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12시 반쯤이었다. 점심식사를 하려고 평소에 가끔 가던 식당으로 차를 몰고 갔다. 그런데 주변을 두 번이나 돌아다녔지만 주차공간이 없었다. 그래서 조금 멀리 갔더니 딱 한 자리 있었다. <아이비 카페>였다. 평소처럼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내렸다.

 보통은 성경을 손에 들고 다니며 짬짬이 읽는데 이상하게도 이 날은 집에서 성경사전(Dictionary of the Bible)을 읽다가 그냥 들고 나왔다. 그 책을 손에 든 채 일본식 경양식 식당으로 들어갔다. 20여 명이 식사와 대화를 즐기고 있었다. 두 사람이 마주앉는 테이블에 자리잡았다. 성경사전을 식탁 위에 놓고 메뉴판을 읽어내려 갔다. 음료와 음식을 주문한 뒤 성경사전을 뒤적거렸다.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마친 젊은 아시안 여성이 내게로 다가와 상냥한 음성으로 말을 붙였다. 좀 더듬거리는 영어였다. “성경을 가지고 다니시네요. 그런데 뭐 좀 물어보아도 될까요?”하고 말을 걸었다. 식탁 위에 놓인 책이 성경사전인데 성경으로 착각한 것이다. 표지에 바이블(Bible)이라는 글자만 큼직하게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이죠, 그런데 혹시 크리스천이신가요?”

“아닙니다. 그러나 성경 이야기는 조금 들었습니다. 일본에서 살 때였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여성이 통일교의 전력을 가졌을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 성령의 도우심이라는 예감이었다. 확인해 볼까 하다가, 수사관이 되기보다는 전도자가 되어야 하겠다는 결심을 했고, 목사라는 신분만 밝혔다. 그랬더니 자기도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을 보는 순간, 영적인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기도를 해주시면 좋겠다며 식당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는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온 몸이 원인 모르게 아프다고 덧붙였다.

나는 <사영리 전도>의 방식으로 짧은 순간이지만 다짐을 받았다. “보라, 내가 너희 앞에 생명의 길과 사망의 길을 두었다”(렘 21:8)는 말씀과,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다”(요 14:6)는 말씀을 결단의 근거로 소개했다.

무릎을 꿇고 있는 그 여성의 머리에 손을 얹고 안수기도를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이 불쌍한 딸에게, "네 영혼이 잘 됨과 같이 네가 범사에 잘 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 하신 말씀이 글자 그대로 이루어지기만을 간곡히 기도했다(요삼 2).

별로 유창하지 못한 영어 기도였고 또 주변 식사객들의 시선도 의식되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 기도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우물가의 사마리아 여자 같은 이 여성은 식당을 떠나면서 자기 이름을 써 주고 갔다. 계속 기도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리고 나의 점심식사비도 지불해 주었다.

(대표 저서 : 『목회자의 최고표준 예수 그리스도』)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