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서북미의 울창한 숲과 짙푸른 바다는 철 따라 토산물을 안겨 줘"

밴쿠버

철 따라 풍성한 토산물을 안겨 주는 서북미의 울창한 숲과 짙푸른 바다는 지상 낙원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풍요로운 축복의 땅이다.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는 미송을 비롯하여 울창한 숲은 수많은 동식물을 길러내고 품어 주는 어머니의 가슴 같고 새 생명을 잉태하는 자궁 속과 같은 신비를 간직한 땅이다.

여러 해 전 충청도 우수공무원을 선발하여 해외 연수를 보내는 프로그램에 동참하여 그들을 데리고 다니며 안내한 일이 있다. 고향 사람들이 왔다고 충청향우회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한두 명씩 자기 집에 민박을 시키고 극진히 돌보아 주며 충청도 양반들의 인심을 유감없이 드러낸 온정 넘치는 기회였다.

처음 만나는 생면부지의 얼굴이지만 자기 집에서 평안한 잠자리를 제공하고 정성껏 준비한 아침 식사를 대접 한 후 지정된 장소와 시간에 맞추어 데려다주면, 미리 정해진 일정에 따라서 가능하면 여러 곳을 견학시키고, 한 가지라도 더 배워 조국에 필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두가 열심히 봉사하였다.

킹 카운티에 있는 국립 수산청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미리 교섭하고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 일행의 숫자대로 각종 자료와 영상을 준비하고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어 나 자신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미국은 태평양과 대서양에 걸쳐 수많은 어족 자원을 가지고 있는 국가이다. 금상첨화라고나 할까? 태평양 북쪽에 위치한 알래스카는 제정 러시아에서 헐값으로 구입한 보물 중의 보물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곳을 구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뉴욕 출신 상원의원을 역임한 링컨 대통령 시절 윌리암 헨리 시워드 국무장관이었다. 그 당시에는 불모지로 여겼던 땅을 구입하자 멍청한 짓을 한다고 반대도 많았으나 오늘날에는 얼마나 현명한 판단이었는지 누구나 알게 되었다.

알래스카에는 세계 석탄 매장량의 10%가 묻혀 있고, 미국을 막대한 석유강국으로 만들어 주는 석유가 있고,  북태평양은 세계 어족 자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어족 자원을 품고 있는 보고이다.

알래스카에서 금광이 발견되어 번창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시애틀과 시카고 간에 철도가 연결된 후에는 서북미가 물류의 중심 도시로서 장족의 발전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시애틀과 오리건 주 포틀랜드는 항구도시이며, 서북미를 대표하는 거점 도시로 발전하였다.

나는 다른 곳에서 오신 손님들을 모시고 관광 안내 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곳저곳 가볼 만한 곳을 안내하면서 이곳의 특산물에 대하여 소개할 때가 있는데, 주저 없이 봄철 이곳저곳에 돋아나는 고사리를 이야기한다. 손가락 만큼 굵고 부드러우며, 맛이 얼마나 좋은지 한국에까지 소문이 나서 서울 남대문 시장에 가면 워싱턴 고사리라고 팔고 있다고 한다.

퓨젯사운드 바다에서 나오는 구이덕 또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대형 조개이다. 팔뚝 만한 싱싱한 조개 목을 썰어 회로 먹으면 입 속에서 살살 녹으며, 약간 달달하고 오도독 씹히는 싱싱한 맛은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다. 다른 곳에서는 손질한 후 냉동하여 보급되며, 일식집에서는 미루과이라는 이름의 횟감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선선해지는 가을 소나무 숲속에서 기지개를 펴고 돋아나는, 하얀 속살을 자랑하는 송이버섯은 한 단계 높은 맛과 향을 자랑하며 특산물 중의 왕이라고 거만을 떨기도 한다. 독특한 향은 어디에 견줄 수가 없어서 송이버섯 향이라고 한다. 지난 주간에는 이 지역에서 오래 사시면서 종종 송이버섯을 채취하여 친지들과 나누기도 한다는 어른을 따라서 처음으로 나섰는데, 금년에는 너무 가물어서인지 구경할 수가 없었다. 몇 시간 헤매다가 겨우 한 뿌리를 만나는 것으로 만족하고 돌아왔다.

미국 동해안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바닷가재와 불루 크랩이 나오지만, 서해안 전역에서는 던지니스 크랩이 나오고, 알래스카에서는 킹크랩과 스노 크랩이 얼마든지 잡히고 있다.

초가을부터 연말까지 잡히는 오징어는 추위도 잊은, 많은 태공들을 부둣가로 몰려들게 한다. 이 지역에서 잡히는 오징어는 엄밀하게 분류하면 한 뼘 정도 크기의 한치다. 추위에 떨면서 잡아온 한치를 손질하여 초장에 목욕시켜 입에 넣으면 쫄깃하고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추위에 떨며 고생한 것을 잊고 또 바닷가로 나가게 한다.

5월 말 경에 시작해 한 달 여를 북적대는 준치들의 고향방문 행사는 태공들을 들뜨게 하고 멀리 캐나다부터 콜럼비아 강까지 7-8시간 운전하고 달려오게 한다. 미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연어는 하루에 한두 마리밖에 잡을 수 없지만, 준치는 가시가 많아 먹지 않기 때문에 제한 없이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 금년에는 5,60마리 잡은 것 같다. 그 구수하고 입 속을 휘저어대는 맛은 썩어도 준치라는 유명한 말을 듣기에 충분하다.

오뉴월을 전후하여 하얀 꽃을 피워대고 처음에는 몽슬몽슬하고 파란 열매를 빨갛게 익히다가 무르익고 나면 까맣고 윤기 나는 맛있는 야생 딸기는 어디를 가도 지천으로 널려 있다. 우악스럽게 무장한 날카로운 가시를 헤집고 한 움큼 따서 입에 넣으면 입속에서 울려 퍼지는 달콤하고 풍성한 주스가 입안을 가득 채우며 시원함의 극치를 이루기도 한다. 부지런히 몇 시간 수고하면 5 갤런 통 하나 채우기는 어렵지 않다. 설탕과 버무려 놓고 3-4 개월 숙성시키면 맛있는 주스가 되고 좀 더 기다리면 건강에 좋은 무공해 복분자 술이 된다.

겨울 한철 비가 자주 내려서 불편하지만 그 덕분에 울창한 숲이 우거지고 맑은 공기를 제공해 주고 각종 토산품들을 즐비하게 내어주는 이곳에서 이 모든 것을 즐기며 누리고 살 수 있도록 베푸신 은총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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