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일 마음 가는 데
주인과 종이 같은 병에 걸렸다. 치료도 못 받은 종이 나았다는 말에, 화가 난 주인이 항의했다. 헌금도 많이 바치고 불우이웃 기부도 많이 했는데 이럴 수가요?
하느님이 물었다
지금 네 마음은 어디 있느냐? 가슴 머리 배꼽... 아니 아픈 허벅지요
그렇지, 제일 아픈 데에 네 마음이 있지
다시 묻는다. 네 자식 중 제일 마음 가는 자식은 누구냐?
그야 속 썩이는 큰놈이지요. 다른 녀석들은 제구실을 하니까요
나도 그렇다. 치료도 못 받는 네 종 아니겠니? (유안진 시인)
어른의 할아버지
보여준 그림을 답지와 바꾸며 선생님이 물었다
병아리의 다리는 몇 개일까요?
1) 하나 2) 둘
2)번요, 유아들은 신이 나서 한 목소리로 대답했는데
한 아이만 당황스러워하다가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자 기어드는 목소리로
1)번요, 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선생님이 묻자
병아리 다리가 둘인 건 나도 알아요
근데 아무도 안 골라주니까
1)번이 슬퍼할 것 같아서요 (유안진 시인, 시집 「숙맥노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