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부터 우리는 지도를 보면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국의 도시들을 3년 동안을 찾아다니며 간증 집회와 전도를 했습니다. 운전하는 남편에게 오른쪽으로 또는 왼쪽으로 돌아가라고 하면서 길을 찾곤 했는데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난생 처음 가는 길이었지만 지도가 아주 세밀하여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때때로 당황할 정도로 이상한 길을 만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하나님께서는 안전하게 목적지에 잘 도착하도록 인도해 주셨습니다. 어떻게 지도를 들고 미국 대륙횡단을 하며 사역을 할 수 있었는지 생각만 해도 아찔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우리에게 내비게이션이 생기게 된 사연을 쓰면서 하나님께 영광을 드리고 싶습니다. 2005년 5월 메릴랜드에서 사역을 하고 있을 때 뉴욕에 있는 어린양교회(김수태 목사)에서 초청을 해주셔서 그곳을 가려고 지도를 보니 링컨 터널을 지나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였습니다. 링컨 터널을 지나면 맨해튼의 가장 복잡한 곳이 나오는 줄도 몰랐습니다.

우리는 항상 개스도 아끼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는 지름길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모르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듯이 RV 뒤에 작은 차까지 달고 링컨 터널을 지났는데 앞이 캄캄했습니다. 하늘도 잘 보이지 않게 높이 솟아 있는 빌딩 숲에서 우리는 그만 당황하여 지도도 잘 보이지 않고 쩔쩔맬 수밖에 없었습니다. 길도 좁고 일방통행은 왜 그리 많은지 진땀을 흘리는데 사방에서 경적을 울리며 빨리 비키라고 아우성이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침착하게 앞뒤를 잘 살피면서 그 복잡한 맨하탄 거리를 달리는데 그만 큰 차들은 다니지 못하는 길로 들어간 것입니다. 그 길로 계속 가면 얕은 굴다리들이 있어서 큰 차들은 다니지 못하게 된 것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왔는지 금방 경찰차가 달려와서 티켓도 떼지 않고 우리를 안전한 곳으로 인도해 주고는 조심해서 가라고 손짓하며 가버렸습니다. 우리가 교회에 빨리 가서 집회를 해야 함을 아시는 하나님께서 신속하게 도와 주는 친절한 천사를 보내 주셨다고 생각하니 너무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간증 집회는 은혜 가운데 진행되었으며 성도님들의 마음속에 많은 도전이 되었다고 목사님께서 기뻐하셨습니다. 다음 날 사랑이 많으신 목사님께서 우리의 건강을 위해 영양식을 해야 한다며 좋은 식당에서 정말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을 사주셔서 먹으며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엘리야에게 기운 차려 사역하도록 까마귀를 통해 공급하신 하나님은 우리의 가는 길에도 어김없이 먹을 것까지 챙기셨습니다. 내비게이션이라는 것이 나와서 길을 잘 안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맨해튼에서의 일은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사건이라, 다른 교회에 집회하러 가는 길에 Best Buy가 보여서 들어가 내비게이션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초창기라서 가격이 매우 비싸 $980을 달라고 했습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지만 물어만 보고 너무 비싸서 사지 못하고 그냥 집회 장소로 가고 있을 때 전화가 왔습니다. 며칠 전에 간증한 교회의 어떤 집사님이 오늘 저녁 집회를 하는 교회로 와서 우리를 만나 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거의 비슷한 간증을 하니까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더니 그분은 꼭 우리를 만나야 한다며 집회 30분 전에 왔는데 만나 보니 멋있는 청년이었습니다.

그 청년은 셔츠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면서 하는 말이 집사님들이 간증하실 때 마음에 감동이 되어 은혜 가운데 있었는데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얼마를 도우라는 마음을 주셨다는 것입니다. 그 순간 청년은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Yes”라고 하나님께 대답했다는 것입니다.

청년기에 돈이 많이 필요할 텐데 우리는 괜찮으니까 그냥 가지고 가라고 했더니, 손에 꼭 쥐어 주면서 또 다시 한 말을 잊을 수 없습니다. “집사님! 저는 하나님과 약속을 했습니다.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니까 집사님은 꼭 받으셔야만 합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은혜를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밝은 얼굴로 진지하게 그리고 기쁨으로 하나님의 음성에 순종하려는 그 청년의 믿음이 매우 귀하여 축복하고 싶었습니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받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최윤광 청년은 어떤 회사에 다니며 일 년 전에 결혼하였고 아내도 일하는데 차가 없어서 자기가 퇴근하면 데리러 가야 하기에 빨리 가야 한다고 손을 흔들며 뛰어가는 모습을 보며 하나님께서 그 청년에게 복을 내려 주시기를 기도했습니다.

그 청년이 간 후 교회 안으로 들어가서 간증을 하는데 눈물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믿음으로 살고 복음을 전하는 자에게 복을 주시는, 살아계셔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힘있게 증거하였습니다. 간증이 끝난 후 밤늦게 RV로 와서 그 청년이 주고 간 봉투를 뜯어보고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빳빳한 $100짜리 돈이 10장 들어 있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물론 크리스천도 물질을 내어 주는 일에는 인색한 편입니다. “주 예수 사랑하리라 나의 생명 다할 때까지”라고 주님을 위해 생명을 드리겠다고 목청껏 찬양은 드려도 가지고 있는 물질을 드리는 것은 아까워합니다.

그런데 아파트에 살고 아내는 차도 없이 불편하게 살면서도 많은 돈을 선뜻 내놓을 수 있는 그 청년의 부요한 마음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장로님과 권사님인 부모님의 믿음을 본 삼아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들이 믿음의 본을 자녀들에게 보여 주고 실천하는 삶을 살아갈 때에 자녀들도 믿음으로 살고 있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양과 훈계로 양육하라”(에베소서 6:4).

다시 한 번 자녀들에게 어떤 믿음을 보여 주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우리는 그 돈을 가지고 Best Buy로 달려갔습니다. 하나님께서 내비게이션을 마련하라고 그 청년을 보내 주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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