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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을 위한 의자가 있나요?
주인돈 신부  |  성공회 한마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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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4  06: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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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를 보내신 후에 기도하러 따로 산에 올라가시니라 저물매 거기 혼자 계시더니”(개역개정, 마태복음 14:23).

아들 이사야가 보스턴 마라톤(2014년)을 뛴 적이 있다. 아들의 보스턴 마라톤을 응원한 다음날, 우리 가족은 보스턴 근처의 콩코드를 찾았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와 랄프 왈도 에머슨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특히 윌든 호수를 가 보고 싶었다. 19세기에 자연주의적이며, 초월주의적인 철학을 지녔던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살았던 현장을 보고 싶었다. 그는 젊은 시절, 월든 호숫가에 직접 통나무집을 짓고 홀로 살았다. 인생의 본질을 추구하면서 실험적인 삶을 살았다.

그 오두막에는 세 개의 의자가 놓여 있다. 소로우는 그의 저작 『월든』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 집에는 세 개의 의자가 있다. 하나는 고독을 위한 것이고, 둘은 우정을 위한 것이며, 셋은 사교를 위한 것이다.”(p.200)

(I have three chairs in my house; one for solitude, two for friendship, three for society.)

첫 번째 의자는 자기자신을 위한 것으로 자신과의 대화인 고독을 즐기기 위한 것이었다. 삶을 성찰하기 위한 것이었다. 두 번째 의자는 벗과의 대화를 위한 것이었다. 세 번째 의자는 그가 ‘방문객’이라고 부른 세상 사람과의 대화를 뜻했다. 소로우는 아마 자기 삶의 지평을 의자라는 상징으로 풀어냈는지도 모른다. 나는 세 개의 의자를 ‘개인’, ‘관계’, 그리고 ‘세상’을 위한 삶의 자리라고 부르고 싶다.

소로우는 세 개의 의자 중에서 첫 번째 의자, 즉 ‘고독’을 위한 의자에 가장 많이 앉았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매일 세 시간 이상 혼자 호숫가를 산책했다. 홀로 지내며 자기자신을 성찰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소로우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진실로 바라건대 당신 내부에 있는 신대륙과 신세계를 발견하는 콜럼버스가 되라. 그리하여 무역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상을 위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라. 각자는 하나의 왕국의 주인이며, 그에 비하면 러시아 황제의 대제국은 보잘것없는 작은 나라, 얼음에 의해 남겨진 풀더미에 불과하다.”(p.457f)

(Be a Columbus to whole new continents and worlds within you, opening new channels, not of trade, but of thought. Every man is the lord of a realm beside which the earthly empire of the Czar is but a petty state, a hummock left by the ice.)

그는 고독한 상태에서 자신의 정신 세계를 탐험하길 원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책의 말미에 윌리엄 해빙턴의 시를 인용한다.

“그대의 눈을 안으로 돌려보라, 그러면 그대의 마음속에 여태껏 발견 못하던 천 개의 지역을 찾아내리라. 그곳을 답사하라. 그리고 자기 자신이라는 우주학의 전문가가 되라.”(p. 456)

“Direct your eye sight inward, and you’ll find A thousand regions in your mind Yet undiscovered. Travel them, and be Expert in home-cosmography”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월든 호수에서의 고독을 통해 자기자신만의 정신세계를 탐험하고, 19세기의 자연주의적이며 초월주의적인 철학자가 되었다. 그의 시민불복종 운동은 간디의 인도 독립과 북아일랜드의 시민권 운동, 마틴 루터 킹의 미국 민권 운동, 넬슨 만델라의 남아공 인종 화해 운동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의 자연주의 철학은 오늘날 생태주의 운동의 효시가 되었다.

그는 자연적 삶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예언자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 모든 것은 자기 탐험과 자기성찰의 고독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는 고독을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를 빚어 만드신 본래의 모습, 참된 자아와 만난다. 또한 우리는 고독을 통해 이웃과 만나고 결국은 더 넓은 세계와 만나게 된다.
이 세 개의 의자 중에서 어느 의자에 주로 앉는가? 잃어버린 의자는 없는가? 소로우가 말한 자기 탐험의 세계는 지금의 우리에게는 어떤 세상인가?

10년 전인 2009년, 삶에 대해 심각한 질문을 했다. 50대 문턱을 넘어가기 전에 앞으로 살아야 할 50대의 10년 그리고 소위 50+의 삶에 대한 심각한 질문, 자기 성찰과 고독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 그 결과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 Finding Your Sweet Spot’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다. 자기를 성찰하고, 탐험하고, 미래를 바라보고, 준비하는 프로그램이다.

고독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자신과 대면하고, 자기자신을 탐험하는 시간이며, 진정한 자기자신이 되어가는 시간이다. 올해는 한국을 떠난 지 사반세기가 되는 해이다. 고독 가운데 머물며, 또 다시 나 자신을 만나고, 탐구하고, 고독 가운데 삶의 본질적인 것과 연결되어야 할 것 같다.

봄날이다. 집 뒤뜰에 소로우처럼 의자를 놓아야겠다. 특별히 고독을 위한 의자를...

(* 책 인용: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 강승영 옮김, 경기도 파주 : 이레,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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