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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욕심보다 오만을 싫어하셔요"스무 해 동안 고목에 성경말씀 새기며 주님께 사랑 고백한 김서운 집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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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14  05: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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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본회(Logos Missions)에 국한문 혼용 성경 및 찬송가 필사본, 기독교 기사 스크랩북, 고목 뿌리로 만든 탁자, 성경 구절을 새긴 목각 스물 몇 점과 함께 700불을 기증한 김서운 집사님을 만나기 위해 지난 9월 12일, 시카고에 있는 시니어 아파트를 찾아갔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만 100세를 바라보는 김 집사님은 “말을 많이 하면 오만해질까봐 두렵다”며 말을 아꼈다.

성경 필사는 신앙 고백

100세라고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목소리도 몸가짐도 정정하고 웃음이 맑은 김 집사님은 목각 만드는 공구들을 꺼내서 보여 주고, 작업장이라며 화장실을 구경시켜 주었다. “시니어 아파트에 여유 공간이 없어 화장실에서 작업해요. 나무가루가 수북이 쌓이는 통에 아내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지요.” 미주 한인으로 1호 입주자라는 김 집사님은 20년 전 시니어 아파트 단지 내 공원을 산책하던 중에 죽은 나무들을 발견했고, 남다른 손재주를 살려 종이뿐 아니라 나무에도 성경 구절을 써보고 싶어져서 목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20년 동안 160여 점을 만들어 자녀들과 여러 교회, 지인들에게 두루 나누어 주었다는 김 집사님에게 집에 간직했던 목각 작품들을 본회에 기증하게 된 동기를 물었다. “얼마나 더 살지 모르고, 집에 두면 아무도 볼 수 없기에 생전에 기증하자고 마음먹었어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성경 구절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인들이 기독교 기관을 권유해서 로고스 선교회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무에 새긴 글자 크기며 필체가 일정해 감탄사가 절로 나왔지만, 레터용지 한 장에 성경 한 페이지를 그대로 옮기는 식으로 신구약을 베껴 철끈으로 묶은 필사본은 더욱 놀라웠다. 인터뷰에 동석한 막내딸 이혜정님이 그 비결을 설명했다. “젊은 시절 중국에서의 근무 경력 덕분에 한자를 많이 쓰시고 필체가 단정한 것으로 압니다. 게다가 글 쓰는 걸 무척 좋아하십니다. 일기, 기도, 편지는 물론이고, 당신의 삶을 모두 기록해 다른 자료들과 함께 정리해 두십니다.”

일터에서 물러나 시니어 아파트에 입주한 뒤, 김 집사님은 성경 말씀대로 살기 바라는 마음이 담긴 유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구약 6번, 신약 7번, 찬송가 3번을 필사했으며, 지금 구약을 7번째 필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팔순, 구순의 김 집사님에게 성경 쓰기는 하나님께 일상을 봉헌하는 일이자 신앙 고백이었을 것이다.

신앙을 유산으로 남기고자

한문을 일상으로 사용하는 이유를 물으니, 김 집사님은 중국에서 돌아가신 부모님 이야기를 꺼냈다. 김 집사님은 1919년 3월 11일 중국에서 출생했으며, 모택동의 공산당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 평안도로 갔다가 한국전이 일어났을 때 월남하여 서울에 정착했다. 김 집사님의 부모는 중국에 남아 있었는데, 한ㆍ중 국교 단절로 만날 수 없어 미국 이민을 결심했다.

63세 되던 1981년, 미국에 왔지만 시민권을 얻기까지 오래 기다릴 수 없었던 김 집사님은 중국대사관을 찾아가 가슴 아픈 사연을 털어놓으며 통사정을 했다. 놀랍게도 중국 대사는 여권을 만들어 주었고, 김 집사님은 1982년 부모와 해후할 수 있었다. “그 당시 중국에는 종교의 자유가 없었지요. 부모님은 교회에 가시지 못했지만 날마다 성경을 읽고 찬양을 부르고 계셨어요. 성경책이 너덜거렸지요. 부모님의 찬양을 녹음해서 가져왔어요. 그게 마지막 만남이었습니다.”

정직하라! 겸손하라!

이어서 청력이 약한 김 집사님을 대신해 이혜정님에게서 아버지의 신앙 이야기를 들었다.

“부모님이 싸우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두 분이 서로를 존중하셨지요. 아버지께서 어머니와 자식들에게 언성을 높이신 적은 별로 없지만 엄격하셨습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밤 9시면 집안의 불을 손수 끄셨지요. 미국 오신 뒤에도 한 교회에만 출석하셨어요. 장로 직분을 받으라는 권유도 여러 번 받았는데, 한사코 거절하셨지요. 늘 믿음의 분량이 모자라다고 생각하셨어요. 자식들 귀에 못이 박히도록 정직과 겸손을 강조하셨습니다. 만나는 사람들 모두에게 존칭을 쓰셨고,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나 남들이 알아 주지 않는 일을 하는 분들을 한결같이 섬기셨지요.”

“시니어 아파트에서 살게 된 후부터 웰페어로 생활하시는데, 한창 때에는 멋쟁이셨던 분이 중고 옷을 사서 고쳐 입으시며 절약해 모은 돈으로 손주에게 편지와 함께 용돈을 주시거나 자식들이 다니는 교회에 헌금을 하십니다. 거동이 불편해 집에서 예배를 드리는 지금도 신자로서의 도리를 다하시지요. 남들 보기엔 지극히 평범한 삶이지만, 자식 입장에선 아버지의 평범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말없이 당신의 삶으로 크리스천의 도리를 가르쳐 주신 것 같습니다.”

김 집사님에게 ‘정직’의 의미를 물었다. “정직은 사랑이고 하나님이고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늘 정직했다는 건 아니지만 노력했습니다. 정직하게 살면 하나님 아버지께서 복을 주신다고 믿습니다.” 그러면서 김 집사님은 인터뷰도 하나님 앞에서 오만이 될까봐 걱정된다며, 하나님은 욕심보다 오만을 가장 싫어하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기 전 좋아하는 성경 구절과 찬송가를 가르쳐 달라 요청했더니, 김 집사님 부녀가 동시에 “데살로니가전서 5장 16-18절! 찬송가 460장!!”이라고 외쳤다. “항상 기뻐하라!”

기자를 배웅하겠다고 지팡이 짚고 문밖으로 나온 김 집사님 부부는 들어가시라고 손짓해도 오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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