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피터슨 지음 / 김유리 옮김 / IVP 펴냄

 

영성 신학자 유진 피터슨은 40년 가까이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한 길 가는 순례자(A Long Obedience in the Same Direction)』에서 자신의 필요와 취향에 맞는 영성을 찾아다니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의 발길에 제동을 걸고, 오직 그리스도의 길만을 따르는 순례자의 영성을 갖추라고 권고한다. 히브리 순례자들이 예루살렘 성전으로 가는 길에 불렀던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시편 120-134편)”를 통해,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용기와 지혜 그리고 험한 여정을 극복할 수 있는 위로를 전해 준다.

“20년 전(2001년 기준) 본서가 처음 나온 이래, 세계 전반적으로나 교회 구석구석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그래서 『한 길 가는 순례자』 20주년 기념판을 내기 위한 개정 작업에 착수할 때까지만 해도 많이 손 볼 생각이었다. (...) 그러나 정작 손 본 것은 없다. 변하지 않는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나님은 변하지 않으셨다. 그분은 여전히 잃어버린 자를 찾고 구원하신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을 계시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응답도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듣고 따르든지 그렇게 하지 않든지 둘 중 하나이다. 하나님과 하나님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실존이라는 기본 전제 앞에 서면 우리는 언제나 원점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볼 때 우리는 매일 처음부터 다시 출발하는 것이다.”

“나는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이 기도 생활 없이는 결코 긴 순종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것과, 본서의 골자인 15편의 ‘성전으로 올라가는 노래’(시 120-134편)가 언제나 그리스도인들이 장기간에 걸쳐 그들의 모든 삶을 기도로 옮기고 또 그들이 기도한 그대로 살기를 배울 수 있는 주요 방편이 되었음을 알았다.”

“그러나 내 주변 사람들은 시편으로 기도하지 않는다. 나는 그것이 의아했다. 그리스도인들은 언제나 시편을 기도로 읊어 왔기 때문이다. 왜 나의 친구들이나 이웃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시편의 아름답고 조화롭고 운율적인 언어들은 현대를 사는 그들의 어수선하고 복잡하고 좌충우돌하는 일상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히브리어 원문으로부터 이 시편 기도들의 특징인 거칠다 싶을 만큼 강한 활력을 그대로 살려 옮기고 싶었다. 이 시편 내용을 그저 멀리서 사모하는 데 그치지 말고 다시금 시편으로 기도하기를 바란다.“(서문 일부)

“내 목회사역의 토대가 된 두 가지 확신이 있다. 첫 번째 확신은, 복음은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이어야 하며, 목회사역은 그 복음을 살아 있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복음을 선포하고 설명하고 복음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나는 그 복음이 살아 있기를 바랐다. 구체적인 삶의 영역에서 생생하게 살아 있기를 바랐다. 그러면서 나 자신의 삶 속에서 복음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는 훨씬 더 엄청난 과제였다. 나는 이것이 시간이 필요한 일임을 깨달았다. 나는 비교적 긴 시간을 보냈다. 그때 니체의 ‘한 방향으로의 오랜 순종’이라는 구절이 내 상상력을 자극했고 결국 이 책이 나오게 되었다.”

“두 번째 확신은, 목회사역이 성경과 기도로 하는 사역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게는 다른 사람 속에 그리스도의 형상을 심을 능력이나, 어른이든 아이든 그들이 제자로서의 삶을 살도록 해줄 능력이 전혀 없었다. 그것은 초자연적인 사역이며, 나는 초능력자가 아니다. 내 사역은 성경과 기도로 이루어지는 겸손한 사역이었다. 사람들로 하여금 성경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께 귀 기울이도록 돕는 것, 그리고 그들도 우리처럼 기도의 삶을 사는 동안 할 수 있는 한 인격적이고 정직하게 하나님께 응답하도록 초대하는 일 그것이다. 이것은 더딘 사역이었다. 때때로 나는 그 더딘 것을 참지 못하고, 좀 더 신속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곤 했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그들을 하나님께로 가까이 가도록 돕는 것이기보다는 그들의 삶에 간섭하는 것처럼 보였다.”

