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관적인 영역이다.  신앙생활의 연륜이 깊어질수록 성경적인 신앙생활은 결코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믿음의 길을 걷는다는 사람들의 깊이와 양상은 실로 다양한데, 믿음의 행로 가운데 나에게 사표가 되고, 나를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가게 하는 믿음의 사람들과 교제하는 것은 큰 복이요 감사이다.  이 지면을 통해 20여 년 이상 개인적으로 교제하며, 후방에서 사역을 지원해 왔던 N 선교사를 소개하여 믿음의 선한 영향력을 끼쳤으면 한다.

1980년대 후반 공산권이 붕괴되고, 1990년 동/서독의 장벽이 무너진 시기, 즉 세계의 정치적, 사회적 격변기의 산물인 난민들과 소수 민족의 독립운동가들이 이들을 가장 잘 수용해 준 독일로 많이 들어오게 되었다.  이즈음 N 선교사는 독일의 쾰른 공대를 졸업한 뒤 보장된 삶을 접고, 주님의 부르심을 받아 기센의 복음주의 신학대학을 다니며 한인 유학생과 영어권 군인 가족을 섬기며 목회를 하고 있었다.

N 선교사는 우연한 기회에 근처에 대형 국제 난민 보호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침 추수감사절이라 교회에서 정성껏 준비한 푸짐한 음식과 전도지를 가지고 그곳을 방문한 것이 첫 인연이 되어, 그 후 난민 선교의 험난한 길을 20년 이상 걷고 있다.

N 선교사는 몹시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났으며 몸이 극도로 허약해, 어렸을때 스스로 생을 마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N 선교사의 심장에 연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긍휼이 일찍이 각인되었던 것 아닐까?  지금도 비슷하지만, 나라를 빼앗긴 설음과 갖가지 깊은 상처로 울분 가득한 난민들, 언어와 문화가 전혀 다른 보호소에서 내일이 보장되지 않아 추방을 우려하고, 언제 다른 난민 보호소로 이동해야 할지 모르는 불안감에 떠는 이들을 사랑으로 섬기며, 인생의 유일한 소망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가시밭 길을 N 선교사는 지금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난민 선교를 시작한 지 2년 정도 되었을때, 사역에 동참했던 교회의 청년들과 유학생들은 모두 떠나 버려서 N 선교사 부부만 달랑 남았는데, 난민 보호소에서도 이들이 오면 노골적으로 피하고 심지어 미워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과연 이 사역에 어떤 비전이 있을까 하는 깊은 갈등과 고민에 잠겨서, N 선교사는 “주님, 주님 같으면 이 현장에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주님, 바울 사도가 이 현장에 있다면 어떻게 하기를 원하십니까?”라고  물어보며 처절한 몸부림으로 주님 앞에 나아갔다고 한다.

최근에 이분은“난민 선교가 위험하고 험난한 길이라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감히 시작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목자 잃은 양을 인도하는 ‘선교적 낭만’의 분위기에 취해 있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솔직히 고백했다.

이분의 초기 사역 대상 난민은 주로 망국의 쿠르드 민족과 코스보 알바니아 청년들이었는데, 다민족 교회를 개척한 이후에는 독일인을 비롯하여 터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이란, 시리아, 집시 등 다민족을 섬기면서, 전도와 예배, 성경공부를 통해 예수의 제자로 양육하고 있다.

사람의 힘으로는 이룰 수 없는 개종을 위해, 무슬림들에게 코란의 허구와 오류를 가르쳐 주어야 했기에, N 선교사는 코란을 깊이 연구하고, 쿠르드 말을 위시해 터키어, 집시어 등 여러 민족의 언어들을 열심히 공부해 구사하고 있다.

잃어버린 영혼에 대한 뜨거운 사랑으로, 10여 년 전부터 자동차로 한 시간 떨어진 두 지역에 국제 난민 교회를 개척하여 섬기고 있으며, 해마다 라인 강에서 무슬림 개종자들 여러 명에게 침례(교회 개척 전까지 약 50명)를 베풀고 있다.  이 모든 사역이 성령의 역사로 가능했다고 N 선교사는 생각한다.  또한 우리 민족이 독일에 “복음의 빚”을 졌다는 거룩한 부담을 가지고 독일 땅에서 열방의 민족들에게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는 선교”의 정신으로 계속 이 길을 걷고 있다.

고된 사역 가운데서도 틈틈이 공부하여 기센 대학에서 목회학 석사와 신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휫필드 신학교에서 독일 교수의 지도하에 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A4 용지로 650페이지가 넘는 「구속사 관점에서 사도 바울의 복음과 선교」라는 주제의 박사 논문이 신학의 본거지요 자존심 높은 독일에서 책으로 출판되었다니, 현장 사역뿐 아니라 학자로서의 면모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지금은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필요에 따라 신학 강의를 겸하고 있다.  2008년 미주 한국일보에 소개된 바 있는 『사도가 전했던 복음으로 복음을 전하라』는 N 선교사의 책은 성서적인 복음을 정확하게 전하기 위해 출간되었다.

지난해 필자와 아내는 하나님의 은혜로 20여 년 동안 기도하고 후원해 온 사역 현장을 직접 둘러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예수님을 믿고 어둠에서 빛으로 나온 다민족들 그리고 특히 열방의 난민들은 비록 내일이 불안하고 극도로 열악한 생활 가운데서도 참 소망의 기쁨으로 뜨겁게 찬양하며 예배를 드리고 즐겁게 교제하고 있어서 필자는 큰 감동과 도전을 받았다.

참으로 겸손하고 온유한 N 선교사는 초심을 잃지 않고, 이발 기술을 배워 주중에 수용소를 찾아 다니며 직접 난민들의 이발을 감당하고 있었다.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그의 이발하는 모습에 겹쳐 보이는 듯했다.  지금 N 선교사는  대외적으로 사역의 지경을 넓혀 여러 나라에서 사역하는 아랍어와 페르시아권의 난민선교사 100여 명의 네트워크인 “에이펜-네트워크”의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심히 부족하지만 복음의 빚을 진 자로서, 나 자신을 어둠에서 빛으로 인도하신, 뼛속까지 스며드는 하나님의 사랑에 감격하여 이 모든 사역을 감당하는 것뿐”이라고 N 선교사는 겸손하게 말한다.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 사람은 바로 이런 분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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