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 지음 / 황소북스 펴냄(2017)

 

『말의 품격』에서 저자 이기주는 “지금 우리는 ‘말의 힘’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말하기가 개인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 지 오래”라고 서두를 뗀다. “말 잘하는 사람을 매력 있는 사람으로 간주하는 풍토는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날카로운 혀를 빼 들어 칼처럼 휘두르는 사람은 넘쳐나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폭포수처럼 쏟아내며 좌중을 들었다 놨다 하는 능변가는 홍수처럼 범람한다."는 저자는 ‘말과 사람과 품격에 관한 생각들’을 에세이에 담아 책으로 만들었다.

“틈틈이 인간의 외로움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인간의 고질적인 외로움을 달래주거나 그 농도를 연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타인의 손길과 언어가 아닐까 생각했다.”면서, 저자는 “사람은 홀로 떨어진섬과 같은 존재다. 사람이라는 각기 다른 섬을 이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말이라는 교각이다. 말 덕분에 우리는 외롭지 않다.”고 서문에 기록했다.

“말은 마음을 담아낸다. 말은 마음의 소리다. 내가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 나만의 체취, 내가 지닌 고유한 인간의 향은 내가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고 강조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말과 세계관에 대해 끝없이 질문을 떠올리고,” “때로는 당신의 입이 아닌 귀를 내어주면서 상대의 마음을 얻었으면 한다. 또한 당신의 가슴속에 꼭꼭 숨겨두었던 진심을 건져 올려 그것으로 상대의 아픔을 어루만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한다.

‘이청득심(以聽得心, 들어야 마음을 얻는다), 과언무환(寡言無患, 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다), 언위심성(言爲心聲, 말은 마음의 소리다), 대언담담(大言炎炎, 큰 말은 힘이 있다)’이란 4개의 큰 제목 아래, ‘존중, 경청, 공감, 반응, 협상, 겸상, 침묵, 간결, 긍정, 둔감, 시선, 뒷말, 인향, 언행, 본질, 표현, 관계, 소음, 전환, 지적, 질문, 앞날, 연결, 광장’이라는 제목의 짤막한 에세이 스무 편이 실려 있다.

마지막 에세이에서 저자는 "따스한 햇볕 아래 서 있을 때 삶의 비애와 슬픔을 말려버릴 수 있다“며, ”삶의 바깥쪽에서 서성이지 말고 삶의 한복판으로 걸어가야 한다“면서 손을 내민다. ”광장으로, 볕이 드는 곳으로, 삶의 온기가 있는 곳으로...“

이 책의 편집자는 “글을 쓰고 책을 만든다. 쓸모를 다해 버려졌거나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쓴다. 고민이 깃든 말과 글에 탐닉한다. 가끔은 어머니 화장대에 은밀하게 꽃을 올려놓는다. 지은 책으로는 『언어의 온도』 등이 있다”라고 저자를 소개한다.

“나는 인간의 말이 나름의 귀소본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언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가려는 무의식적인 본능을 지니고 있다. 사람의 입에서 태어난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냥 흩어지지 않는다.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와 몸으로 다시 스며든다.”(서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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