“오히려 성령께서 내가 무대에 등장하기 오래 전부터 하시던 일을 내가 방해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고는 죄책감을 느끼며 내가 할 사역으로 돌아오곤 한다. 그것은 바로 성경과 기도요, 기도와 성경이다. 성경과 기도는 두 개의 구별된 실체가 아니다. 나의 목회 사역은 그 둘을 융합시키는 것이었다. 성령께서 우리 안에 그리스도의 형상을 심기 위해 사용하시는 것이 바로 이 연합, 곧 하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성경)과 우리가 하나님께 말씀드리는 것(기도)의 연합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연합이다.”

천천히 성경은 우선 하나님과 관련된 세상에 대해 보여 준다. 이는 굉장한 세상이며, 그 광대함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 규모에 익숙지 않다. 우리는 소인국의 길거리와 뒷골목에서 자랐다. 우리 눈은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성경 속으로 너무 빨리 들어가거나 너무 빨리 훑고 지나간다면, 성경 안에 있는 대부분의 것을 놓치고 말 것이다.”

상상력을 가지고. 성경은 우리를 항상 포함한다. 우리의 삶은 성경에서 말하는 모든 것과 암시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이를 깨닫기 위해서는 상상력을 가지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우리에겐 성경에서 발견한 것을 어떤 개념, 표어나 원리 또는 문맥과 상관없는 ‘구절들’로 축소시키려는 나쁜 버릇이 있다. 그러나 성경은 하나님이 살아 숨 쉬는 사람들, 우리 같은 사람들 속에, 그리고 그 가운데 임재하시며 활동하심을 보여 준다. 상상력이란, 우리의 감각을 그대로 지닌 채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하나님이 보여 주시는 다른 대화와 행동에 들어가서 성경의 세계에서 편안함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부르는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음성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시며, 초청하시며, 우리에게 약속하시고, 복 주시고, 우리와 마주 대하시며, 우리에게 명령하시고, 우리를 치유하신다. 성경에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삶을 말씀하신다. 우리는 듣고 있는가? 대답하고 있는가? 성경을 읽는 것은 기도하며 읽는 것이다.”

순종적으로. 우리는 성경을 수하에 두고 삶을 고치는 연장함이나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안내서 혹은 우울한 날에 생기를 북돋워 주는 책자로 이용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할 만큼 영리하지 못하며 그렇게 하도록 기대할 수도 없다. 그 책의 저자는 그분의 책을 통해 우리에게 글을 쓰셨다. 우리가 우리의 책을 통해 그분께 책을 쓴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 책에서 예수님을 따르는 자인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 예수님은 그분을 따르도록 우리를 부르셨고, 우리는 순종한다. 혹은 순종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가 들어가고 있는 하나님의 구원의 놀라운 세계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적용할’ 수 있을 만큼 많이 알지 못한다. 우리의 임무는 순종하는 것, 믿음을 가지고 온전히 신뢰하며 순종하는 것이다. 그저 순종하라.”(에필로그 일부)

유진 피터슨(1932~2018)은 시애틀 퍼시픽 대학교에서 철학, 뉴욕 신학교에서 신학, 존스 홉킨스 대학교에서 셈족 언어를 공부한 뒤, 1958년에 PCUSA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1962년 메릴랜드에서 ‘그리스도 우리 왕 장로교회’를 개척해 30년 간 섬겼다. 이후 성경을 현대 영어로 번역하는 일에 전념해 1993년 메시지 신약, 2002년 신구약 완역본이 출간되었다. 밴쿠버 리젠트 칼리지에서 13년 간 영성 신학을 가르쳤으며, 영성 신학을 집대성한 시리즈 5권이 2010년 완성되었다. ‘목회자들의 목회자’로 불렸던 저자는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 , 『응답하는 기도』 , 『시편으로 드리는 매일 기도』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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