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성장” 4

 

 

 “영적 성장”이라는 주제로 지난 시간에는 “영적 성장의 단계”를 묵상하였습니다. 기독교 영성에서 영적 성장의 단계를 소개하는 대표적인 모델은 “정화-조명-일치”의 세 단계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인간의 영혼이 회개의 단계(정화)를 거쳐, 네 가지의 관계가 깊어지는 깨달음의 단계(조명)를 통과하며 성장해가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영적 성장의 마지막 단계인 “일치”에 대해서 나누고, 이러한 영적 성장을 이루기 위한 “내면 세계 가꾸기”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일치

영적 성장에서 인간의 영혼이 정화와 조명의 단계를 거쳐 성숙해지면, 영적인 성장의 최종 목적지에 이르는 순간을 맛보게 됩니다. 일치의 단계입니다. 다른 말로 하나님과의 연합(union with God)을 경험하는 순간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신앙생활의 목적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을 친밀하게 느끼고, 하나님 안에 완전히 들어가는 연합을 경험하길 원합니다.

일치의 단계(하나님과 연합의 단계)는 신비하고 특별한 체험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는 하나님 안에 완전히 들어가는 신비한 체험들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하나님과의 연합은 이미 내 삶에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면서 시작되는 일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의 영성이 깊어져서 정화와 조명의 과정을 거치면, 우리는 하나님이 살아서 내 삶에 함께하시는 것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하나님을 매순간 바라보려는 노력 속에 우리는 하나님과 하나되는 것을 경험하기 시작합니다.

목회의 목적도 이것입니다. 유진 피터슨은 『목회자의 영성』이라는 책에서 목사의 할 일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목사가 해야 하는 일은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작용하는 은혜를 보도록 돕는 것입니다.” 살아계신 하나님이 이미 성도들의 삶에 함께하고 계시는 것을 보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활의 주님이 그들의 삶에 동행하고 계시고, 성령께서 성도들의 삶에서 강하게 역사하고 계십니다. 목회는 이미 함께하고 계시는 이 은혜를 보도록 도와 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목회를 우리는 영성 목회(contemplative ministry)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곧 교인들의 삶에 살아서 역사하고 계시는 하나님을 보도록 도와 주는 목회입니다. 살아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삶에서 느끼는 것이 바로 하나님과의 하나됨이 이루어져 가는 순간입니다.

 

 

내면 세계 가꾸기

이러한 영적 성장의 단계를 거치기 위해서는 내면 세계를 돌보는 일이 필수적입니다. 내면 세계란 우리의 마음 속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잠언 4:23은 이런 말씀을 전해줍니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언은 마음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가르쳐 줍니다. 이것이 우리의 근원이기 때문입니다. 겉에 보이는 행동과 말보다 행동과 말이 나오는 근원인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중요합니다. 바다에 떠있는 빙산은 지극히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고, 바다 밑에 엄청나게 거대한 것이 잠겨 있는 것처럼, 겉으로 보이는 말과 행동의 밑에 숨어 있는 내면 세계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마음을 잘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는지,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이라는 책에서 고든 맥도날드 목사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하루는 이분이 헌 책방에서 한 권의 책을 삽니다. 1840년에 출판된, 다니엘 웹스터의 전기였습니다. 겉은 많이 낡아 있었지만, 아주 고풍스러운 서가에서 대대로 물려져 내려온 것 같은 기품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준 책일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그 책을 샀습니다. 하지만 막상 집에서 책을 펼쳐보고는 이 책이 한 번도 읽혀진 적이 없음을 발견했습니다. 왜냐하면 책의 제본이 잘못되어 책장이 붙어 있는 곳이 많았고, 그 페이지들을 일일이 칼로 잘라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고든 맥도날드 목사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의 내면 세계가 꼭 이와 같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내면은 한 번도 펼쳐본 적이 없는 책과 같다는 것입니다. 많이 공감 가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왜 내면세계를 들여다보지 않을까요? 너무 바빠서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이 없습니다. 외부적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차분히 안을 들여다볼 시간이 없습니다. 아니, 시간이 있다고 해도 고요히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합니다. 어떤 분들은 가만히 있는 것 자체를 못 견뎌 합니다. TV라도 켜놓아야 하고, 음악이라도 들어야 하고, 스마트폰이라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요즘은 스마트폰 때문에 조용히 있는 시간이 더 없어졌습니다.

 

내면 세계를 가꾸어야 하는 이유

우리는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내면 세계를 가꾸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첫째, 우리의 마음 속에는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 일을 해결하지 않으면 영적으로 성장하지 못합니다. 잠언은 마음에 대해서 이렇게 가르쳐 줍니다. “사람이 불을 품에 품고서야 어찌 그의 옷이 타지 아니하겠으며”(잠언 6:27). 우리의 저마다 마음에 불을 품고 있습니다. 이 불을 끄지 않으면 겉옷이 타는 것을 막지 못합니다. 옷에 붙은 불만 끄는 것이 무슨 소용입니까? 마음의 불을 끄지 않으면, 겉옷이 다시 타게 될 텐데 말입니다. 우리 안에는 누군가를 향한 미움이 불타고 있고, 욕망이 불타고 있고, 상처와 죄책감이 불타고 있고, 과거에 대한 후회가 불타고 있고, 원망과 분노가 불타고 있습니다.

마음에 있는 이것을 다스리지 않으면, 영적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지난 시간에 영적 성장 중의 하나가 나 자신과의 관계가 깊어지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나 자신과의 관계가 깊어진다는 의미는 내 안에 있는 상처와 미움과 분노와 후회를 넘어서 하나님 안에 있는 온전한 나로 자라나는 것입니다. 영적 성장을 위해서는 내면 세계를 정리하고, 마음속에 있는 불을 끄고, 하나님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둘째, 우리의 마음속에서 하나님을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헨리 나우웬은 『두려움에서 사랑으로』라는 책에서 내면 세계를 가꾸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영성 계발은 우리 자신의 마음 속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보게 해줍니다.” 이것이 바로 내면 세계를 가꾸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마음속에서 불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하나님이 함께 해주시는 것을 경험합니다.

요한복음 8:36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므로 아들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면, 너희가 참으로 자유하리라.” 주님이 문제로부터의 자유를 줍니다. 우리의 내면에 불타고 있는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 상처를 다시금 기억하는 것조차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주님이 우리와 함께하시면,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고 자유로워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이 치유의 과정 속에서 우리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리와 함께하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는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내 안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는지 찾아내어 치유하고, 이 속에서 만나는 하나님을 경험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를 영적 성장으로 이끌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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