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에는 수요예배가 있다. 당연한 것처럼 들리지만, 수요예배를 드리지 않는 이민교회가 많아지고 있는 요즘, 수요예배가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오후 7시 30분부터‘수요영성예배’를 드리는데, 찬양과 말씀, 그리고 기도 순서로 이어진다. 말씀은 주제를 정해 시리즈 형태로 진행되며, 최근에는 ‘교회 공동체’라는 주제로 두 달 동안 이어졌다. 예배 참석인원은 30여 명이다. 주일 출석 인원이 어른 아이 합쳐 800명을 넘을 때도 있으니, 결코 많은 인원이 참석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복학생 시절, 서울 S교회에 출석하면서부터 수요예배에 참석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담임목사님이 설교하셨는데, 천 명 넘는 직장인과 대학생, 청년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고 말씀을 들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면서는 주일설교 못지않은 은혜로운 말씀을 놓치지 않기 위해 퇴근하면 곧바로 교회로 가서 예배에 참석했고, 혹시 조금 늦으면 본당이 아닌 다른 곳에서 영상으로 예배에 참여하며 은혜를 받았다. 당시 한국에서 제일 큰 경제신문 기자로 근무할 때였는데, 수요일만큼은 일체 저녁 약속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기자가 수요예배에 참석하는 게 대단하다”고 말했지만, 내게는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수요 예배 참석 습관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수요예배에 빠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바로 주중의 영적인 회복을 위해서이다. 주일에 아침 일찍부터 오후 늦게까지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봉사하면서 하나님의 은혜에 흠뻑 빠져 있다가 세상으로 나가 사흘쯤 지나면, 피곤하고 지치며, 또 영적인 고갈을 느끼게 된다. 이럴 때 수요예배를 통해 다시 한 번 하나님을 만나고 영적인 충전이 이뤄지면, 남은 목요일과 금요일을 은혜 가운데 살아낼 수 있다. 누군가“예배는 하나님께서 부어주시는 은혜로 충만해져 치열한 영적 전투가 벌어지는 삶의 현장으로 나아가는 ‘미사일 발사대’와 같은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실제로 나는 거의 매번, 수요예배를 통해 회복이 이뤄질 뿐 아니라, 직장에서의 문제가 해결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 집사님의 권유로 수요예배 찬양팀으로 섬기게 되었다. 주일 성가대로 봉사하기 때문에 노래를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 집사님의 권유를 거절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찬양팀으로 봉사하고 나서 수요예배를 통해 더 큰 은혜를 받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수요예배에는 별로 관심이 없던 아내가 자막 봉사를 위해 수요예배에 참석하게 되었고, 덕분에 아이들도 그 시간에 교회에 와서 ‘뛰어놀며’ 하나님의 은혜 안에 한 번 더 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나만 수요 예배에 참석하며 은혜를 받는 것이 내심 미안하고 안타까웠던 차에 참 잘 된 일이다.

나 역시 이전과 달리 퇴근하고 교회로 가는 한 시간 동안, 찬양을 따라 부르며 예배를 미리 준비하게 됐다. 수동적으로 예배에 참여해 말씀을 듣고 은혜를 받는 것도 좋았지만, 예배를 준비하는 자로 설 때, 하나님께서 몇 배의 은혜를 부어주신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찬양팀과의 교제가 생기고, 시간이 애매해 거르기도 했던 저녁 식사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된 것은 덤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많은 교회에서 수요예배가 사라지고 있다. 내가 사는 이곳 LA만 해도 수요일에 모이는 교회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최소 필자 또래의 40대 이민자라면, 이민 오기 전 주일이나 수요일 저녁이면 들을 수 있었던 교회 종소리에 대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주일과 수요일 저녁에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정도로 수요예배는 교회의 상징과도 같았다. 바쁜 이민 생활 가운데 주중에 모여 예배를 드리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수요예배를 드리는 교회가 다시 생겨나고, 주중 예배를 통해 회복하고 충전되는 이민자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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