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교회 건물 전면에 걸린 무지개 배너를 보았다면서 사무실 동료 한 분이 분노한 적이 있다. 무지개가 LGBT 커뮤니티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는 판에 교회가 무지개 배너를 내걸었다니 화날 만도 했다.

작년 여름, 티셔츠를 갈아입으려다가 멈칫했던 기억이 난다. 늘 입던 셔츠였건만 새삼 팔 부분의 자그마한 무지개 도안이 눈이 들어온 것이다. 무지개는 그냥 무지개인 거야, 속으로 중얼거리면서도 마음은 이미 불편해졌고, 결국 그 티셔츠를 서랍에서 추방시키고 말았다.

친척이든 이웃이든 누군가가 “아들이야? 딸이야?” 라고 물으면 3인칭 복수대명사와 베이비의 합성어인 “theyby”라고 답한다는 부모에 대한 기사를 얼마 전에 읽었다. 그 부모는 친척이나 지인은 물론이고 자녀에게도 성별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했다. 성장하면 자녀에게 젠더의 선택권을 줄 것이라 했다. 생물학적 성의 굴레에 갇혀선 안 된다는 게 그들의 신조였다. 여자아이에게 공주 옷을 입히고 바비 인형을 가지고 놀게 하고, 남자아이에게 장난감 총이나 로봇을 가지고 놀도록 유도해선 안 된다는 거였다. 그 부모는 이란성 쌍둥이 자녀에게 무지개 레깅스와 핑크빛 셔츠를 입힌다고 했다.

무지개가 성 소수자(LGBT)들의 상징이 된 이유가 궁금해져서 정보들을 검색해 보았다. 1978년 샌프란시스코의 동성애자 자유 기념 퍼레이드를 위해 화가 길버트 베이커가 8가지 빛깔의 색띠를 고안했으며, 이후 원단 공급 문제로 6가지 빛깔(빨주노초파보) 무지개 아니 색띠가 일반화되었다고 한다. 8가지 빛깔 가운데 분홍색은 성(sex)을 상징한다고 한다.

본래 무지개는 하늘에 반원형으로 나타나는 일곱 빛깔의 줄이다. 비온 뒤 대기 중에 떠 있는 수많은 물방울들에 햇빛이 비치면서 굴절과 반사 작용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란다. 미국과 한국에선 빨주노초파남보를 무지개 색으로 여긴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 보아도 아름다운 자연 현상인 무지개의 의미를 성경도 가르쳐 준다. 창세기의 대홍수를 마지막으로 다시는 홍수로 인류를 멸하지 않겠다는 하나님의 영원한 언약이다. 그 언약을 직접 받은 이들은 노아와 그의 가족이었지만, 방주에 탔던 암수 한 쌍의 생물 모두에게 해당되는 언약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인류가 멸망하지 않으려면 대홍수만 없다고 될 일이 아니다. 자손이 대대로 이어져야 하며, 자손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태어나는 것이 신의 섭리라는 걸 모르는 이는 없다. 인간 외의 생물들은 본능으로 섭리를 따른다. 결혼의 원래 목적도 자손에 있지 않았던가.

지금의 문화가 공동체보다 개인을 중시하게 되고, 인권 존중의 대상에 예외는 없다지만, 소수의 인권 존중을 위해 모두에 해당하는 진리가 법적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이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하나님은 무지개를 계속 띄우시는 것일까?

“하나님이 노아와 그와 함께 한 아들들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내가 내 언약을 너희와 너희 후손과 너희와 함께 한 모든 생물 곧 너희와 함께 한 새와 가축과 땅의 모든 생물에게 세우리니 방주에서 나온 모든 것 곧 땅의 모든 짐승에게니라 내가 너희와 언약을 세우리니 다시는 모든 생물을 홍수로 멸하지 아니할 것이라 땅을 멸할 홍수가 다시 있지 아니하리라 하나님이 이르시되 내가 나와 너희와 및 너희와 함께 하는 모든 생물 사이에 대대로 영원히 세우는 언약의 증거는 이것이니라 내가 내 무지개를 구름 속에 두었나니 이것이 나와 세상 사이의 언약의 증거니라 내가 구름으로 땅을 덮을 때에 무지개가 구름 속에 나타나면 내가 나와 너희와 및 육체를 가진 모든 생물 사이의 내 언약을 기억하리니 다시는 물이 모든 육체를 멸하는 홍수가 되지 아니할지라 무지개가 구름 사이에 있으리니 내가 보고 나 하나님과 모든 육체를 가진 땅의 모든 생물 사이의 영원한 언약을 기억하리라”(창세기 9:8-16).

어느 교회가 내걸었다는 무지개 배너. 혹시 하나님의 영원한 언약을 잊지 말자는 간절한 호소는 아니었을까? 여섯 혹은 여덟 가지 색띠가 아니라 일곱 빛깔 무지개는 아니었을까? 이게 그냥 나만의 상상이 아니길 빌어 본다.(Hey Kim)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