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나우웬 지음 / 포이에마 펴냄

 

『분별력』은 헨리 나우웬 사후에 출간된 영성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이 책을 엮은 마이클 크리스텐슨과 레베카 레어드의 설명에 의하면, 2006년에 출간된 『영성수업』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슨 일을 하도록 부름 받았나?’, ‘나에게 하나님은 어떤 분인가?’와 같은 궁금증 해결에 대해, 2010년에 출간된 두 번째 책 『두려움에서 사랑으로』는 성령을 따라 원망에서 감사로, 두려움에서 사랑으로, 죽음을 부정하는 삶에서 죽음과 친구가 되는 삶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다루었고, 『분별력』은 주로 일상생활에서 책과 자연, 사람과 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표징 읽기에 관하여 다루었다.

분별은 그런 표징을 읽고 하나님의 메시지를 알아채는 것이다. 이 책은 헨리 나우웬이 남긴 일기와 저작 가운데서 분별과 소명에 관한 내용을 간추려 재구성한 것이다. 총 3부이며, 1부에서는 성경에 나오는, 거짓 영과 참 영을 분별하는 은사를 포함해 분별의 본질을 다룬다. 2부에서는 책과 자연, 사람과 사건 속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찾는 과정을 다룬다. 3부에서는 소명과 임재, 정체성과 때를 분간하는 법에 관하여 다룬다.

'헨리 나우웬은 평범한 일상의 소음 밑에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더 낮은 소리를 듣는 것, 겉으로 드러난 현상을 넘어 사건들의 ‘상호연계성’을 꿰뚫어 보는 것을 ‘분별’이라고 보았다. 분별은 인생의 중대한 시점에 단 한 번 내리는 의사 결정이 아니다. 하나님을 기억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오늘 성령이 하시는 말씀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자 평생토록 헌신하는 것, 그것이 분별이다.'

'헨리는 사람들이 일상의 스트레스와 갈등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삼기를 원치 않았다. 대신에 우리의 직접 경험과 우리의 생각과 기억, 염려, 계획에 성령을 모셔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고통과 괴로움에서 해방된 삶을 구하는 대신, 우리가 겪는 고통과 괴로움 한가운데 예수가 함께 계신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고 했다. 외로움, 후회, 슬픔, 절망, 분노를 정직하게 인정하고 우리의 세세한 삶 속에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예수님에게 마음을 열어야 한다. 헨리가 늘 말하던 대로, 그렇게 하면 슬픔이 기쁨으로, 적개심이 환대로, 외로움이 가능성 그득한 고독으로 바뀔 수 있다... 헨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이를 잃었을 때 예수도 사랑하는 이를 잃으신 것이라 했다.'

 

'헨리는 우리가 자기중심으로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을 버려야만 인생의 깊이와 소명을 분별할 수 있다고 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나’를 포기하는 것은 불안하고 겁나는 일이다. 가진 것과 하는 일에 더 이상 매달리지 않는 것은 실로 두려운 일이다. 하나님을 만나는, 감춰져 있고 알려지지 않은 차원의 삶에 발을 내딛는 것은 겁나는 일이다.역설적이지만 우리는 포기함으로써 자유를 얻고 진정한 자유를 발견한다. 저 깊은 곳에 있는 우리의 중심에 성령이 계시기 때문이다.'(서문 일부)

'우리는 그리스도가 아니기에 우정을 지키려면 끊임없이 서로를 용서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 관계의 중심에 계셔 달라고 그리스도께 부탁하는 기꺼운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도 새로 배웠다. 예수님이 둘 사이를 중재하지 않으시면 둘의 관계는 불만스럽고, 조작되고 답답해지기 쉽고, 상대방이 성장할 여지를 주지 못한다. 진정한 우정에는 친근함과 애정, 지지와 상호간의 격려뿐 아니라 일정한 거리와 성장할 여지, 다를 자유, 그리고 고독이 필요하다.'

'회한과 수치심과 죄책감에 휩싸여 지난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위험한 이유는 마음이 딱딱하게 굳어 안팎으로 하나님의 임재를 분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굳으면, 마음 문이 닫힌다. 반응하지 못하고 냉담해진다. 굳은 마음속에서 회한은 병적인 자기반성으로, 수치심은 낮은 자존감으로, 죄책감은 자기 방어적인 태도로 바뀐다. 나는 점점 더 자기중심적이 되고 내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은 줄어든다... 고통스러운 기억에 대한 이 세 가지 반응은 우리를 불행하게 하고 우리의 영적인 삶을 방해하고 억압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임재에 대한 깨달음은 기억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한다. 그리스도에 대한 기억은 회한을 회개로 바꾼다. 수치심은 긍휼로 죄책감은 용서로 바꾼다.'(본문 일부)

헨리 나우웬(Henri J. M. Nouwen)은 자신의 아픔과 상처, 불안과 염려, 기쁨과 우정을 여과 없이 보여 줌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영적인 위로와 감동을 준 ‘상처 잊은 치유자’였다. 누구보다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원했던 그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법과 인간의 마음에 임재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하고자 애썼다. 매년 책을 내면서도 강사, 교수, 성직자로서 바쁜 행보를 이어갔고, 이러한 삶은 심장마비로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수많은 강연과 40여 권이 넘는 저서, 자신의 삶을 통해 하나님과 직접 교제하는 모범을 보여 주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사랑을 받는 법을 배우기 위해, 그 사랑으로 다른 사람들을 부르기 위해 종종 일터에서 물러났으며, 마침내 안착한 곳은 지체장애자들의 공동체인 라르쉬 데이브레이크였다.

신앙은 그의 생명줄이자 요동하는 세상의 유일한 부동점이었으며, 교회는 아무리 결점이 많아도 여전히 소망과 위로를 주는 피난처였다. 데이브레이크 공동체에서 함께 생활했던 수 모스텔러 수녀는 “당신의 고통을 두려워하지 말라. 관계가 힘들 때는 사랑을 선택하라. 서로 하나 되기 위해 상처 입고 쓰라린 감정 사이를 거닐라. 마음으로부터 서로 용서하라.”는 것이 헨리 나우웬의 유산이라고 요약했다. 그의 유산은 지금도 살아 있다.

그는 1932년 네덜란드 데이브레이크에서 태어났으며, 1957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1966년부터 노트르담 대학교와 예일 대학교, 하버드 대학교의 강단에 섰으며, 1986년부터 데이브레이크 공동체를 섬겼다. 저서로 『탕자의 귀향』, 『집으로 돌아가는 길』,『제네시 일기』, 『데이브레이크로 가는 길』, 『두려움을 떠나 사랑의 집으로』, 『긍휼을 구하는 기도』, 『나이 든다는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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