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치은퇴마을>에 이사 온 지 7년째 접어든다. 1천 몇백 명 코리안들 가운데 제법 고참인  셈이다. 요전에 한인회장 선출할 때 나더러 입후보하라고 추천한 분들도 있었다.

“아닙니다. 목사직분 외에는 어떤 직책도 맡지 않습니다.” 그렇게 잘라 말했다. “문예반 지도교수도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인기가 꽤 좋으시던데요.” 한인회장 하라고 일부러 추켜 세우는 말로 들렸다. 실상 담임목사직에서 은퇴하면서 여러 가지 직책을 맡을 기회들이 있었다. 그러나 ‘함생신학’ 연구에 전심전력하기 위하여 정년보다 몇 년 일찍 은퇴했다.

그런데 이사 오면서 문예반 지도교수를 해달란다. 언론에 조각글을 써 온 경력 때문이었다. 고민을 많이 했다. 교회 개척부터 30년 간 목회를 하고 나니 성도들의 요청이라면 웬만해서는 거절하지 못하는 체질이 되었다. 그래서 ‘자문’으로 하고, 땜질 강좌만 하기로 했다.

첫 강좌에 참석하니 15명 정도가 모였다. 대부분 기독교 신자들이었다. 천주교회와 안식교회 신자도 있었다. “이번에 목사님을 자문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개회기도 해주시고 강의 시작하겠습니다.”

문예반 대표가 그렇게 소개했다. 기쁜 일이었다. 하나님께서 주신 천하보다도 귀중한 생명을 불태워서 창조주 하나님께 영광 드리는 작품들을 쓰도록 인도해 주시기를 간곡히 기도했다. 아멘 소리가 제법 컸다.

“그런데,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개회기도 없이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장로, 권사, 집사들이 기도로 시작하는 전통을 어렵사리 세워 놓았는데 그걸 목사가 반대해서 폐지한다니 말이 되는가, 아니면 누군가가 기도를 없애자고 마음 여린 목사에게 항의를 했는가.

“목사가 개회기도를 폐지하자고 하니 어리둥절하셨지요? 지금까지 기도해 오신 분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은퇴마을 방침이 종교단체로 신고된 것이 아니면, 특정 종교 의식을 실행해서는 안 되거든요. 불교, 유교, 이슬람교 등 다른 종교인들도 기쁨으로 이 문예반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더 좋겠습니다. 혹시 지금 여기 앉으신 분들이 대부분 교회 신자들인 것은 기도로 시작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모두의 얼굴이 조금 환해지고 있었다. 한 마디 더 보탰다. “이 클래스에 도착해서 혹은 끝날 때 개인적으로 기도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에 속합니다. 눈 감고 기도해도 좋고 눈 뜨고 기도해도 좋습니다.”

유월이면 육이오 전쟁이 터진 달, 목숨 걸고 자유를 지켜낸 달이다. 유대인으로 오신 구원주 예수님과, 같은 유대인이지만 무신론적 유물론자인 칼 마르크스 사이의 전쟁 아닌가. 예수님은 자발적 선택으로 십자가에 생명을 바치셨다. 하지만 공산유물론자들은 공산주의 사상을 강제주입했다. 최후 승리는 누구의 몫이었을까. 물론 그 대답은 누구나 알고 있다.

(대표 저서: 『목회자의 최고표준 예수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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