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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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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13  06: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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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는 괴상한 제목의 영화는 캄캄한 밤, 술에 취한 건지 섬의 주민 네 명이 독일군의 검문에 걸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가축을 몰수당해 독일군이 재배를 명령한 감자로 끼니를 이어가던 주민들 중 몇 명이 몰래 돼지고기와 밀주 파티를 하다가 통금 시간을 넘긴 것이다. 사실을 들키면 체포되는 위기의 순간에 엘리자베스가 기지를 발휘해 돼지감자파이 북클럽의 독서 모임 때문에 늦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거짓말 덕분에 그들은 본의 아니게 먼지 낀 도서관에서 책들을 꺼내다가 독서 모임을 시작하게 된다.

세월이 흘러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영국은 전쟁과 공습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중이다. 여주인공 줄리엣 애쉬튼은 전쟁에 관한 해학적인 산문을 신문에 기고하는 작가이다. 그 글들이 인기를 끌어 책이 나오지만, 줄리엣은 홍보를 위한 북 투어에 염증을 느끼고, 깊이 있는 글을 쓰고 싶은데 영 글이 써지질 않아 고민이다. 독일군의 공습으로 부모도 집도 잃은 아픔을 지닌 줄리엣은 부유한 미국인 마크와 데이트 중이다.

결혼하면 뉴욕에서 살자는 마크의 제안에 마음이 흔들리는 줄리엣에게 어느날 낯선 편지 한 통이 배달된다. 발신인은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회원이라는 도시 아담스이다. 우연히 줄리엣이 팔았던 헌 책을 구한 도시는 책에서 그녀의 주소를 알게 되었다며, 찰스 램의 다른 책을 구할 수 있는 런던 서점의 주소를 알려달라고 요청한다. 줄리엣은 답장을 쓴다.

“제 책이 어쩌다 건지 섬까지 갔을까요? 아마도 책들은 저마다 일종의 은밀한 귀소본능이 있어서 자기한테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가는 모양이에요. 그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요.” 도시와 편지를 교환하면서, 북클럽에 호기심을 느낀 줄리엣은 섬을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배를 타기 직전 마크에게서 프로포즈 반지를 받은 줄리엣은 마크와의 핑크빛 미래와 새로운 글감에 대한 기대로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오른다.

건지 섬에서 만난 북클럽 회원들은 지성이나 교양과는 인연이 없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책에 대해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있다. 모임의 규칙 또한 엄격하다.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는 엘리자베스라는 여인은 그곳에 없는데, 그녀의 귀여운 딸 키트가 편지를 보낸 도시를 아버지라 부르며, 회원들의 돌봄을 받고 있다. 그런데 사연을 물으면 모두가 말을 아낀다. 그럴수록 궁금증은 커지고, 줄리엣은 그들에 관한 글을 쓰고 싶다고 방문 의도를 밝히지만, 차가운 거부 반응만 접하게 된다.

줄리엣은 물러서지 않고 비밀을 캐보기로 작정하고 북클럽 회원들을 따로 만나 전쟁 중에 일어난 일과 책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안면만 익힌 이웃들이 돼지고기 파티와 북클럽을 매개로 점령 기간 중 서로의 친구가 된다. 말수 적고 사교성이라곤 없었던 도시 아담스는 찰스 램의 수필을 읽으며 이웃 챙기는 즐거움을 찾게 되고, 술주정뱅이는 『세네카 서간문』으로 술을 끊게 되었다며 세네카에게 경의를 표하고, 약초로 물약을 만드는 이솔라는 『폭풍의 언덕』의 주인공을 사랑하면서 고독이 치유되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회원들이 들려 준다.

책보다 엘이자베스 맥케나의 정체가 궁금했던 줄리엣은 결국 그녀가 독일군 의사와 사랑에 빠져 키트를 낳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 독일군 의사는 귀대 명령을 받고 배를 타고 돌아가던 중에 폭격으로 사망한 이야기, 중노동에 내몰린 독일군 포로를 도와주다가 엘리자베스가 체포되어 독일의 강제수용소로 보내진 이야기도 듣게 된다. 북클럽 회원들은 키트를 돌보며 엘리자베스가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다. 줄리엣은 애인 마크에게 부탁하여 그녀의 행방을 수소문하는데, 줄리엣을 데려가려고 미 군용비행기를 타고 섬을 찾아온 마크는 그녀의 사망 소식을 전한다. 수용소에서도 또 다른 죄수를 보호하려다가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다. 슬픔에 젖은 줄리엣은 마크와 함께 런던으로 돌아온다.

줄리엣이 건지 섬 주민들에게 마음을 빼앗겼다는 것을 눈치 챈 마크는 결혼을 채근하지만, 줄리엣은 그에게 반지를 돌려준다. 또한 몇날며칠 글쓰기에만 매달려 북클럽에 관한 글을 완성하는데, 친구이자 출판업자인 시드니와 북클럽 회원에게 그 글을 선물하면서 출판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줄리엣은 도시 아담스를 사랑하고 있으며, 엘리자베스의 딸 키트의 후견인이 되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닫고, 건지 섬에 정착하기로 결심한다. 이심전심 그녀를 찾아 런던으로 달려온 도시 아담스와 줄리엣은 항구에서 해후한다. 그 다음? 둘은 결혼하고, 키트와 북클럽 회원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지 않았을까? 무겁지 않은 해피 엔딩의 로맨스 영화이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지난 10년 간 미국과 전 세계의 사랑을 받아온 동명 소설의 줄거리를 담은 영화라고 한다. 마이크 뉴웰이 감독했으며 2018년 런던에서 개봉되었으며, 미국에서는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소설가인 매리 앤 섀퍼가 30여 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러나 암에 걸려 책의 출간을 보지 못하고 73세에 사망했으며, 그녀의 조카 앤 배로우가 미완의 소설을 정리해 출간했다고 한다.

이 영화의 말미에서 ‘가족’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을 흔들었다. 얼마 전 미국의 신학자가‘친구’들과의 관계 확장을 통해 공동체를 설명하는 책을 읽었을 때에도 가슴이 설렌 적이 있다. ‘가족’은 언제나 가슴이 찡해지는 단어 아닌가. 영화 말미에서“세상은 내가 건너야만 하는 사막처럼 보였다. 그리운 옛 얼굴들을 찾으며”라고 찰스 램의 시‘그리운 옛 얼굴들’의 한 구절을 인용한 줄리엣은 “수년 동안 그리운 옛 얼굴들을 찾고 있었는데, 당신들에게서 찾았다.”고 말한다.‘가족의 정의’를 가르쳐 주어서 고맙다고 북 클럽 회원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엘리자베스에게도 감사를 표한다. “만나지 못했지만 그녀의 삶이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면서, 줄리엣은“만일 책들이 사람들을 한데 엮는 힘을 가지고 있는 거라면, 그 마법이 계속되길 바란다고 말한다.”고 덧붙인다.

그 마법이야 두말할 필요 없이 ‘사랑’이다. 얼굴만 아는 옆집 사람이 친구가 되고 다시 가족이 되게 한 마법은, 주인공을 섬으로 끌어들인 비결은......(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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