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을 드릴 때 주시는 감동은 다양하다. 심신이 지쳐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위로를 주시기도 하고, 절망감이 엄습할 때는 하나님을 향하여 눈을 돌리게 하시며 소망을 주신다. 찬양을 드리다 받은 은혜를 일일이 열거하자면 입이 열 개가 있다 해도 모자랄 것이다.

반면 내가 너무 약하고 어리석은 성도이기에 주님께 감히 드리기 부담스러운 찬양도 있다. 그 대표적인 찬양이 바로 ‘하늘의 문을 여소서.....’ 로 시작하는 ‘임재’이다.

처음 이 찬양을 배울 때에는 아무 생각 않고 찬양 인도자를 따랐다. 멜로디와 노랫말이 익숙해지던 어느 날, 눈을 감고 천천히 가사를 음미하면서 하나님께 올려드리다가 입이 열리지 않는 경험을 했다. ‘이곳을 주목하소서.’ 하는데, 머리에 파고드는 ‘지금 하나님께서 하늘의 문을 여시고 나를 바라보신다면?’ 이란 생각이 입을 막아버렸던 것이다.

주님께서 이곳을, 이 모습을 보신다면?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수선하게 정리되지 않은 내 주변을 시작으로, 지저분한 차림새와 언짢은 일이 있었던 뒤라서 비 오기 직전의 하늘같이 우중충한 표정이 하나님의 주목을 기다리고 있었음에 놀랐다. 주변과 외모보다 더 흉측한 나의 내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게으름, 핑계대기 일쑤인 성품, 다른 사람 미워하고, 무시하는 등 끝도 없는 교만이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고 죄스럽게 줄지어 떠올랐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모습이 절대로 아니었다. 이런 생각이 든 후부터 감히 이 찬양을 입에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7월 둘째 토요일, 그날은 내가 속한 팀이 우리 교회 단기선교사님들의 점심을 책임 맡았다. 아침부터 준비해야 하므로 새벽예배 후에 모이자는 팀원들의 뜻대로 오랜만에 새벽 예배에 참석했다.

짧은 설교, ‘죄 사함을 주신 예수그리스도를 힘입어 의롭다 하심을 주셨다’는 은혜의 말씀을 들은 뒤 우린 모두 기도 시간을 가졌다. 예배당 안의 빛은 침침한 등으로 바뀌고 찬송의 멜로디가 부드럽고 고요하게 울렸다.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여기저기서 조용히 하나님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연로하신 집사님의 작으나 벅찬 음성 "아버지. 아버지", 누군가가 부르는 나직한 찬송소리도 들렸다. 웅얼웅얼 하나님과 대화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어디선가 울음 섞인 속삭임이 애절한 가락처럼 들려왔다. 가만히 눈을 떠 봤다. 침침함에 익숙해진 눈에 예배당 안의 풍경이 모두 드러났다. 숙인 머리들 위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옅은 어둠이 나에겐 아늑한 평강으로 느껴졌다.

그 느낌은 하나님 아버지께서 여기 모인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신다는 확신을 갖게 했다.

그건 놀라운 은혜로 다가왔다. 이곳은 주님을 간절히 부르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구나. 이곳이 바로 주를 향한 노래가 꺼지지 않는 곳이구나! 기도의 향기가 하늘에 닿는 곳이구나! 하늘의 문을 여시고 우리를 주목하시는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만 모인 이 안에 앉아 있기만 해도 임재하심을 알게 하시는 주님의 은혜! 죄인일지라도 간절히 바라는 자에게 오시는 주님. 바로 은혜! 예수님의 이름을 의지하면 죄가 사하여지는 은혜! 의롭다 칭하심을 은혜로 주신 주님!

주님을 간절히 갈망하고 있었던가보다. 어느 사이에 난 게으름을, 가증스러운 마음을, 탐욕을, 그리고 교만함을 회개하고 있었다.

울컥 감동이 밀려왔다. 오랫동안 부담이었던 찬송이 비로소 조용히, 그러나 거침없이 내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주님을 기다립니다... 이곳에 오셔서 이곳에 앉으소서. 이곳에서 드리는 예배를 받으소서! 주님의 이름이 주님의 이름만이 오직 주의 이름만 이곳에 있습니다!"

내가 혼자였을 때 느끼지 못했던 그 은혜, 내 모습 그대로지만 주님의 임재를 기대할 수 있게 해준 공동체, 사랑하는 나의 교회가 준 새벽기도의 감동. 주님을 바라는 노래조차 부르기 어려웠던 나, 언감생심이었던 주님의 임재를 새벽기도를 통해서 체험했던 것이다.

갈급한 마음에 오시는 주님, 그 은혜의 경험은 어디서든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내 입에서 주를 향한 노래가 꺼지지 않고, 기도의 향기가 하늘에 퍼질 수 있게, 그리고 "주여 여기 앉으셔서 나를 받으소서!" 고백할 수 있게 주변과 내면을 주님의 기쁨을 위해 정리하며 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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