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지음 / 샘터 펴냄(2017)

 

『기다리는 행복』은 수도서원 50주년을 기념하는 뜻으로 6년 간 여러 매체에 발표한 글들과 첫 서원을 하고 나서 일 년의 일기에서 뽑아낸 글들을 묶은 책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여는 글에서 저자는 ‘감사 더 깊어지고, 사랑 더 애틋해지고, 기도 더 간절해지게’ 만들어 준 광안리 성 베네딕도 수도원, 바로 여기가 ‘민들레의 영토’로 시작된 시의 산실이며 기도의 못자리였습니다. 좁은 울타리를 넘어 이 세상의 다양한 이웃들과 시를 통해 사랑과 우정을 나눈 민들레의 영토는 가장 아름다운 ‘마법의 성’이기도 했습니다.‘라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 책에는 40편의 시들도 수록되어 있다.

 

(본문 일부)

온 생애를 주고 내가 만나야 할 행복의 모습은 수수한 옷차림의 기다림입니다. 겨울 항아리에 담긴 포도주처럼 나의 언어를 익혀 내 복된 삶의 즙을 짜겠습니다. 밀물이 오면 썰물을, 꽃이 지면 열매를, 어둠이 구워내는 빛을 기다리며 살겠습니다. 나의 친구여, 당신이 잃어버린 나를 만나러 더 이상 먼 곳을 헤매지 마십시오. 내가 길들인 기다림의 일상 속에 마무는 나, 때로는 눈물 흘리며 내가 만나야 할 행복의 모습은 오랜 나날 상처받고도 죽지 않는 기다림, 아직 끝나지 않은 나의 소임입니다.(기다리는 행복)

'기도에는 작은 극기가 따라야 하고 사랑은 희생을 먹고 자라는 열매임을 아는 터라 누가 내게 기도를 부탁하면 남모르게 작은 희생이나 극기를 바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작은 희생의 기회는 도처에 널려 있다. 누가 내게 기분 나쁜 말을 했을 때도 날카롭게 되받아치지 않고 미소로 응대할 수 있는 것도 사랑의 희생이고. 공중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줍거나 다른 사람을 위해 더 깨끗이 정리하고 나오는 것도 조그만 사랑의 희생이 아니겠는가.'

'사람이 세상 떠날 때가 되면 육체적 정신적 힘을 저절로 다 빼게 되는데 아직 살아 있는 동안은 마음먹고 연습을 해야만 될 만큼 힘을 빼는 겸손이 쉽질 않은가 보다.'

 

 

 

 

 

 

 

저자 이해인은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의수녀이다.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3일만에 받은 세례명이 ‘벨라뎃다’이고, 스무 살 수녀원에 입회해 첫 서원 때 받은 수도명이 ‘클라우디아’이다. ‘넓고 어진 바다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뜻을 담은 이름처럼, 바닷가 수녀원의 ‘해인글방’에서 사랑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출간한 이래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작은 위로』, 『희망은 깨어 있네』 등의 시집과, 『두레박』, 『꽃삽』,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고운 마음 꽃이 되고 고운 말은 빛이 되고』 등의 산문집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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