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2020년에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누가 출마할지가 지금부터 관심사입니다. 사람들은 공화당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도전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민주당에선 오바마 정부 시절 부통령이었던 조 바이든이나 지난 선거때 경선에 나왔던 버니 샌더스 등이 대항마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 나이는 72세, 조 바이든은 75세, 버니 샌더스는 76세입니다.

한국의 정당들도 각 당 대표의 선임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주요 정치인들의 연령을 살펴보니 60대 후반에서 70대 중반입니다. 이들의 등장을 올드 보이의 귀환이라며, 세대교체의 실패, 과거로의 시간 돌리기라고 표현하며 분개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반대로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신체와 정신의 건강상태가 양호해졌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노령화 비율이 높아지면서 그들의 정서와 요구에 공감하고 이를 대변할 줄 아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점, 계층간의 갈등과 국가 간의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 지혜와 경륜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강조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나이만 가지고 지도자로 적합하다 아니다를 논할 수 없습니다. 그보다는 성숙도, 포용력, 문제 해결 능력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줄 아는 능력이 있는가, 변화에 대한 유연함과 원칙 중심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가,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는 통찰력과 미래에 대한 예지력이 있는가 등을 더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에게 쓰임 받은 성경 속의 인물들은 역사의 무대에 등장할 때의 나이가 다양했습니다. 예레미야는 20세, 에스겔은 30세에 소명을 받았습니다 다윗은 10대 중반에 신탁을 받았고, 30세에 왕위에 올랐습니다. 열왕기를 읽어보면 7살에 왕위에 오른 이도 있습니다. 한편 모세는 80세, 아론은 83세에 민족 해방과 건국 과정에 뛰어들었고, 아브라함은 70대 중반에 개척자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나이의 제한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중요한 것은 공적인 삶을 살기 시작했을 때 나이가 몇 살이었는가가 아니라, 누구에 의해 부름받았고 어떤 자세로 사명에 임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비교적 많은 나이에 공적인 생애를 시작한 모세를 살펴보며 교훈을 얻습니다. 모세는 평소 민족을 구하겠다는 꿈과 의욕을 가지고 있다가 하나님을 만나 지도자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습니다. 이 점에서 고국의 소식을 듣고 사명감에 불타 페르시아 왕을 찾아갔던 느헤미야와는 다릅니다. 오히려 그는 이집트를 잊으려 했고 자기 민족, 자기 가족의 탄식 소리에도 특별한 마음이 없었습니다. 하나님이 “네가 가라” 하실 때에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시간을 끌었습니다. 선거가 끝나면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가 선거때만 되면 국민이 필요로 한다며 복귀를 반복하며 본인의 꿈을 이루려는 어떤 정치인과는 달랐습니다.

모세는 이집트로 돌아갈 때에도 ‘내 민족’을 구하기 위해 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너의 백성’을 구하라고 하지 않으시고, ‘나의 백성’을 구하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출 3:10). 이는 자신의 눈으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눈으로 문제를 보았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점에서 자기 양, 자기 교회라 생각하며 물러나기를 거부하고, 물러난 뒤에도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여느 종교인과는 다릅니다. 또한 모세는 재산이나 특수부대를 가지고 독립운동을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모세는 지팡이 하나만 들고 바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모세는‘나의 지팡이’라고 하지 않고 ‘하나님의 지팡이’라고 표현합니다(출 4:20). 지팡이는 그의 분신과도 같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표현은 비로소 그가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는 히브리인도, 이집트인도 아니었고 미디안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신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은 회색인으로 살아왔습니다. 하나님께 속한 자라는 확고한 자의식을 갖고 난 다음에야 그는 바로 앞에 선 것입니다.

연로할수록 자기 것을 내려놓고 그 자신이 온전히 하나님의 것이 되어야 합니다. 노욕을 부린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오직 하나님의 음성과 뜻에 따라 움직인다는 원칙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존경받고 권위있는 어른이 절실한 때입니다.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분별했으면 좋겠습니다. 나이에 상관 없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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