끊을 수 없는 사랑의 줄에 매여 있는, 하나님이 포기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을 강조하다보면 유대특수주의자나 히브리파 기독교인과 같게 됩니다. 너도 중요하고 남들도 나와 같이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야 하며 그런 점에서 나와 너는 모두 하나님의 특별하고도 동등한 자녀임을 강조하는 것이 구원보편주의나 헬라파 기독교적 사고입니다.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고, 누구와는 먹고 누구와는 함께 먹지 않는 현상이 지속적이고 의도적으로 반복된다면 그것은 결코 복음적인 친교가 아닙니다. 또한 그런 문제를 계속 이슈로 삼아 갈등을 조장하고 고착화하는 것도 참된 교회의 모습은 아닙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나라가 먹고 마시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먹고 마시는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대신 하나님 나라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성령 안에서의 의와 평강과 기쁨을 누리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롬 14:17). 차별없는 하나님의 구원의 은총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빕니다. 교회에서 먹는 문제로 싸우지 않기를, 이로 인해 교회가 분열되거나 시험들지 않기를 제발 바랍니다. 그것이 본질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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