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操心)이란 말의 조(操)자는 ‘잡을, 집을 조’이다. 그러니까 조심의 말뜻은 마음을 잡는다는 단순한 의미로 이해할 수 있지만 그리 단순한 말은 아닌 듯하다. 조(操)자를 가만히 살펴보면 나무 목(木) 위에 입[口]이 세 개나 얹힌 꼴인데, 옆에는 손[手]이 바짝 붙어 있으니 내 식으로 풀이한다면 ‘사람의 마음속에는 하고 싶은 말들이 많겠지만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말을 해야, 뿌리 깊은 나무처럼 넘어지지 않고 바르게 살아갈 수 있다’는 가르침이 아닐까.

아무튼 생활 속에 자주 쓰는 ‘조심’이란 말의 근본(根本)인 ‘말조심’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내가 근무하는 교정(矯正) 현장은 수용자들의 모든 생활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 잠자리에 들기까지 모든 과정은 교도관의 시선 내에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낮 시간을 보내는 공장이나 작업장, 혹은 교육장에서 아침마다 수용 생활에 대한 질서와 안전 교육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이라는 것은 아무리 부드럽게 해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나는 그 점을 고려하여 특별히 취사장에서 강조했던 몇 마디가 있다. 나름 짧으면서도 구체적이어서 효과적인 교육으로 여기고 있다.

“여러분, 오늘 하루도 맡은 일에 정성을 다합시다. 여러분의 수고로 많은 사람들이 잘 먹고 있으며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일하면서 여러분이 꼭 명심할 게 있습니다. 먼저 말을 조심하고 또 칼 조심, 불 조심 합시다.”

이러한 반복적인 교육은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결과적으로 진정성을 깨닫고 조심하는 습관을 기르게 되는 것이라고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형식이 아니라 더욱 친근하게 배려하는 교육 태도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말에 대한 숱한 교훈들이 있다. 그 중에서 쉬우면서도 실천해야만 하는 절실한 첫 번째 속담은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이다. 이 속담은 진리에 가깝다. 동서고금 모든 사람이 경험하는 보편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말은 한 사람의 인격이다. 또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도 그 뜻이 무척 깊다. 진심이 담긴 말이야말로 가치로 가늠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나아가 오래 전 어느 학교 게시판에서 보았던 말에 대한 교훈은 내 가슴에 아로 새겨져 있다. ‘칼로 베인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낫지만 말로 베인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였다. 사실 말 한마디 때문에 좋은 관계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벽을 쌓는 경우를 익히 보았던 터이다.

나는 오늘 교회의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아내의 문자 메시지가 떠 있었다. ‘말을 적게 하세요!’ 매우 간결한 한 마디였다. 순간 남편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고 여겨져 언짢은 기분이 들긴 했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말을 하기 전에 생각하는 사람과 말을 하고 나서 생각하는 사람이 그것이다. 분명한 것은 말이 적어야 생각하는 말을 하게 되고 조심하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이 많으면 실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거침없이 말을 하고나서 아차, 하는 순간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고 만다. 그렇다고 말이 적다고 말실수가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말을 적게 하는 꾸준한 노력이야말로 말조심의 첫걸음이 아닐까.

존경하는 상관이 있었다. 그는 인물이 출중하지도 않았다. 어찌 보면 험상궂은 얼굴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직원들 앞에 나서서 무슨 얘기를 할라치면 숙연해질 정도로 분위기가 진지해지곤 하였다. 이 진지함은 이내 마음속에 긍정하는 감동으로 울렸다. 집단을 이끄는 힘이 리더의 진정성에서 비롯된다면 그 진정성을 드러내는 중심 수단은 말이다. 많은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그는 생각하는 말을 했다. "여러분의 고민과 아픔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알아야 하고 현명하게 판단해서 따라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당장의 이익을 주장하여 나중에 내 판단이 옳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지금도 그분의 말이 힘있게 들려오는 듯하다.

“너는 하나님 앞에서 함부로 입을 열지 말며 급한 마음으로 말을 내지 말라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너는 땅에 있음이니라 그런즉 마땅히 말을 적게 할 것이라"(전도서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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