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이야기|MUSIC STORY

 

저는 아직도 중학교 시절의 음악 시간을 어렴풋이 기억합니다. 그때 접한 음악가의 이름이 요한 세바스찬 바하(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였습니다. 선생님께서 바하의 미뉴엣 G장조를 들려 주신 다음, “바하는 음악의 아버지다.”라고 말씀하시며 그 문장을 외우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고작 미뉴엣 짧은 곡 하나 들려 주고 음악의 아버지라니?” 하는 의문이 들어 선생님께 질문했습니다. “선생님, 바하가 왜 음악의 아버지인가요?” 선생님께서 저를 몇 초 간 노려보시곤 “진도를 나가야 하는데 왜 그런 것을 물어보느냐?”하고 핀잔 주신 것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음악 시간에 “바하는 음악의 아버지라는 문장을 무조건 외워!” 이상의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바하의 바이올린 무반주 소나타를 연주하며 자랐고, 20대 초반에 유학 오기 전까지 계속 음악 교육을 받았지만, 저의 머릿속 바하는 ‘음악의 아버지’로만 남아 있었습니다.

미국에 와서 바이올린, 작곡, 지휘, 음악 이론과 역사를 깊이 공부하고 나서야 왜 바하가 음악의 아버지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음악의 역사 문헌에는 ‘음악의 아버지’라는 문구가 없으며, 헨델이 ‘음악의 어머니’라는 문구 역시 없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그런 문구를 사용했을까요? 맨 먼저 유럽의 개신교인들이 사용했습니다. 그들의 예배 음악은 바하가 작곡한 찬송가들이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바하 음악 연구가들이 ‘음악의 아버지’라는 말을 했다는 사실도 발견되었습니다. ‘음악의 아버지’뿐 아니라 ‘The Lord of Music’이라고도 불렸습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Lord’라는 단어는 인간에게 어울리는 수식어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아버지라는 수식어를 바하에게 붙이는 데 모자람 없는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고자 합니다.
바하가 아니었다면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말러 등 기라성 같은 대음악가들의 음악을 접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면 독자 여러분은 믿겠습니까? 네, 믿어야 합니다. 인기 있는 유행가 속에도 바하가 있다면 믿겠습니까? 물론 믿어야 합니다. 예배 중에 불리는 회중찬송에는 거의 다 바하의 재료가 들어 있습니다. 음악적으로 표현하자면, 4성부의 4 voice bass figure라고 합니다. 밑음(베이스)이 화성의 성질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그렇게 불립니다.

"세상의 거의 모든 음악들 속에 바하가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든 작곡가, 모든 학교들이 바하의 테크닉을 선택 아닌 필수로 공부해야 합니다. 공부하는 동안 바하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의 거의 모든 음악들 속에는 바하가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든 작곡가들, 모든 학교들은 바하의 테크닉을 선택 아닌 필수로 공부해야 합니다. 공부하는 동안 바하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조 자체가 아예 없는 현대 음악(Contemporary Music)에도 바하의 재료들이 들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Haydn (of Bach), Mozart (of Bach), Beethoven (of Bach), Mendelssohn (of Bach), Brahms (of Bach)... 이렇게 대작곡가들의 작품에 ‘괄호 열고 of Bach 괄호 닫고’가 생략되어 있다고 해도 인정받습니다.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이유와 바하의 테크닉을 알기 쉽게 서술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신앙인으로서 바하를 서술하려고 합니다. 독자 여러분, 저와 함께 잠시 음악 여행을 떠나겠습니다.

오늘날 모든 학교들은 교과서를 나름대로 채택하여 공부합니다. 다시 말해 모든 학문기관들은 교과서 중심으로 강의를 듣고 연구합니다. 옛날에도 음악 공부를 위한 교과서가 있었을까요?  네, 바로 바하의 작품들이 대작곡가들의 교과서였습니다.  물론 오늘날도 그러합니다. 바하를 먼저 공부하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의 공부를 할 수 없습니다. 그럼 바하를 통해 무엇을 공부했을까요?

바로 음악을 전개하는 기술이었습니다. 슈베르트에게는 작곡가로서 소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베토벤의 제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슈베르트의 초창기 작품들 중에는 짤막한 곡들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곡을 예쁘고 아름답게만 쓰려고 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곡이 너무 예쁘게 흘러가면, 중간과 후반부에는 흥미를 더욱 유발해야 하기에 처음보다 훨씬 더 예쁘고 아름다워야 합니다.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처음보다 더 예쁘게 전개되는 소스(Source)가 만들어지지 않으니 곡을 이내 마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짤막한 곡들이 되고 말았습니다.

슈베르트의 후기 작품들 중에는 그야말로 대단한 곡들이 많지만, 초창기 곡들에게서 발견되는 것은 전개 기술의 미흡입니다. 그의 미완성 교향곡이 왜 2악장까지만 작곡되었을까 하는 질문에 여러 가지 설들이 있습니다만, 연구가들은 초반부터 너무 멜로디가 예쁘다보니 전개의 구성 요소들이 결여된 탓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베토벤은 아무 것도 아닌 흔하고 단순한 리듬과 멜로디를 시작 동기의 재료들로 삼아서, 살을 붙여가며 곡을 발전시킵니다. 후반부에 이르면 박진감이 있고,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흥미진진한(Excitement) 곡을 만들어 냅니다.

슈베르트는 극도로 소심한 성격 때문에 먼 발치에서 베토벤을 바라보았을 뿐 실제로 만나지 못했습니다. ‘과연 나를 제자로 받아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고 짐작됩니다.

모차르트는 빈 도서관장인 반 슈비텐 남작에게서 바하의 악보를 빌려서 공부했고, 바하의 푸가를 현악 4중주곡으로 편곡하였으며, 많은 작품들에 바하의 기법을 채택하여 곡을 썼습니다.

베토벤 역시 바하의 작품으로 공부했습니다. 아버님의 심한 질책을 받으면서 피아노 연주  연습을 하고 바하를 꾸준히 공부했습니다. 음악적 완숙기에 접어들어서도 베토벤은 늘 책상 위에 바하의 곡들을 올려놓고 공부했습니다. 공부하는 도중에 “이건 바하가 아니라 메르야!” 하고 탄복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Bach는 독일어로 강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Mer는 바다를 의미합니다. 음악의 성자라고 불리는 베토벤도 “이건 강이 아니라 거대한 바다야!” 라면서 존경을 넘어 숭상의 차원에서 바하를 모범 삼아 자기 작품에 적용했습니다. 베토벤의 모든 교향곡에 바하의 영향이 드러나 있습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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