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하우어워스 지음 / 홍종락 옮김 / IVP 펴냄

 

「정답 없는 삶 속에서 신학하기」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저자에 의하면, “내러티브 신학을 전개한 작품”이자 “내 인생에서 그 통일성을 구성하는 하나의 패턴을 찾아내려는 시도”이다. 흔히 접하는 자서전이나 간증과는 확연히 다르다. 저자가 “한 편의 긴 감사의 글”로 읽을 수 있다고 말한 대로, 이 책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우정은 내 일의 중심 주제이고, 중요하게는 내 삶의 현실이다”라는 저자의 말대로 책에서 호명한 사람들 대부분을 친구라고 부른다. “친구들을 통해 다른 친구들을 발견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도 서로 만나고 우리 모두 이전보다 더 큰 존재가 된다”(본문 일부)

2001년 「타임」지의‘미국 최고의 신학자’이자 인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기포드 강연자로 선정된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최대한 솔직하게” 자신의 삶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 조적공이었던 아버지, 한나의 기도를 드렸다고 저자에게 말해 준 어머니, 정신 질환을 앓았던 첫 번째 아내, 교회와 성례를 사랑하고 함께 교회에 정말 많이 다닌 두 번째 아내, 가장 친한 친구인 아들 애덤, 대학 동료들과 또 다른 친구들에 대해 주관적 판단이나 감성을 배제하면서 그들을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여 준다.

신학자이자 기독교 윤리학자인 저자는 ‘입장을 요약하거나 옹호하는 책을 기대하면 실망하라고 밝힌다. “기독교가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해답’이라고 생각하는 발상은 지금 세상의 모습이 불가피한 것이라는 생각을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입하는 현실순응적 교회의 모습을 반영한다. 그런 ‘해답’은 기독교를 하나의 설명으로 바꿔 놓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가 볼 때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은 답 없이 사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이렇게 사는 법을 배울 때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은 너무나 멋진 일이 된다. 신앙은 답을 모른 채 계속 나아가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본문 일부)

또한 저자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떤 형태의 전쟁이건 그 타당성을 부인하는 평화주의자이다. “우리는 미국이 위대한 나라이고 미국인들은 선한 국민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나는 미국인들이 선해지고 싶어 한다는 것을 믿을 수 있지만, 선해지려면 의롭다고 내세우는 명분에 대해 스스로와 이웃에게 거짓말하면 안 된다. 세상이 위험한 곳이라는 사실이 그리스도인들에게 놀라운 소식으로 다가와선 안 된다. 그리스도인은 사순절이 시작될 때  먼지라는 말을 듣는 자들이 아닌가. 인간이 영원히 살도록 창조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스도인들이 기억한다면, 우리 자신과 비그리스도인 형제자매들이 보다 겸손하고 진실하게 말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고, ‘악’에 맞선 전쟁의 소위 필연성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구해낼 수 있을 것이다.”(본문 일부)

죽음에 대해서는 저자가 애송한다는 시 한 편을 소개한다.

“누가 죽음을 두려워할까. / 바보들만 두려워하리라. / 죽음은 한 사람에게만 / 닥치는 것이 아니라 / 모두가 받는 것이니 / 내 친구들이 하는 여행은 / 나도 할 수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  분명히 아는 것 하나. / 나는 그가 있는 곳에 간다. / 이 작은 문 앞에서 주춤하는 바보들아, / 너희들 앞서 / 수많은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영혼들이 이 문을 지났는데 / 마냥 망설이고 있을 텐가? / 너희의 경우는 남들보다 더 어렵다고? / 그렇지 않다. / 너무 고요하다고? / 이곳에서 충분히 시끄럽지 않았더냐? / 담대하게 가라.  / 그곳에는 이미 수많은 위대함과 온유함이 있었으니 / 너희도 기쁘게 따라가라...”(아일랜드 시인 몽크 기본, ‘마지막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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